코로나 지나며 큰 변화 맞은 한국교회, 2024년의 방향은?
‘목회·미디어·청년’ 등 위기 분석 및 고찰

문화선교트랜드2024
2024 문화선교포럼에 참여한 패널들. 왼쪽부터, 지용근 목사, 임주은 연구원, 조성실 목사, 조성돈 교수 등. 오른쪽 백광훈 원장. ©이상진 기자

2023년이 저무는 가운데 한 해를 돌아보고, 다가올 새해에 기독교의 문화적 흐름과 목회적 방향을 조망하는 2024 ‘문화선교트랜드’ 포럼이 19일 서울 신촌 필름포럼(대표 성현 목사)에서 개최됐다.

이번 문화포럼은 문화선교연구원(원장 백광훈 목사), 목회사회학연구소(소장 조성돈 교수), 목회데이터연구소(소장 지용근 목사) 등이 공동으로 주최하여, 2024년을 위한 앞으로의 ‘목회적 전망’과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미디어’에 대한 조망 및 교회의 대응, ‘대중문화와 청년들 이슈’, ‘통계로 보는 한국교회’ 등 다양한 주제로 진행됐다.

포럼에서 ‘한국 교계와 목회’를 전망한 조성돈 교수는 “앞으로의 교회는 코로나 이전과 같을 수 없다. 한국교회는 세상과 교회, 그리고 교인들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마주하고 있다. 코로나 이후의 4년이 지난 시점에서 우리는 이러한 것들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필요로 하고 있다”며 “이것이 현재 한국교회가 마주하고 있는 현실”이라고 화두를 던졌다.

‘뉴월드에서 신인류가 세우는 교회’라는 부제를 제시한 조 목사는 “코로나로 인해 한국교회에 온라인 시대가 도래했다. 출석하는 교인이 20명 밖에 안되는 한 교회는 코로나 시기 영상예배를 생중계하며 콘텐츠가 375개가 되고, 구독자는 130명이 된다. 군에서 예배드리는 청년, 타지에 있는 성도, 심지어 해외에서도 예배에 함께 참여한다”며 “이제 이런 온라인 문화도 자연스럽다. 이제 이 ‘뉴월드’에서 무엇을 할지 구상해야 한다”고 했다.

코로나 지난 한국교회,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어
‘주일/11시/예배당’ 공식 깨져, 본질 살린 교회론 요구될 것
빠른 변화 불안한 50·60대 목회자들… 마음 잘 돌봐야

조 목사는 “교회론의 근본적인 변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도행전은 교회에 대해 ‘성도의 모임’이라고 정의한다. 그런데 한국교회는 이런 설명 없이, ‘주일/11시/예배당’이라는 전제조건을 붙였다. 그런데 이제 이 전제조건이 온라인의 영상예배로 깨졌다”며 “차츰 교회들이 온라인 예배 참석자들을 계수하고 예배 참석자로 인정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이전에는 성도들이 교회에서 다양한 활동들을 섬겼다. 봉사와 연령별, 성별 모임, 성경공부 등 이런 참여적인 성도들이 있었기에 교회가 유지되고 부흥됐다. 그런데 소위 이런 일꾼들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교회가 어떻게 유지될지를 고민해야 한다”며 “‘주일/11시/예배당’의 교회론이 무너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제 ‘교회론’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조 목사는 “코로나를 겪으며 사람들이 ‘극개인주의화’ 되었다. 단체생활이 정말 어려워졌다. 우리는 점점 손안에 든 정보통인 스마트폰에만 매달리고 있다. 폰만 있으면 혼자 사는 것도 불편하지 않은 시대”라며 “교회는 기존에 우리가 가지고 있던 공동체 개념을 내려놔야 한다. 그리고 각 개인의 맞춤형 신앙훈련이 필요하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온라인 도구로 인해 비용과 시간이 크게 줄었다. 이를 위해 온라인 콘텐츠를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조성돈 목사는 “그러나, 변화를 쫓아가야 한다는 불안을 극복할 필요가 있다”고 결론지었다. 그는 “세상이 빠르게 돌아가면서 목회자들의 불안이 늘어가고 있다. 기술이 빠르게 늘어나고 그 기술에 적응하는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기성세대가 이 속도를 따라가기란 쉽지 않다”며 “변하는 것은 필수지만 모두가 그 선두에 서야 하는 것은 아니다. 쫓아가기 위해 노력해야 하지만 그렇지 못하다고 불안해 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앞으로 이로 인해 나오는 분노 역시 중요한 키워드가 될 것”이라고 했다.

AI시대, 교회 업무에 깊숙히 들어올 것…
기독교적 원칙과 가치 반영한 AI 개발 가이드 필요

조성실 목사(소망교회 미디어센터장)는 ‘디지털 미디어와 교회’에 대해 발제하며 ‘마이AI, OTT크리스천, 숏폼 콘텐츠’ 등 3가지 키워드를 제시했다. 그는 “쳇gpt같은 생성형 AI의 기술은 정보 접근 방식, 커뮤니케이션의 효율성, 데이터 처리 능력에 혁신을 가져왔다. 쳇gpt와 유사한 기술들은 개인과 교회, 단체가 자체적으로 AI를 개발하여 목회와 신앙생활에 접목할 수 있는 길을 열였다”라며 “앞으로 교회의 사역 방식과 신앙 공동체 내외부의 상호작용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측된다”고 했다.

‘마이 AI’는 개인이나 교회가 직접 AI를 개발하여 신앙생활에 적용하는 기술이다. 이는 신앙 지도와 상담, 교육 등에서 교인들에게 맞춤형 AI솔루션을 제공한다. 각 교회에 맞는 AI를 개발할 준비가 필요하다. 그러나 이런 AI의 개발에는 ‘데이터 보안, 윤리적 문제, 인간 중심의 신앙관’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조 목사는 “AI의 활용은 단순히 행정 업무의 자동화에 그치지 않는다. 목회자의 업무 분배, 정신 건강에 대한 지속적인 평가 및 관리 소외계층에 대한 돌봄 역량 확대, 미디어 콘텐츠 제작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이 가능하다”며 “그러나 이런 개인 AI시대에 중요한 사항으로는 생성형 AI를 개발함에 있어서 가이드라인을 수립하는 것이다. 기독교적 원칙과 가치를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조성실 목사가 제시한 3가지 키워드에 따르면, ‘OTT 크리스천’은 ‘Over the Top’의 줄임말인 OTT 즉, 넷플릭스 같은 ‘정보 플랫폼’의 활용을 의미하는 것으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언제 어디서나 개인 맞춤형 신앙생활을 영위하는 기독교인을 뜻한다. 이는 신앙적 콘텐츠의 접근성을 크게 향상시키며, 교회와 신자의 경계를 허물 것으로 예상된다. OTT플랫폼을 통한 예배, 교육 콘텐츠, 신앙 자료 제공은 전 세계 성도들에게 열린 신앙 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다.

이는 언제나 예배 콘텐츠와 접촉이 가능한 ‘온 클라우드’(On Cloud), 개인에게 맞는 신앙 훈련을 제공하는 ‘맞춤형 큐레이션’, 영화나 tv등 콘텐츠를 오픈 채팅방에서 다양한 인원이 함께 문화를 향유하는 텔레파티(Teleparty) 등이 있다.

‘숏폼 콘텐츠’는 신앙 메시지 전달 방식에 영향을 미친다. 간결하고 핵심적인 콘텐츠 제작의 필요성이 부각되며, 이는 성도들의 콘텐츠 소비 방식과 관련이 있다. 이는 교회 메시지의 효과적인 전달과 다음세대 신앙 교육의 새로운 형태를 제안한다.

2023 ‘아이엠 리포트’ 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자 중 89.5%가 1분 내외의 짧은 영상, 즉 숏폼을 시청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시성비’(시간 대비 성과 효율)이라는 새로운 트랜드가 부상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조성실 목사는 ‘시성비’ 현상에 대해 “소비자들이 손해를 회피하고자 하는 심리이다. 시간과 돈을 들여 지루하거나 도움이 되지 않는 콘텐츠를 투자하는 것을 손해로 간주하는 현상을 반영한다. 콘텐츠가 감상의 대상이 아닌 소비의 대상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또한, 시성비는 단순히 소비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소비한 상태’가 목적으로 빠른 변화에 대응하고자 하는 사회적 소비욕구를 반영한다”고 했다.

조 목사는 ‘목회적 제안’으로 “숏폼처럼 현장예배의 밀도를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 짧고 강렬할 메시지 전달이 효과적인 숏폼처럼, 예배도 더욱 집중력 있고 의미있는 시간으로 구성해야 한다”며 “특히 젊은 세대에게 중요한데, 긴 시간 동안 집중하기 보다는 짧고 명확한 메시지를 줄 필요가 있다. 예배의 구성을 짙고 간결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또한, 숏폼을 활용해 온라인 상에서 전도의 도구로 활용할 수 있다. 온라인 활동이 많은 젊은 세대를 염두한 것”이라며 “그러나 이의 활용이 얕은 메시지 전달과 성경적 균형의 상실이라는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 감정적 호소나 신앙과 교리의 단편성과 피상화 될 수 있는 위험성을 인지해야 한다”고 했다.

초개인화시대, 뚜렷한 메가트랜드 없어
트랜드 과열 현상...
이면에 자리한 대중 열망 읽어 내는 능력 필요
상대방 공감할 수 있으면, 상황에 맞는 유연함 생겨

‘대중문화와 청년세대’에 대해 발제한 임주은 연구원(문화선교연구원)은 “온라인으로 초개인화가 가속화 되는 시대에, 특정 세대를 분류한 후에 그에 맞는 이름을 짓고, 그들이 갖는 특성을 통해 그 시대의 거대 트랜드를 파악하는 연구들이 점차 무색해져 가는 듯하다”며 “청년들에게 ‘MZ’라고 명명하고 다양한 특성을 설명하지만, 정작 청년세대들은 ‘이런 MZ의 실체가 없다’고 한다”고 했다.

이어 “실제로 초개인화된 시대에 사람의 특성을 지역, 성별, 계층 등 다양한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세대로만 분류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며 “초개인화에 따라 크게 유행하고 오래 지속되는 ‘메가트랜드’라는 것도 찾아보기 어렵다”고 했다.

임 연구원은 “‘트랜드가 없는 것이 트랜드’인 시대 속에서 한국교회는 시대의 분위기를 포착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23년을 돌아보고, 몇 가지 ‘마이크로트랜드’(microtrend)를 뽑아보면, 이를 관통하는 한 가지 키워드가 나온다. 이것은 ‘공감’”이라며 “모든 시대와 세대를 걸쳐서 공감이라는 것은 인간에게 중요한 감정이기에 그다지 새로운 발견은 아니다. 그러나 미디어 환경과 콘텐츠의 흐름이 빠르게 변하는 가운데 그 근원에는 여전히 ‘공감’이 자리 잡고 있다. 이곳이 교회가 들어설 자리”라고 했다.

이어 “그렇기에 관건은 교회가 무작정 트랜드를 섭렵하고 따르려 하기보다. 트렌드 이면에 있는 대중의 열망을 읽어낼 능력을 갖추는 것에 있다. 앞으로 교회가 어떤 대전환을 마주한다 하더라도,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만큼 유연한 태도를 갖출 필요가 있다”며 “계속해서 교회가 사람들에게 공감하는 일에서 멀어지고, 고착화된 틀을 깨려는 노력도 하지 않는다면 트랜드를 다 섭렵한다고 해서 아무 소용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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