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통합 총회) 제108회 총회장에 선출된 김의식 목사가 교단 내에서 갈등의 불씨가 돼 온 ‘세습방지법’에 대해 “이제 갈등과 분열을 끝내야 한다”고 했다. 이 법으로 인해 교단의 역량이 소모되는 걸 원치 않는다는 뜻인데 ‘세습방지법’의 출구를 마련하겠다는 의지로도 해석된다.

김 총회장은 지난 19일 명성교회에서 개회된 통합 총회 첫날 회무를 마친 뒤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세습방지법’과 총회 장소 선정과 관련해 그간 교단 안팎에서 논란이 됐던 사안에 대합 입장을 밝혔다.

그는 우선 ‘세습방지법’과 관련, “①해당 교회에서 사임(사직) 또는 은퇴하는 위임(담임)목사의 배우자 및 직계비속과 그 직계비속의 배우자 ② 해당 교회 시무장로의 배우자 및 직계비속과 그 직계비속의 배우자는 위임목사 또는 담임목사로 청빙할 수 없다”는 헌법 제28조 6항을 언급하며 “세계 교회 역사상 유례가 없고 한국의 수백 개 교단 가운데 기장, 기감, 통합에만 있는 법”이라며 “그 법으로 인해 지난 10년 동안 통합교단은 내부의 말할 수 없는 갈등과 분열을 거듭해 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실 교회 담임목사 청빙은 당회와 제직회, 공동의회의 권한이다. 그리고 노회에서 (그 결정을) 인준해주는 것”이라며 “그것이 우리 장로교 법이다. 그런데 총회에서 그것을 규제한다는 것이 장로교 원리에 맞지 않다”라고 했다.

김 총회장의 이런 지적은 이 문제로 교단 내에서 갈등이 일어나고 교단을 탈퇴하는 사례가 발생한 걸 우회적으로 지적한 말로 들린다. 그러나 현 총회장이 총회 결의로 정한 헌법을 정조준했다는 점에서 논란의 소지가 있다.

소위 ‘세습방지법’으로 불리는 이 헌법 조항은 지난 2013년 제98회 총회에서 총대들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의결됐다. 그리고 노회 수의를 거쳐 그 이듬해인 2014년에 헌법이 개정됐다. 그런데 그로부터 4년 뒤 명성교회에서 목회세습이 이뤄졌다. 당회가 담임인 김삼환 목사를 원로목사로 추대하며 아들 김하나 목사를 담임으로 청빙한 건데 교단 안팎에서 헌법을 어겼다는 질타가 이어졌다.

이 일로 인해 교단은 꽤 오랫동안 속앓이를 했다. 명성교회가 속한 노회가 파행을 빚고, 법적 공방이 길게 이어지자 2019년 9월 제104회 총회는 사실상 명성교회 세습의 길을 터주는 수습안을 전격적으로 통과시켰다.

총회로선 명분보다 현실적인 판단을 한 셈이다. 이미 엎질러진 물을 다시 주어담을 수 없지 않냐는 논리와 정서에 총대들의 마음이 움직인 것인데 총회가 그 부담을 몽땅 떠 앉는 꼴이 됐다.

세습에 반대하는 노회들의 헌의가 총회 때마다 줄을 잇자 지난해 제107회 총회에선 이 문제를 더는 재론하지 않기로 아예 못 박았다. 그런데 수면 아래로 내려간 듯 보였던 문제가 임원회가 총회 장소를 하필 명성교회로 정하면서 다시 불거졌다. 임원회로선 총회 기간 중 1만 명의 목사와 장로들이 모여 영적 대각성기도회를 가지려는 계획을 염두에 두고 인프라를 완비한 명성교회가 최적지라고 판단한 것이겠지만 굳이 ‘세습방지법’ 논란을 촉발한 교회를 선택함으로 논란의 불씨를 키운 측면도 없지 않다.

수도권의 몇몇 대형교회들은 이런 문제를 우려해 총회 개최 직전까지 반대 의사를 임원회 측에 전달했다. 새문안·소망·주안장로교회 등은 총회 장소가 없으면 대신 예배당을 내어주겠다는 뜻을 임원회에 전달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명성교회 총회 개최 및 부자 세습을 규탄하는 기도회’를 장신대에서 개최하며 압박 강도를 높여왔다.

이런 교단 안팎의 불협화음에 마음고생이 가장 심했을 사람이 김의식 총회장이다. 그는 총회 개회 설교에서 “지난 2개월 동안 얼마나 많은 비난과 험담을 들었는지, 8kg이 빠졌다”며 “지난 10년 동안 비본질적 문제로 다투고 싸웠으니, 이번이야말로 하나 된 힘으로 이제는 끝내야 한다”고 했다.

‘세습방지법’은 통과 당시 “통합교단답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그에 못지않게 지난 10년 동안 무거운 짐이 교단을 짓누르고 있었던 게 사실이다. 어떤 결정이든 총의를 모아 결의되면 따르는 게 정도고 원칙이다. 그러나 통합 측은 하나의 사안을 가지고 이것도 저것도 아닌 결정을 내린 게 화근을 자초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어떤 결의든 그것이 갈등과 분열을 일으키는 요인이 된다면 그건 바람직하지 않다. 개교회의 권한인 목사 청빙에 총회가 개입한 것부터가 잘못이라는 지적도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김 총회장의 말대로 이젠 소모적 갈등과 분열을 끝내고 교단과 한국교회의 미래를 위해 힘을 모을 때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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