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마약중독재활센터 경기도 다르크 임상현 목사
마약중독재활센터 경기도 다르크 센터장 임상현 목사. ©노형구 기자

수면제 등 향정신성 약물 중독자였던 박희망 씨(가명)는 ‘경기도 다르크 센터’(DARC·Drug Addiction Rehabilitation Center, 센터장 임상현 목사)에 입소한 지 3개월 만에 퇴소했다. 40대인 그는 “여기서 도움을 받아 중독을 끊고 퇴소하니 기분이 좋다”며 “내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로 생각하며 열심히 참여했다”고 했다.

지난달 5일 대검찰청이 발간한 ‘2022년 마약류 범죄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사법당국에 적발된 마약 사범은 약 1만 8천 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대한민국 마약 사범자를 추산한 지난 통계 가운데 역대 최대치다. 여기다 음지에서 활동하는 투약자까지 합치면 마약 중독자는 최대 50만여 명까지 추산된다고 한다. 마약중독재활사역자 임상현 목사(72)는 “공식 집계 수치에 약 28-50배 정도를 곱하면 음지에서 투약하는 마약 중독자 수를 추정할 수 있다”고 했다.

최근 이런 상황에서 본지는 임상현 목사가 지난 2019년 창설한 마약중독재활센터 ‘경기도 다르크 센터’를 지난달 29일 방문했다. 임 목사도 17살 때부터 시작한 마약으로 전과 9범 출신이다. 지난 40년간 세코날, 대마초, 필로폰 등 마약류에 빠져있었다가 성령 체험을 통해 회심하고 지난 2009년부터 마약 단약에 공식 성공했다고 한다.

임상현 목사는 “우리 경기도 다르크 센터는 ‘복음’을 마약중독의 치료약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불신자일지라도 진짜 마약에서 치유 받고 싶다면 함께 예배, 말씀, 큐티 딱 3개월만 하자고 제안한다. 딱 하고 아니다 싶으면 안 해도 된다고 말한다”고 했다.

임 목사에 따르면, 당초 다르크 입소자의 80% 정도는 불신자다. 그런데 퇴소할 땐 거의 예수 그리스도를 영접한다고 한다. 경기도 다르크 센터에선 지난 4년 동안 입소한 마약중독자 총 85명 중 60명이 마약 단약에 성공하고 퇴소했다.

경기도 다르크 센터는 규칙적인 공동체 생활을 기초로 1년 동안 마약중독재활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임상현 목사는 “입소 기간 1년 동안 공동체 규칙을 성실히 지키면 마약중독에서 거의 회복돼 퇴소할 수 있다”고 했다.

경기도 다르크 센터 입소자 전원은 아침 7시 기상 직후 우리들교회(담임 김양재 목사)에서 발간한 ‘큐티인’으로 큐티(Quiet Time, QT) 모임을 가진다. 이어 간단한 실내 청소 후 오전 10시부터 ‘자조 모임’(NA·Narcotics Anonymous)이 시작된다. 종료 후 오후 시간엔 입소자들이 따로 초빙한 강사로부터 영성훈련, 중독재활강의를 듣고 운동이나 자유시간을 가진다. 그런 뒤 저녁을 먹고 각자 자기계발에 열중한다. 주일엔 오전 7시부터 오후 8시까지 입소자 전원이 예배를 드린다.

재활프로그램에서 가장 특징적인 부분은 큐티 및 자조 모임이다. 두 프로그램의 공통점은 입소자들이 자신의 죄와 중독적 감정을 솔직히 털어놓고 서로 공감하고 격려한다는 점이다. 임상현 목사는 자조 모임에 대해 “1단계는 자신이 약물에 빠졌음을 인정하는 것이다. 이는 자신의 죄를 인정하고 하나님께 ‘나를 불쌍히 여겨달라’고 호소하는 것과 같다”며 “그런 뒤 구성원 전원이 자신의 약함을 고백하며 ‘마약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서로를 지지한다”고 했다.

이어 “2단계는 ‘위대한 힘’을 의지하는 것”이라며 “예수 그리스도에서 차용된 이 용어는 비신자를 위해 부모님 등 각자 소중히 여기는 가치로 이름이 바뀔 수 있다. 기도나 명상을 통해 위대한 힘을 의지하며 마약 단약을 유지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큐티나 자조 모임에서 중요한 점은 구성원들 서로가 자신의 죄를 고백하는 것”이라며 “그렇게 하면 죄가 씻겨지고, 죄는 효력을 잃게 된다”고 강조했다.

임상현 목사는 “물론 마약 단약을 유지하다 다시 넘어질 수 있다”며 “그럴 때 나의 실수로 예수 그리스도나 부모님 등 ‘위대한 힘’에게 상처를 준 잘못을 시인하고 용서를 구하며, 개선된 모습을 보이는 것이 자조 모임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고 했다.

[인터뷰] 마약중독재활센터 경기도 다르크 임상현 목사
입소자 특별 자조 모임. ©노형구 기자

이날 오후 6시엔 경기도 다르크 센터에서 입소자 가족 및 입소자들을 위한 특별 자조모임이 따로 진행됐다. 시작 전 부모들이 속속 다르크 센터에 도착해 입소자 자녀들과 포옹을 하며 애정을 나눴다.

이날은 입소자 특별 자조모임에는 4년 4개월 째 마약 단약을 유지하는 A씨가 모임장으로 참여했다. 참석자 전원은 마약 단약 과정에서 고충이나 속 마음을 털어놓고 공감대를 이뤘다. 서로에게 마약 단약을 위한 격려와 지지도 아끼지 않았다.

남성 입소자 김소망(24, 가명)씨는 다르크 입소 후 마약 단약 8개월 째다. 그는 3년 전 친척으로부터 대마초를 권유받고 마약 중독에 빠졌다고 한다. 유년시절 3개월 동안 교회를 다니다 떠난 그는 “열등감, 낮은 자존감을 채우려 마약을 했다”고 했다.

그는 “ 약기운이 오르면 행복하다가, 약기운이 떨어지면 직장 동료들과 싸우고 부모님에게 행패를 부리는 등 미친 짓거리를 자주 했다. 마약을 사기 위해 천만 원까지 대출받기도 했다”고 했다.

이어 “시설에 있는 동안 마약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며 “매일 큐티 모임을 통해 하나님이 나를 반드시 회복시켜주실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다”고 했다.

그러면서 “상대방이 어떤 나쁜 짓을 했는지 과거는 일절 신경 쓰지 않는다”며 “우리가 과거의 죄를 뉘우치고 더 나은 사람으로 변화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고 했다. 소망 씨는 센터 퇴소 이후 한식조리사 자격증을 취득해 요리사로 활동하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

“서로에게 죄 고백을 하지 않으면, 죄에 생각이 곪게 된다”고 말한 남성 입소자 박믿음(28, 가명)씨. 그는 다르크 입소 후 마약 단약 5개월 째다. 유도선수 출신인 믿음 씨는 과거 일상이 지루하고 따분했다고 한다. 그러다 회사 동료가 준 약을 먹으면서 마약 중독에 빠지게 됐다.

믿음 씨는 “당시 마약을 2주 이상 끊어본 적이 없었고, 매 일상이 절망의 연속이었다”며 “그런데 경기도 다르크에서 큐티와 자조모임 등에 참여하면서 마약 단약이 훨씬 수월해졌다”고 했다. 입소 당시 무교였던 믿음 씨는 경기도 다르크 마약중독재활프로그램을 통해 예수 그리스도를 영접했다.

그는 “마약 단약 3개월 때까지 마약투여 갈망이 계속해서 올라왔는데, 그럴 때 기도를 많이 했다”며 “하나님께 계속 기도하고 씨름하면서 마약 갈망이 틈입하는 생각의 회로와 이에 대한 대처방법도 터득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성경에서 하나님을 믿으면 은혜와 축복이 온다는 말을 믿게 됐고 자연스레 마약 갈망이 사라졌다“며 “여호수아 1장에서 나와 동행하시는 하나님을 믿고 담대함을 가지려 한다”고 했다. 그는 퇴소 후 마약중독자들을 상담하고 치유하는데 돕는 중독치료 심리상담사가 꿈이라고 했다.

여성 입소자 세아(26, 가명)씨는 다르크 입소 후 마약 단약 3개월 째다. 세아 씨는 5년 전 처음 마약을 접했다. 이어 그녀는 마약 중독 증세로 불면증 등을 호소하며 낮과 밤이 바뀐 채 일상의 리듬이 깨져 사회생활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고 했다. 세아 씨는 모태신앙이었으나 청소년 시절 교회를 떠났다고 한다.

그녀는 “다르크에서 진행하는 큐티 모임을 통해 나의 죄인 됨을 알게 된다”며 “비록 내가 사회에서 손가락질 당하는 죄인일지라도, 예수님이 나의 죄를 덮어주실 만큼 사랑하심을 믿게 됐다”고 했다. 그녀는 퇴소 이후 임상현 목사처럼 마약 중독자 한 명이라도 돌이키는 심리상담사가 꿈이라고 했다.

경기도 다르크
다르크 입소자 김소망 씨(가명) ©노형구 기자

따로 진행된 입소자 부모 특별 자조모임에서 임상현 목사는 “여기서 견디지 못하고 퇴소하다 마약에 다시 중독돼 교도소에 간 아이들 보면 안타깝다” “6개월이 고비다. 1년만 참으면 약물 중독 증세가 대폭 완화되고, 3년 이후부턴 안정화, 5년 뒤엔 약물 완전히 끊는다” 등 애정 어린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마약 중독으로 다르크 센터에 입소한 아내를 둔 남 모 씨(54)는 “아내는 마약을 투여하면서 수차례 수감을 경험했다. 개인 의지로 마약을 끊도록 맡겨뒀는데도 효과는 별로 없었다”며 “처음엔 중독 고충 등을 고백하는 자조 모임이 마약 충동을 부추기는 것은 아닌지 싶어 반대했다. 그러나 아내가 이런 자리에 자주 참석하면서, 고충을 솔직히 털어놓고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받고 있음을 알게 됐다”고 했다.

한편, 센터장 임상현 목사는 국가의 마약 대처 시스템이 처벌 관행에서 중독치료 형태로 전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검찰이나 경찰의 마약 수사 과정은 검거와 단속에만 집중돼 있다. 검거된 단순 마약 투약자의 경우 본인 동의 없이 중독재활치료를 받도록 할 수 없다. 경찰청에 따르면 2021년 적발된 마약 재범자 2300명 중 1037명(45.1%)은 1년 이내 마약 투여로 검거됐던 이력도 있었다.

임상현 목사는 “교도소나 병원에 있으면서 잠시 마약 단약은 할 수 있으나, 환경이 바뀌면 언제든 마약에 다시 손댈 수 있다”며 “뇌, 심장 등에 마약 중독 DNA가 박혀 있기에 개인 의지로 중독을 끊기에는 역부족”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마약 투약자는 사회적 낙인효과로 인해 범죄시 되면서 중독재활치료를 받지 않고 음지로 숨으려 한다”며 “국가는 마약 중독자들을 교도소에 가두려 하기보다 사회인으로서 역할을 다하도록 중독재활치료를 적극 받도록 해야 한다. 관련 치료 시설에 대한 인적·물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경기도 다르크
임상현 목사가 큐티집을 보여주고 있다. ©노형구 기자

지난해 10월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 천영훈 인천참사랑병원 원장은 “이제는 마약 처벌보다 치료를 강제화할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며 “재활해서 살 수 있는 기반시설을 정부 지원으로 마련할 때”라고 말했다.

​이날 조성남 국립법무병원 원장도 “마약류 중독은 만성질환으로 완치되는 병이 아니라, 단약을 유지하도록 꾸준히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법원에서 명령을 내리는 치료명령제도를 활성화해야 치료 환자가 증가할 것”이라며 “치료비만 보존해준다면 병원에 이득이 없고, 관계 인력 및 시설 지원도 확보해줘야 민간 치료가 돌아갈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경기도 다르크 센터는 최근 홍역을 치르고 있다. 올해 3월 노인요양시설로 사용하던 현재 위치로 이전하자 남양주시 지역 사회로부터 ‘혐오시설’로 낙인찍히면서 이전 요구가 거세졌다. 센터 장소로부터 반경 500m 내 중고등학교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법령상 마약중독재활센터는 교육환경보호구역 내 금지시설로 분류되지 않는다.

또 경기도 다르크는 최근 남양주시 보건소로부터도 고발당했다. 정신건강복지법상 중독재활시설로 분류된 경기도 다르크는 예산문제 등으로 인해 관련 규정에 따른 신고를 당국에 하지 못했다. 신고에 따라 인력 채용 등 내부 규정을 충족해야 하는데 이를 조달할 재원이 부족했다는 게 다르크 측 설명이다. 당국으로부터 지난달 24일 시설 퇴거 명령을 받고 한 달 이내로 시설을 비워야 하는 상황이다.

임상현 목사는 “센터 이전 과정에서 남양주시 관계자들과 마약 예방 및 퇴치에 뜻을 모았고, 시 관계자로부터 법적 문제가 없다는 확답도 들었다”며 “현재 대한민국 마약중독자 약 50만 명이 추산되는 상황에서 국가가 나서 마약중독재활 치료를 위한 재정·인적 지원에 나서야 할 판인데, 오히려 당국은 대안 마련조차 없다”고 했다.

끝으로 임 목사는 한국교회의 도움을 절실히 요청했다. 지난 2020년 명성교회(담임 김하나 목사)는 (사)글로벌디아코니아를 통해 경기도 다르크 센터를 지원한 바 있다. 또 2022년 당시 유기성 목사가 담임이었던 선한목자교회(담임 김다위 목사)는 3천 만원을 모금해 경기도 다르크에 지원하기도 했다.

임 목사는 마약중독재활사역에 대해 “한국교회의 많은 사랑의 관심과 지원, 그리고 중보 기도를 요청 드린다”며 “마약 중독자 1명이 예수님께 돌아온다면 수천 명을 마약 중독자로 만드는 대신, 마약 중독에서 건지고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낼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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