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와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이 ‘한국교회 연합기관 통합을 위한 기본합의서’를 채택하면서 한국교회 연합기관 통합에 대한 기대감이 한층 고조되는 분위기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이 멀었다는 목소리가 양 기관 내부에서뿐 아니라 교계 안팎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한기총과 한교총 양 기관 통합추진위원들은 지난 18일 한기총 사무실에서 모여 ‘한국교회 연합기관 통합을 위한 기본합의서’를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양 기관이 채택한 기본합의서의 골자는 ①상호존중 ②공동 리더십 ③플랫폼 기능 등 ‘3대 기본원칙’이다. 두 기관이 통합할 때 이 원칙을 따르기로 한 것이다.

두 기관이 통합을 위한 기본합의서를 채택했다는 건 이제 통합을 위해 겨우 첫발을 뗐다는 의미다. 아직 세부합의 과정이라는 큰 고개가 남았다. 다만 첫발이라도 서로가 신뢰를 바탕으로 상호존중과 양보의 미덕을 발휘한다면 통합총회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그러나 앞으로의 과정이 그리 순탄치만은 않을 거라는 전망도 여전하다. 일단 두 기관의 통합 추진이 그동안 적극적으로 통합작업에 나섰던 몇몇 인사들에 의해 추진되고 있어 순발력 있게 진행되고 있는 게 사실이나 이것이 되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기관 통합이 한두 사람이 앞에서 끌고 간다고 되는 간단한 작업이 아니라는 거다.

소강석 목사는 지난해 한교총 공동대표 때부터 한국교회 통합에 전적으로 매진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동안 특유의 친화력을 바탕으로 한교연과 한기총 대표, 양 기관 통추위 등 가리지 않고 만나 설득하는 등 통합을 사실상 주도해왔다. 그러나 소 목사의 이런 적극적인 추진력에도 불구하고 3기관 통합은 지난해 로드맵으로 정한 시한을 넘겼다.

한기총의 파행 속에서 법원에 의해 한기총 임시대표로 파송된 김현성 변호사의 경우, 지난해 소 목사의 통합 추진에 가장 적극적으로 호응했던 인사다. 그는 지난해 3기관 통합이 무산된 이후에도 끊임없이 통합의 당위성을 피력해 왔다.

이 두 사람이 기관 통합에 있어 매우 적극적인 건 교계가 다 아는 사실이다. 문제는 그런 적극적인 자세가 장점이지만 때론 단점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가장 큰 문제는 기관 통합이란 큰 그림이 특정 한두 사람의 주도로 그려지고 있다는 데 따른 경계심과 반발심리다.

통합은 한국교회가 공공의 선을 목표로 정한 일종의 좌표나 다름없다. 이런 목표를 달성하려면 누군가 총대를 메고 끌고 나가는 게 필연적이나 그렇다고 한두 사람이 일방적으로 끌고 가는 방식은 늘 문제의 소지를 남기게 된다. 즉 인위적이 아닌 모두가 원하는 방향대로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진행돼야 무리가 없다는 말이다.

그런 점에서 지금 진행되는 양 기관 통합작업에도 내부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거나 속앓이를 하는 인사들이 적잖아 보인다. 통합작업이 거침없이 진행되는 건 좋으나 ‘보여주기식’이 아닌 진정성이 담보되는 쪽으로 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양 기관이 통합에 이르기 전에 몇 가지 선결과제도 눈에 띈다. 우선 시급한 과제가 한기총의 정상화다. 김현성 변호사는 지난 2020년 9월 21일 서울중앙지법에 의해 한기총 임시대표로 파송됐다. 법원에 의해 한기총의 내부 수습이라는 임무를 부여받은 그가 부임 1년 5개월이 지나도록 정기든 임시든 총회를 단 한 번도 개최하지 않고 외부와의 기구 통합에 적극 나서는 것이 과연 적절한 행동이냐는 거다.

보수 연합기관 대 통합의 장(場)에 한국교회연합(한교연)이 사라진 것도 의문이다. 한기총과 한교총의 입장에서는 한교연이 통합에 미온적이라는 이유를 댈 수 있다. 그래서 먼저 적극적으로 원하는 기관끼리 통합한 후에 다음 기회를 보겠다는 자세다. 그러나 지금도 한교총 내부에서 ’한교총 하나면 다 된다‘는 식의 우월의식이 고개를 들고 있는 마당에 후일을 기약하는 것에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한교연은 한국교회 통합이라는 대전제에서 이탈을 선언했거나 빠진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통합의 전제로 제시한 요구조건이 관철되지 않는 한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을 기대하기 어려운 분위기다. 그런데 지난해까지 추진되던 3기관 통합에서 올해 2기관 우선 통합으로 선회한 이유가 바로 한교연이 제시한 통합의 전제조건과 그 끝이 닿아있다.

한교연은 지난해 통합추진위에서 한기총에는 조속한 정상화를, 한교총에는 정체성을 분명히 할 것을 제시했다. 과거에 주장하던 한기총의 이단 문제는 거론하지 않았다. 이 문제에 응답하는 길은 한기총이 지금이라도 정관에 의해 총회를 개최해 새로운 리더십을 세우면 된다. 다른 장애물은 없다. 다만 한교총의 입장에서는 그리 간단치가 않다. 한교연이 제기한 정체성의 문제가 한교총에 참여하고 있는 WCC 관련 교단들을 겨냥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교회가 통합의 큰 그림을 그릴 때 세세한 조건을 달면 그만큼 결과물을 내기가 어려워진다. 배가 출항하기도 전에 난파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본질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 무조건 합쳤다가는 작은 암초만 만나도 좌초할 수 있다. 한두 사람이 주도적으로 끌고 나가는 통합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 같으면서도 뭔가 불안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한국교회가 하나되는 일은 매우 중차대하고 시급한 과제다. 그러나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듯이 덤비기보다 차분하게 한발 한발 나아가는 게 중요하다. 당장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 게 다가 아니다. 단시일 내에 화학적 결합을 이룬들 그 중심에 그리스도의 생명력이 없으면 언제든 무위로 돌아갈 수 있다. 진정한 한국교회 보수 대통합을 인위적인 주도가 아닌 성령의 인도하심에 맡겨야 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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