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전국택배노조 조합원들이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CJ대한통운 규탄 집회를 열고 과로사 방지를 위한 사회적 합의 이행을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민주노총 전국택배노조 조합원들이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CJ대한통운 규탄 집회를 열고 과로사 방지를 위한 사회적 합의 이행을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택배노조의 CJ대한통운 본사 점거 사태에 대한 고용노동부의 중재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권력 투입이란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한 고육지책이라지만 사법부 판단이 필요한 사안에 개입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어서다.

17일 고용노동부와 노사 관계자에 따르면 고용부는 현재 CJ대한통운, 택배노조, 택배대리점연합 등 이해당사자를 대상으로 대화에 나서도록 설득 작업을 진행 중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대화에 나서도록 설득하고 있다"면서 "대화의 방식이 원청과 노조가 직접적으로 만나는 것만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방식이 있는 만큼 방법과 절차 등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택배노조는 CJ대한통운이 사회적 합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지난해 12월 말부터 파업에 돌입한 데 이어 지난 10일부터 서울 중구 소재 CJ대한통운 본사를 점거하고 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사회적 합의에 따라 인상된 택배요금을 사측이 과도하게 차지하고 있다며 원청격인 CJ대한통운 본사가 직접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번 사태를 두고 고용부는 택배기사들과 직접 계약을 맺는 택배대리점주가 아닌 CJ대한통운을 대상으로 한 행위는 쟁의로 인정할 수 없다며 불법 점거라는 입장을 내놨다. 택배노조는 점거 과정에서 사측 본사 임직원에 대한 폭행, 재물손괴 등을 자행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실제 CJ대한통운 측은 이 같은 혐의로 택배노조원 등을 남대문경찰서에 고소한 상태다.

고용부가 설득에 나선 것은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판단으로 읽힌다. 강제 철거 과정에서 출혈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고용부뿐만 아니라 경찰 역시 행정력을 동원하는 것은 망설이는 모습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둘러싼 전반적인 상황을 감안하면 고용부가 대화 카드를 꺼낸 것 자체가 무리수일 뿐만 아니라 사태를 악화시킬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이번 사건의 주요 쟁점 중 하나는 CJ대한통운을 택배기사의 사용자로 볼 수 있는지 여부다. 택배기사의 경우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로 분류돼 개인 사업자로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각 지역에 있는 대리점주와 계약을 맺고 일을 하는 구조인데, CJ대한통운의 경우 대리점과 위수탁 계약을 맺고 있어 택배기사와 직접적인 계약관계가 없다.

고용부가 택배노조의 행위를 불법으로 규정한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원청인 CJ대한통운과 택배노조 간 계약이 없기 때문에 노조법상 쟁의 여부를 따지기 전 노조법을 적용하는 자체가 무리란 것이다.

문제는 고용부의 입장이 행정관청인 중앙노동위원회 판결과 상반된다는 점이다. 지난해 6월 중앙노동위는 택배기사에 대한 CJ대한통운의 사용자성을 인정하고, 사측이 택배노조의 단체협상 요구에 응하지 않는 것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는 판정을 내놓은 바 있다.

이후 사측이 중앙노동위 판정에 행정소송을 제기하며 현재 1심이 진행 중이다. 사법부 판단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원청이 나서란 택배노조의 요구에 사측이 임할 경우, 소송 결과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데 고용부가 행정 편의를 앞세워 대화를 촉구하는 것이 상황을 악화시킬 것이란 지적이다.

한 노동법 전문가는 "노조법상 근로자라고 한다면 법적인 제도권 내에서 국가 규범을 준수해야 하는데 노조 행동은 과거 개인사업자들이 자신이 책임을 지는 조건하에 하는 행동 이상을 하고 있다"며 "감독기관은 이를 지켜보고 있으면서도 대화와 같은 정치적 방식으로만 접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합의를 이행하라고 싸우는 상황에서 가르마를 타기는 커녕 또 다른 대화나 합의를 만들어 해석의 여지를 남기는 것은 결국 고용부가 당장의 급한 불만 끄고 언발에 오줌 누기 식 행보를 보이는 것"이라며 "이는 노조의 기대를 키울 뿐만 아니라 현재 진행 중인 사법부 판단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어 3권 분립의 침해로도 볼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일각에선 현정부 들어 고용부가 고용관계가 복잡한 특고 종사자를 대상으로 노조 설립 필증을 내주면서 그 파급력에 대해 신중하게 가늠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고 직종은 개인사업자로 분류돼 그간 노조 설립이 불가했으나 현정부 출범 이후인 2017년 택배노조를 필두고 대리운전노조, 방과후강사노조 등이 잇따라 노조를 설립했다.

경영계 관계자는 "이 문제가 초래된 것은 정부가 소위 특고 직에 대한 노조 설립 필증을 내주면서 전후 사정과 향후 파급력에 대해 신중하게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필증을 발급해주는 것은 교섭을 하라는 의미인데 각각 근로자와 사용자성을 인정했을 때 그 지위에서 나오는 책임과 의무를 다할 수 있는 가에 대한 종합적인 고려가 없었던 것"이라고 했다.

현재 비노조 택배기사들로 구성된 비노조택배기사연합 측도 이 같은 지점에 문제를 제기한 상태다. 이들은 지난달 21일 국회환경노동위원회 박대출 위원장을 찾아 정부가 택배기사에게 근로자 지위를 부여한 것을 철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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