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가보고 싶은 100대 정원' 정원사 김순현 목사
김순현 목사가 일궈낸 ‘비밀의 정원’ ©김순현 목사 제공

전라남도 여수시 돌산읍 평사리의 계동해안에는 각종 꽃, 화초 등으로 둘러싸인 교회가 있다. 바로 갈릴리교회다. 이 교회를 담임하고 있는 김순현 목사(55)는 18년 째 교회 앞마당에 정원을 꾸미고 있다. 이름은 ‘비밀의 정원’이다. 2017년 국립수목원이 발표한 ‘가보고 싶은 100대 정원’에 선정되기도 했다.

김 목사는 본지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금낭화, 씀나귀꽃, 매발톱, 마가렛 등 생소한 이름의 꽃들을 나열하며 자신의 정원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크건 작건, 화려하건 수수하건, 꽃들은 제 옆의 꽃을 시샘하거나 키 재기를 하는 법이 없다”면서 “각양각색의 꽃들이 저마다 주님께 드리는 고백을 엿듣게 된다”고 했다. 무엇보다도 정원은 그에게 하나님의 말씀을 읽는 거룩한 시공간이라고 한다.

김 목사는 “정원을 구성하는 꽃과 나무는 저마다 생명의 에너지를 한껏 분출하면서 존재의 영광을 드러내는 일에 힘쓴다”며 “그 존재의 영광은 다름 아닌 하나님의 영광”이라고 했다. 이어 “피조물 하나하나가 드러내는 존재의 영광을 감지하는 행위는 또 하나의 ‘거룩한 독서행위(lectio divina)’라고 할 수 있다”며 “그것은 창조주 하나님을 읽는 행위”라고 했다. 김 목사는 정원 가꾸기가 설교만큼 중요한 자신의 목회 활동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갈릴리교회는 주님이 내게 맡겨주신 주님의 밭(ager Domini)이다. 이 밭을 낙원을 얼핏 보여주는 정원으로 만들고 싶었다”며 “벌과 나비와 새와 사람 등 온갖 숨탄것이 찾아와 생명과 평화의 환희에 젖어 드는 정원으로 만들기! 상상만 해도 가슴이 벅차오르는 에덴 프로젝트(Eden project)”라고 했다. 그러면서 “‘비밀의 정원’은 탐방객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라며 “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탐방객의 반응이 놀람과 감탄이라면, 이보다 더 바람직하고 흐뭇한 일은 없겠다”라고 했다.

[인터뷰] '가보고 싶은 100대 정원' 정원사 김순현 목사
김순현 목사 ©김순현 목사 페이스북

청년 신학도 시절 김 목사는 감리교신학대학교를 졸업한 뒤 독일 유학을 떠나기로 결심할 만큼 독학으로 깨우친 독일어 실력은 출중했다고 한다. 실제 독일 신학자 에버하르크 베트게가 저술한 반(反) 나치운동가이자 신학자인 디트리히 본회퍼(1906-1945)의 전기를 2014년 국내 처음으로 완역하기도 했다. 그 밖에 ‘메시지 성경’(저자 유진 피터슨)의 공역에도 참여했다. 현재까지 번역본 10권 이상을 냈다. 김순현 목사가 대한민국 남쪽 끝자락인 여수에서 ‘정원 가꾸기’를 시작한 이유가 궁금해졌다.

김 목사는 “사람은 보이지 않고 조직과 기능만 살아 움직이는 교회, 잡음이 끊이지 않는 한국교회를 보면서 가장자리에서 수도자의 길을 걸어야겠다는 저의 결심이 유학의 꿈을 눌렀다”고 했다. 이어 “강릉 소재 대형교회의 부목사직을 거친 뒤 남해군 소재 남해고현교회에서 5년 동안 목회를 이어갔다”며 “빈 들이나 다름없는 그곳에서, 그곳을 가득 채우고 계신 하나님, 가장자리를 신적 중심으로 만드시는 하나님을 경험했다”고 했다. 그는 “지금의 돌산 갈릴리교회로 이동해 18년째 ‘비밀의 정원’을 일구며, 우정과 환대의 공간으로 만들고자 힘쓰고 있다”고 했다.

갈릴리교회 옆 해안도로를 따라 남쪽으로 약 500m 내려가면 굴전해안이 있다. 이곳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고니’라는 새의 도래지로 알려져 있다. 북유럽에서 주로 번식하는 고니는 매해 겨울마다 월동을 위해 이곳으로 날아온다고 한다. 환대의 공간을 만들고 싶다던 김순현 목사(55)의 인생도 지구 반 바퀴를 돌아온 고니를 품어주는 굴전해안을 연상케 했다.

[인터뷰] '가보고 싶은 100대 정원' 정원사 김순현 목사
탐방객들이 갈릴리교회의 비밀의정원을 구경하고 있다.©김순현 목사 제공

김 목사는 여수의 바다 바람을 마주하고 정원을 일구며 깨달은 하나님의 사랑에 대해 이렇게 전했다. 그는 마이스터 엑카르트(중세시대 영성가-기자 주)를 인용해 “하찮은 벼룩도 하나님 안에 있으면, 그는 천사보다 고귀하다. 하나님 안에서 만물은 평등하며, 만물은 하나님 자신이기도 하다. 하나님은 만물을 사랑하시되 피조물로 여기지 않고, 하나님으로 여겨 사랑하신다”고 했다.

그러면서 “하나님은 초록 땅별 구성원들에게 사랑과 자비를 고르게 베푸시는 분(마 5:45)이다. 이렇다 할 업적 없이 그저 숨만 쉬며 존재하는 사람에게도 하나님은 동등한 사랑을 베푸신다”며 “그러니 우리는 스스로 남과 비교하여, 남보다 잘났다고 우쭐대거나, 남보다 못났다고 주눅들 이유가 전혀 없다. 하나님 안에서는 모두가 평등하고, 모두가 하나님 나라의 중요한 구성원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인터뷰] '가보고 싶은 100대 정원' 정원사 김순현 목사
교회 입구를 꾸미고 있는 각종 꽃들©김순현 목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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