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트럴신학대학원에서 목회상담학 박찬영 교수
센트럴신학대학원에서 목회상담학 박찬영 교수

지난 해 시작된 코로나가 빠르게 전 세계를 강타하며 우리는 모두 감옥에 갇혀버렸다. 평범했던 일상을 빼앗긴 채 지난 일년을 어둡고 슬픈 소식들을 들으며 보냈다.

언제쯤 빼앗긴 일상을 되찾을 수 있을까? 아직은 누구도 확실한 답을 할 수 없지만 코로나 감옥에 갇힌 온 세상에 올해도 봄은 여전히 찾아왔다. 집 앞 노란 개나리를 시작으로 수선화, 매화, 벚꽃 뿐만 아니라 이름도 모르는 꽃들이 이 집 저 집마다 화사하게 만개해 봄 인사를 한다.

가게에는 꽃 모종과 화분들이 즐비하다. 백신접종과 함께 사람들의 얼굴에 웃음기가 돌아와 생기가 있다. 계절의 변화가 코로나블루로 우울한 사람들의 마음에 활력을 준다.

봄의 향기에 정신을 차려보니 우리 앞에 더 시급하고 심각한 기후 위기의 문제가 보인다. 최근에 본 한 편의 다큐멘터리와 이 글을 쓰는 중에 들은 뉴스는 필자에게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다시 일깨워줬다.

최근에 본 Seaspiracy (바다음모) 다큐멘터리는 이런 기후 위기가 인간의 탐욕이 빚어낸 결과라는 것을 생각하게 했다. 수산업 관련 회사의 고래, 돌고래, 상어, 참치 등 무분별한 어류 포획으로 바다 생태계가 무너져 2048년이면 바다가 사막화되듯 황폐화된다고 이 영화는 경고한다.

바다는 아마존 열대우림 보다 네 배나 더 많은 양의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대기 중에 산소를 공급해주는 인류의 생명줄과 같다. 단순한 해양 오염 문제의 심각성을 다루는 다큐인줄 알고 보았는데 바다 생태계 파괴가 지구온난화를 초래하는 주범 중 하나인 이산화탄소 흡수를 막아 기후 위기를 더 가속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5월14일자 뉴스에서는 아프리카 남동쪽 인도양에 위치한 섬나라 마다가스카르가 지구 온난화에 따른 가뭄으로 110만명 이상이 심각한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바닷물의 온도가 점점 더 높아지는 엘리뇨 현상으로 최근 3년 사이 강수량이 계속해서 줄어들어 극심한 가뭄이 지속되고 있다.

총 인구 2천5백만 명 가운데 75%가 농업에 종사하고 있어 가뭄으로 인한 심각한 기근으로 5세 미만 어린이 18만 명이 급성 영양실조에 시달리고 있으며, 75%의 어린이들이 학교를 결석하고 길거리에서 음식을 구걸하고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다. 기후 위기로 인한 피해는 어느새 우리 주변에서 너무 자주 접하고 있다.

기후위기, 기후비상사태

2021년 1월에 세계경제포럼(WEF)은 각 분야 전문가 84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세계 위험 인식 설문 조사 결과를 분석한 '2021 세계 위험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가장 큰 위험 요소는 환경문제로 그 중에서도 기후 위기가 지목됐다.

COVID- 19로 이미 경험한 것처럼, 기후대응 실패도 전염병처럼 발생 시 파급력이 큰 위험요인이다. 그래서 이미 언론에서도 '기후변화'라는 말 대신에 '기후 비상사태, 기후 위기, 기후 붕괴'와 같은 용어들을 사용하고 있다. 기후 비상사태는 '기후 변화를 완화시키거나 중단시키고, 그로 인해 되돌릴 수 없는 환경적 피해를 피하기 위해 긴급조치가 필요한 상황'으로 정의된다.

얼마전 BioScience에 실린 153개국 11,258명의 과학자들이 서명한 공동선언문에 "과학자들은 인류에게 치명적인 위협에 대해 인류에게 분명히 경고해야 할 의무가 있다. 지구는 기후 비상사태이다."라고 선언했다. 이런 기후 위기는 사람들의 신체건강에 상당한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필연적으로 같은 동전의 다른 면처럼 정신건강에도 영향을 준다.

기후위기와 정신건강

필자가 속해 있는 VIPCare 상담소에서 지난 한 해 코로나 팬데믹 상황 속에서 상담소를 찾아온 대면, 비대면 내담자 수를 코로나 전과 비교해 보았더니 20% 이상 늘었다. 팬데믹 위기상황 속에서 더 많은 사람들이 정신적인 고통을 겪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코로나보다 더 심각한 기후위기가 정신건강을 위협하는 요소 중 하나라는 점이 이제 널리 인정되고 있다. 코로나가 시작되기 전인 2019년 9월에 카이저 가족 재단과 워싱턴 포스트가 실시한 기후변화에 대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설문에 참여한 미국 청소년들57%가 기후변화가 그들을 두렵게 만들고 있다고 느낀다고 대답했다. 또한 코로나가 한창일 때인 2020년 10월에 영국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 참여한 성인 중 55%도 기후변화가 자신들의 정신건강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대답을 했다.

위기에 직면했을 때 사람들이 경험하는 일반적인 고통에 덧붙여서, 기후위기는 갈등을 부추기고 공격성을 높이고, 알츠하이머 등 신경정신질환에 걸릴 확률을 높일 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의 불안과 우울증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진단이 2017년 미국에서 열린 '기후 및 건강 회의'에서 나왔다.

지구온도의 상승은 지난 20여년간 더 빈번하게 그리고 더 강력한 홍수와 허리케인과 같은 기후재앙을 가져왔다. 지난해 2020년은 미국 허리케인 시즌 역사상 30회로 가장 많은 열대성 폭풍이 발생한 한 해로 기록됐다. 점점 폭풍의 강도와 빈도, 지속시간이 길어지면서 인명피해 및 재산피해의 규모도 커지고 있다.

사람들이 이런 충격적인 재앙들에 직접적으로 노출되었을 때 정신건강에 영향을 받는다. 어떤 사람은 기후재앙 속에서 사랑하는 사람들이 다치거나 죽는 것을 목도하기도 하고, 때론 자신이 생명의 위협을 경험할 수도 있다. 이런 기후재앙을 경험한 사람들은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게 되는데 이것이 심해지면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PTSD)이나 우울증 또는 불안증으로 정신건강에 이상을 겪게 된다.

폭염(heatwave)이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실업으로 인한 영향과 맞먹는다고 한다. 캐나다에서 실시한 한 연구에서는 일반적으로 폭염 기간에는 응급으로 정신과치료를 받는 환자들이 29% 더 늘고, 심리장애로 병원 입원율도 증가했다고 한다. 또다른 연구는 조울증을 앓고 있는 환자들이 폭염이 지속될 때 병원진료를 더 많이 받으러 오는 경향이 있다고 보고했다. 극심한 폭염이 사람을 쉽게 스트레스 받게 하고 화나게 만들 뿐만 아니라 때로는 섬망현상, 정신착란 상태, 불안과 정신적 고통까지도 야기할 수도 있다.

또한 열대야(Night-time heat)로 인한 수면장애가 정신건강을 더 악화시키기도 하고, 일부 향정신성 약물은 폭염 속에서는 효력을 발휘하지 못해 정신건강을 더 악화시킨다. 폭염과 자살율의 상관관계를 조사한 연구에 의하면 더위가 심해질수록 자살 빈도가 높아지고, 월 평균 기온이 1도 올라갈 때마다 자살률도 함께 상승했다고 보고한다. 앞에서 언급한 마다가스카르처럼 지속적인 기온상승은 농작물 수확량을 감소시켜 극심한 기근과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농부들의 자살률을 증가시키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이처럼 기후위기로 인한 기온상승은 정신건강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폭염이외에도 정신건강에 영향을 주는 기후위기 관련요소가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2018년6월에 발행한 '기후변화에 대한 국민의 인식과 국가의 역할'이란 보고서에 따르면 국민들이 체감한 바 있는 대기오염, 미세먼지, 폭염과 같이 직접적으로 단기간에 발현되는 건강 이상에 대한 인식은 높지만, 기후변화가 심혈관계질환, 정신건강 등 만성질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인식이 낮은 편이다.

하지만 기후변화로 대기오염이 점점 심해져 황사 현상, 스모그현상, 미세먼지로 사람들의 불쾌지수가 높아지고, 우울, 불안 그리고 자살을 포함한 다양한 정신건강 문제를 겪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더 나아가 대기오염이 치매와 관련성이 있을 수 있다. 영국에서 50-70세 연령의 환자 13만 천명의 건강기록을 살펴본 결과 대기오염이 가장 심각한 지역에 사는 환자들이 치매 진단을 받는 비율이 40% 더 높게 나타났다. 대기 오염물질들은 뇌를 포함한 사람 몸 안의 다른 모든 장기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놀랄 만한 결과는 아니다.

정부, 공동체, 개인의 노력

지금까지 살펴본 대로 기후위기는 이미 정신건강에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기후위기가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준비와 대책이 정부, 공동체, 그리고 개인적 차원에서 필요하다.

먼저,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 기후위기로 초래되는 재난사고에서 가장 심각한 타격을 입는 대상은 어린이들과 노약자들, 정신적인 질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 임산부들, 경제적으로 가난한 사람들, 사회적 약자들이다. 그런데 세계경제포럼(WEF)의 보고서는 팬데믹 이후 빈곤과 불평등을 줄이려는 시도가 퇴보하고, 국제 협력을 비롯한 사회적 연대도 느슨해지고 있는데 이런 현상이 기후 위기와 같은 장기적인 위험 대응에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므로 빈곤과 불평등을 줄이기 위해 정부가 사회 복지 정책 보완과 위기대응팀을 가동해 도움의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이 없도록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이에 덧붙여 공동체로서 사회 구성원들의 공감능력이 필요하다. 전 세계적 기후위기를 공감하고 위기로 느낄 수 있는 사람 만이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향한 공감이 능력을 발휘하려면 불쌍히 여기는 마음과 더불어 실제적인 도움을 주려는 행동이 수반되어야 한다. 기후위기에 공감하는 사람이라면 이제 행동에 나서야 한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대책은 우리 안에 기후위기에 대한 회복탄력성(resilience)을 키우는 것이다. 사람이 전 지구적인 수준의 환경 재앙에 직면했을 때 슬프고, 우울하고, 분노와 불안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런 감정에 압도되어 마비가 되어버린다면 그런 감정들은 도움이 될 수 없다.

회복탄력성이 있는 사람은 이런 일시적인 감정들에 압도당하지 않고 다시 정상적인 감정으로 돌아와 일상생활을 할 뿐만 아니라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더 성장하기도 한다. 우리 안에는 위기와 고난에 직면했을 때 놀라울 정도로 저항력과 회복성을 보여줄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기후 위기 속에서 회복탄력성을 높일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들은 단호하게 현실을 수용하고, 인생은 의미로 가득 차 있다는 깊은 믿음을 갖고, 독창적인 방법으로 상황에 대처하고, 주의를 돌려 긍정적인 사고를 하며, 유머와 스트레스 완화를 위한 호흡과 명상을 하고, 주변에 친밀하고 의미 있는 관계를 만들고, 마지막으로 말씀과 기도훈련을 열심히 하는 것이다.

마음 관리가 필요한 시기

이제 코로나 감옥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지만 이보다 더 끔찍한 기후위기라는 감옥이 우리의 일상을 무너뜨리고 우리의 정신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인류가 그동안 저질러 온 잘못된 일에 대한 응보이자 자연의 복수이기도 하다. 감옥 탈출의 답은 우리 인류가 함께 찾아야 한다. 자녀세대를 위한 부모세대의 책임이요 마지막 때까지 이 땅을 정복하고 다스릴 책임이 우리에게 주어졌다. 기후위기에 맞서 자연의 회복과 더불어 각자 자신의 면역력을 높여야 한다. 기후위기의 감옥에 갇혀 있다고 해서 마음과 정신까지 무너지지 않도록 마음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밖을 보라. 마침내 봄은 왔다. 그리고 봄 꽃의 향연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집 뒷마당에 장미가 피고 지인의 페이스북을 통해 본 고국 시골 산에는 찔레꽃이 이제 막 한창이고 아카시아 꽃과 이팝나무 꽃들이 지금 만개하고 있다. 이글을 읽는 모든 분들이 주님이 오실 때까지 몸과 마음과 영혼이 강건하기를 바란다.

박찬영 교수(센트럴신학대학원 목회상담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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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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