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트럴신학대학원 구약학 강화구 교수
센트럴신학대학원 구약학 강화구 교수

잠깐이면 지나가리라 예상했던 코비드19 팬데믹 상황은 벌써 일 년을 훌쩍 넘기고 있지만, 일상으로의 회복은 여전히 요원해 보인다. 전염병은 하나님께서 특정한 나라를 향해 주신 심판이라는 주장도 있었지만, 이 상황은 전 세계에 보편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이 되고 말았다. 코비드19 이전에도 유사한 전염병은 계속되어 왔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문제는 그러한 전염병이 반복적으로 인류를 위협하고 있다는 점이고, 그 위기감은 인류 멸망의 이유 중의 하나로 바이러스를 꼽기도 한다. 전 세계가 하나의 마을처럼 가까워진 상황에 앞으로 인류가 바이러스에 대해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면 더 큰 재앙으로 다가올 가능성은 한층 더 높아졌다.

성경에서 전염병은 하나님께서 타락한 백성들에게 내리는 언약적 심판의 하나로 언급된다(신28:21; 렘21:6-7; 29:17-19). 때로 전염병은 이스라엘의 대적자를 향한 하나님의 심판이기도 하다(시78:50; 겔28:23). 그렇다고 해서 현재 경험하는 팬데믹 상황이 어떤 특정한 사람이나, 공동체의 죄에 대한 하나님의 심판으로 단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구약 성경 역시 인간의 실수나 자연적인 재해로서 전염병의 가능성을 인정하기 때문이다(시91:3).하지만, 모든 형태의 전염병의 전제는 첫 사람 아담과 하와의 타락의 결과라는 점이다.

하나님께서 세상을 창조하시고, 모든 것이 보시기에 좋다고 하셨지만, 인류가 타락한 이후 피조 세계에는 죽음이 찾아오게 되었다. 땅은 저주를 받았고 인류는 땅으로부터 소산을 얻기 위해서는 평생 이마에 땀을 흘려야만 했다. 게다가 땅은 인류에게 과실이 아니라, 오히려 가시와 엉겅퀴를 내게 되었다(창3:16-18). 가인으로 말미암아 타락이 깊어 졌을 때는 그 강도가 더 심해졌다. 땅은 가인이 밭을 갈아도 더 이상 그 열매를 주지 않았고, 그 결과 가인은 땅에서 유리방황하는 존재가 되고 말았다(창4:11-12). 죄는 창조 질서의 광범위한 파괴를 가져왔다.

특히 코비드19 바이러스는 박쥐로부터 인간에게 전염되었다는 주장이 힘을 얻은 상태다. 인간들의 인구 조밀화, 무분별한 개발로 말미암아 동물들은 끊임없이 거주지를 빼앗기고 멸종의 위기에 내몰리고 있으며, 동물들을 적절하지 않은 방식으로 취식함으로 인류는 스스로를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 학자들은 인간에게 발생하는 바이러스의 약 70% 정도가 동물로부터 전염되었다고 말한다.

하나님께서는 인간을 당신의 형상대로 만드신 이후에 창조 명령을 주셨다.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 땅을 정복하라 바다의 물고기와 하늘의 새와 땅에 움직이는 모든 생물을 다스리라" (창1:28).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 받은 인류는 이 세상에서 하나님의 대리인으로 하나님께서 지으신 피조 세계를 적절하게 다스리고, 하나님께서 아름답다고 평가하신 이 세상을 더욱 아름답게 지켜가야 할 책임이 있었다. 당연히 인간의 욕심과 필요에 따라 피조 세계를 마음대로 소비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인류는 피조 세계 속에 거하며, 피조 세계를 적절하게 사용하고 다스리도록 부름 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하나님께서 세상을 올바르게 다스리도록 하신 명령을 적절하게 수행하지 못하고 자신들의 탐욕을 채우기 위해 피조 세계를 마음대로 사용하고 파괴했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피조 세계로부터 오는 광범위한 전염병의 위험에 더 노출되고 말았다고 볼 수 있다. 전 세계가 팬데믹으로 말미암아 고통받고 있는 이 시점에도 다른 한편으로 인간들의 탐욕은 피조 세계를 파괴하는 일에 혈안이 되어 있다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인간의 죄와 과도한 탐욕은 결국 온 우주 만물이 탄식하게 만들었다.

피조물이 허무한 데 굴복하는 것은 자기 뜻이 아니요 오직 굴복하게 하시는 이로 말미암음이라 그 바라는 것은 피조물도 썩어짐의 종 노릇 한 데서 해방되어 하나님의 자녀들의 영광의 자유에 이르는 것이니라. 피조물이 다 이제까지 함께 탄식하며 함께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을 우리가 아느니라 (롬8:20-22)

피조 세계가 탄식하고 죄의 결과로부터 자유로워질 날을 기다리고 있다. 피조 세계의 탄식은 죄의 결과다. 피조 세계가 고대하는 자유의 날은 그리스도로 말미암는 구속의 날이다. 그리스도의 십자가로부터 시작된 구속의 드라마는 피조물에게도 회복의 사인이 되어야 한다.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님의 원래 창조의 목적을 완성해 가야 하는 것처럼, 회복된 그리스도인들은 피조 세계에 대해서도 책임 있는 관계를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 회복의 차원에서 그리스도인들은 피조 세계를 적절하게 다스려야 할 책임을 가진다는 뜻이다.

초기에는 After Covid를 대비해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가졌으나, 이제 우리는 With Covid 시대를 이야기하고 있다. 이러한 자연 재해가 사실은 우리 인간들의 끝없는 탐욕으로 말미암아 피조 세계를 파괴한 것에 기인한다고 인정한다면, 이제 우리는 자연 속에서 자연과 함께 살아가며, 그 속에 담겨진 하나님의 원래 계획을 찾아야 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하나님의 창조 명령의 본질을 다시 주목하고, 구속받은 백성으로서 그 창조 질서를 회복하는 일에 힘을 쏟아야 할 때다. 사스와 신종플루, 메르스와 에볼라, 코비드에 이르기까지 바이러스의 창궐은 그 주기가 점점 짧아지고 있다.

앞으로 언제든지 다시 또 다른 형태의 바이러스를 만날 가능성은 매우 높다. 또한 지난 백 년 동안 지구의 온도는 가파른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학자들에 따르면, 향후 10년 동안 현재의 패턴이 유지된다면 지구는 돌이킬 수 없는 큰 재앙을 겪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Covid19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의 큰 기후 재앙이 뒤따를 것이다. 지금 Covid19의 경고를 애써 무시하고 백신과 치료제를 통해 현재 상황을 넘기는 것에 만족한다면, 멀지 않은 장래에 우리는 더 위험하고 광범위한 팬데믹을 다시 경험하고야 말 것이다. 최악은 아직 오지 않았다.

강화구 교수(센트럴신학대학원 구약학)

  • 네이버 블러그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강화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