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지호 의사
문지호 의사(성과학연구협회)

최근 방송인 사유리(41·후지타 사유리)가 출산 소식을 알렸다. 초저출산 시대에 홀로 용기 있는 선택을 한 아기 엄마에게 축하와 지지가 이어졌다. 하지만 그녀가 택한 비혼 출산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비혼 출산이란 결혼하지 않은 여성이 익명의 정자를 기증 받아 임신하는 것이다. 의학적으로 비배우자 인공수정(artificial insemination by donor, AID)이라 불린다. 본래 무정자증 같은 남성이 원인이 되는 불임부부를 위해 1960년대 미국에서 시작되었다. 남편이 아닌 타인의 정자를 기증 받아 아내의 자궁에 주입하는 것이다. 이미 동물 사육에 사용하던 기술을 인간에게 응용한 것이다. 국내 의료기관에서는 혼인관계에 있는 부부만을 대상으로 하기에 결혼을 안 한 사유리는 일본으로 건너가 시술을 받았다.

사유리는 낙태를 여성의 권리로 인정하라는 것처럼 비혼 출산도 권리로 인정하면 좋겠다고 했다. 마치 불법에 대항하는 정당한 어머니의 요구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말에는 아기를 내 권리로 선택 가능한 어떤 것쯤으로 여긴다는 전제가 깔려있다. 낙태를 주장하는 자들과 똑같다. 태중의 아기는 독립된 생명이 아닌 나의 선택에 의해 없앨 수도 있고 낳을 수도 있는 존재라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국민의 인식이 변하고 있다며 자기결정권을 위한 비혼 출산의 법제화에 나선다고 한다. 과연 인식이 변하면 비혼 출산은 옳은 것이 될 수 있을까? 결코 그럴 수 없는 이유가 있다.

첫째, 하나님의 창조 질서를 무너뜨린다.

태초에 하나님은 남자와 여자를 창조하시고 결혼이라는 제도를 통해 완전한 가정을 만드셨다. 하나님은 여자에게 먼저 아내가 되어 사랑 받을 권리를 주셨다. 그리고 사랑의 열매로 아이를 잉태하게 하셨다. 하나님의 창조 질서는 여자가 남편 없이 홀로 아이를 낳게 하지 않으셨다. 자기결정권이라며 결혼하지 않고 아기를 갖는 것은 창조 질서를 무너뜨리는 일이다. 하나님을 대적하는 것이다. 심판을 피할 수 없다.

둘째, 사회 질서를 어지럽혀 가정을 무너뜨린다.

우리 사회의 근간은 결혼을 통해 이루어진 가정이다. 결혼을 통해 성(性)윤리가 지켜지고 가정은 부부의 질서 속에서 건강한 사회 구성원을 양육할 수 있다. 모든 국민은 이 질서 속에서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 헌법은 사회질서를 어지럽히는 권리를 허용하지 않는다. 비혼 여성의 출산 권리를 허용한다면 아내 없이 아기를 가지려는 남성의 요구도 허용해야 한다. 또한 동성애자 커플의 출산할 권리도 인정해야 한다. 비혼 가정은 한부모 가정이나 조손 가정과 같은 ‘다양한 가족 형태’와 거리가 멀다. 건전한 가족관을 붕괴시켜 가정과 사회 질서를 심각하게 훼손한다.

셋째, 안정성에 문제가 있다.

정자 기증은 크게 어렵지 않다. 음란물이 틀어져 있는 작은 방에 들어가 정액을 체취하면 된다. 정자 제공자에 대해서는 혈액형과 함께 간염, 매독, 에이즈 등 성병 검사만 진행할 뿐이다. 남성의 질병상태나 신체적·정신적 결함에 대해서는 알 수가 없다. 2020년 9월 미국에서는 정신병을 가진 전과자가 스스로를 천재라며 정자를 기증해 36명의 아빠가 된 일이 일어났다. 비혼 출산은 의학적 안정성을 보장할 수 없다. 동일 기증자에 의한 자녀수가 많아질 경우 근친혼이 발생할 수 있다.

넷째, 아동의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한다.

사람에게는 부모를 알 권리가 있다. 인격을 형성하는 가장 기초적인 지식이기 때문이다. 아동권리협약은 아동이 부모를 알 권리와, 양쪽 부모의 공동 책임 하에 양육 받을 권리를 보장한다. 아빠의 기원을 모르면 아동기에 심각한 정체성 혼란이 온다. 나라에 따라 18세가 되면 정자 공여자의 신원을 공개하기도 하지만 친부에 대한 근원적인 단절감은 해소되지 않는다. 그리고 대부분 공여자는 신원 공개를 꺼린다. 호주 주정부가 정자기증자 신원공개를 추진했을 때, 60대 교수는 24명의 생물학적 자녀들이 찾아올까봐 크게 불안해한다고 한 매체는 전했다.

다섯째, 우생학과 상업화를 막을 수 없다.

대한의사협회 윤리지침은 정자와 난자의 매매를 원칙적으로 금한다. 그러나 미국과 덴마크 같이 세계적으로 정자를 수출하는 나라는 사정이 다르다. 질 좋은 정자를 원활이 공급받기 위해서는 기증자에게 돈을 지불해야 한다. 캘리포니아 정자 은행은 단순히 불임부부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 성별은 물론 생김새와 키, 머리색까지 맞춤형 정자를 제공하여 2세를 선택할 수 있게 했다. 이를 위해 기증자들을 까다롭게 선발하고 수백~수천달러에 정자를 판매하고 있다. 한번 무너진 윤리의식은 고삐 풀린 망아지 같다. 2007년에는 정자 뿐 아니라, 아예 수정 된 배아까지 판매하기 시작했다. 인간의 존엄성은 붕괴되고 있다. 배아를 사고파는 21세기 인신매매의 현실을 우리는 마주하고 있다.

난임 가정에 인공 출산을 가능하게 한 보조생식술은 하나님께서 주신 은총이다. 이 기술은 반드시 결혼한 부부 안에서 행해져야 한다. 이 기준을 어기는 순간 창조 질서를 거스르게 되고 결국은 사회 질서가 붕괴된다. 비혼 출산을 법제화하려는 시도는 기준을 무너뜨리는 심각한 악행이다. 절대로 해서는 안 될 일이다. 우리가 하나님의 진리를 양보하는 순간, 인본주의가 점령할 것이다. ‘해야 할 일과 말아야 할 일’을 구분하지 못하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자기결정권이라고 주장할 것이다. 사탄은 낙태도, 비혼 출산도 권리라고 사람들을 속이고 있다. 하나님의 형상을 닮은 우리를 동물처럼 생식의 도구로 전락시키려 한다. 이제 성도들은 입을 열어 거짓과 싸우고 생명의 법을 전해야 한다. 하나님 안에서 진정한 생명의 권리가 무엇인지 세상 사람들에게 말해야 한다. 하나님의 질서 안에서 결혼생활의 자유와 자녀 양육의 권리를 누릴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

문지호(의료윤리연구회 회장, 명이비인후과 원장)

  • 네이버 블러그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문지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