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3차 유행이 수도권을 벗어나 전국적인 확산추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 3월 이후 처음으로 신규 확진자가 사흘 연속 500명 이상을 기록하면서 정부는 29일 중대본 회의를 열어 최근의 심각한 상황에 대한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이런 추세로 볼 때 앞으로 하루 확진자가 1,000명대로 늘어나는 것도 시간문제라는 전문가의 경고가 잇따르면서 불안감과 피로감이 동시에 사회 곳곳에 엄습하고 있다. 이는 정부가 코로나19 방역을 근시안적이고 때론 정치적으로 원칙없이 오락가락하는 바람에 방역에 구멍이 뚫리고 그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에게 전가되고 있다는 불만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런 가운데 방역 당국이 부족한 병상 문제 해결을 위해 코로나19 무증상·경증 환자의 ‘자가 치료’를 추진하겠다고 해 논란이 되고 있다. 자가 치료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병원·시설에 입원하지 않고 집에서 치료를 받게 하는 조치다.

중대본 임숙영 단장은 28일 정례브리핑에서 ‘자가 치료’와 관련해 구체적 방안을 의료계와 협의하고 있다고 운을 뗐다. 임 단장은 “자가 치료는 확진자가 폭증하는 상태에서 병상 부족이 우려될 때 도입할 수 있을 것”이라며 “무증상 또는 경증 환자를 대상으로 시·군·구 보건소가 모니터링하고, 증상이 악화하면 병원 이송을 담당하는 체계를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했다.

방역당국이 코로나19 확진자를 집에서 치료토록 하겠다는 방안은 신규 확진자가 폭증해 이들을 수용할 병상이 부족해질 경우를 대비한 조치로 아직은 내부 검토 중이라는 게 중대본의 설명이다. 그러나 구상과 검토를 마쳤다면 하루 1천명 이상 확진자가 발생하는 대유행기에 접어들게 될 경우 ‘자가 치료’가 어쩔 수 없는 대안이 될 것이라는 말로 들린다.

그런데 이 말은 자칫 정부가 경증 환자는 치료를 포기하고 스스로 나을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말로 해석될 수도 있다. 아무리 아직 마땅한 치료방법이 없는 상황이라도 병상이 아닌 ‘자가 치료’는 사실상 환자를 방치하는 것에 불과하다. 스스로 병을 이겨낼 수 있다면 다행이지만 만에 하나 증상이 갑자기 악화돼 병원 이송도중 사망하거나 후에 심각한 후유증이 나타나게 된다면 책임 소재에 따른 복잡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정부가 그 정도로 위험 부담을 떠안으면서까지 이런 방안을 검토했을 리 만무하다는 전제 하에 두 가지를 가정할 수 있다. 국내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할 병상을 더 이상 늘릴 수 없는 한계치에 도달했거나, 아니면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의 위험성이 지나치게 부풀려졌거나이다.

전자의 경우는 아무리 환자가 늘어나도 최소한 ‘자가 치료’보다 나은 의료시설은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확충할 수 있다. 그러나 만약 후자라면 병상이 아닌 집에 가만히 있어도 얼마든지 나을 수 있는 병에 대해 정부가 위험성을 부풀려 국민을 상대로 여지껏 ‘방역 정치’를 해 온 것을 인정하는 셈이 된다.

정부가 ‘자가 치료’를 검토한 것만 가지고 코로나19가 위험한지 덜 위험한지를 판단할 근거가 될 수는 없다. 그러나 일부 교회에서 확진자가 나왔다고 6만여 모든 교회의 주일예배를 금지한 정부와 지자체는 그런 강압적 조치에 대한 분명한 근거를 대야 할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또 교계 지도자들 앞에서 “코로나19는 과학”이라고 했던 문 대통령과, 국회에서 8.15, 개천절 집회 주최자를 “살인자”라 칭하며 호통쳤던 대통령 비서실장의 앞뒤가 다른 말에도 적절한 해명이 필요해 보인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일부 의원들은 한술 더 떠 지난 8~9월에 방역과 관련, 처벌 수위를 높이는 법률안을 9건이나 줄줄이 발의했다. ‘자가 격리 위반이나 대규모 집회에 참석하는 행위 등을 할 때, 징역형에 대한 가중처벌과 손해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정부의 방역 조치를 방해하는 자는 징역형의 가중처벌과 손해액의 3배까지 손해배상 청구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 등이다.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감염병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고 차단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런 법률안을 대표발의한 것이겠지만 ‘자기 격리’로도 얼마든지 치료가 가능한 병이라면 말이 달라진다. 국민을 상대로 징역형, 가중처벌, 3배 손해배상 청구 등 징벌을 과도하게 남발하는 자체가 국민을 겁박하고 공포감을 조성하는 것이다.

대다수 국민들은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에 대한 위험성이 정부당국에 의해 과도하게 부풀려졌다고 믿지 않는다. 보수집회는 차벽까지 쌓아 엄단한 정부가 진보집회는 너그럽게 눈감아 준 것에 대해 방역을 빙자한 편 가르기라는 비판적 여론에도 불구하고 그럴 만한 말 못할 사정이 있을 것이라고 믿고 싶어 하는 국민도 적지 않다.

그러나 한 때 k-방역이라고 세계에 자랑한 것도 엄밀히 따져보면 국민들의 일방적인 인내와 희생이 없이는 불가능했다. 방역의 공은 정부에게, 모든 과, 즉 고통과 희생, 책임까지 국민에게 돌아가는 방역은 정치적으로도 성공할 수 없다.

만약 정부가 코로나19에 대한 위험성을 과도하게 부풀려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는 것이라면 미국 등의 치료백신 개발로 곧 대단원의 막이 내릴 날이 머지않았다. 그 때가 되면 코로나19 확산의 진원지를 중국 ‘우한발’이 아닌 ‘대구발’, 또는 ‘교회발’로 규정했던 정부와 여권, 일부 언론의 방역 편가르기도 국민들의 가슴속에 ‘정부발’로 각인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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