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의 흔적
제이워십의 ‘꽃들도’ 편곡자인 피아니스트 겸 편곡자 곽원일(왼쪽)과 리더 주흔 씨. ©주님의 흔적 제공

‘주님의 흔적’(주흔·곽원일)이 CCM 시장을 염려하며 최근 많은 비용을 들여 싱글 앨범 ‘행하는 믿음’을 발매했다. 이 팀은 이번 앨범을 제작하면서 1곡당 보컬에는 50만 원을, 아트워크에는 착수금과 사용료를 포함해 100만 원을 지불했다. 특히 아트워크에 이 정도 비용을 지출하는 것은 대중가요에서도 보기 드물다.

주님의 흔적 멤버인 주흔 씨는 사르밧 과부가 엘리야에게 마지막 양식을 내어놓았을 때 하나님께서 양식을 마르지 않게 하신 것처럼, CCM 제작에 있어서도 재정을 내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것은 믿음의 행위이며 이런 문화가 자리잡혀야 한국의 찬양사역이 살아나고 기독교 문화 또한 발전할 수 있을 거라고 강조했다. CCM 시장이 살아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앨범을 제작했다는 ‘주님의 흔적’을 직접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아래는 일문일답.

-2017년부터 ‘주님의 흔적’으로 앨범을 내고 있는데요. ‘주님의 흔적’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저는 2015년부터 주흔이라는 이름으로 대중을 위한 CCM 곡을 발매해오다가 2017년부터 ‘하나님 이 나라 이 민족’으로 찬양곡을 발매하기 시작한 ‘주님의 흔적’의 주흔입니다. 2016년에 가수 김범수 등 유명 아티스트와 작업 경력이 있고 제이워십의 ‘꽃들도’ 편곡자이기도 한 피아니스트 겸 편곡자 곽원일 씨와 결혼하며 주님의 흔적이 팀을 이뤘어요. 제 소개를 하려면 먼저 그동안 겪었던 어려움에 대해 말씀 드려야 할 것 같아요. 다른 분들도 어려움이 많겠지만 저도 많은 아픔을 겪으며 오늘의 이 자리까지 오게 됐어요.

저는 하나님을 27살에 인격적으로 만났어요. 유치원생부터 교회를 다녔지만 대학생이 되어서는 교회에 대한 반감이 너무 심해졌어요. IMF시대에 힘든 마음에 스무살부터 교회를 안나가기 시작했는데 7년 정도 시간이 지나니 하나님과 친해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졌어요. 헤리티지 매스콰이어 오디션을 보러 가면서 하나님께 그동안의 삶을 회개했어요. 저에게 한번만 더 기회를 주시면 제가 하나님이 시키는 일만 하고 살겠다고 기도했어요.

그리고 높은뜻숭의교회 찬양팀에 지원하여 매일 같이 새벽기도를 다니며 열심히 사역을 했어요. 하나님이 나를 깨끗케 하셨다는 마음에 주님과 첫사랑에 빠져 살았어요. 나같이 더럽고 추한 자를 위해 죽으신 주님의 사랑이 너무 감사했어요. 주님은 저에게 제가 아름답다고 하시고 제가 리더의 리더가 될거라는 소망을 주셨어요. 그것은 엄마와 같은 것이며 길러내는 일이라고 하셨어요. 그리고 화려하지 않으며 드러나는 일이 아니라는 것일고요. 또 하나는 리더를 알아보고 키워내는 요나단 같은 사람이라고 해주셨어요. 주님의 흔적 작업을 하면서 이때 주셨던 마음이 생각났어요. 리더의 리더. 곡을 제작하는 프로듀싱 일이라는 것을 알겠더라고요.”

-찬양팀을 한참 열심히 하다가 쓰러지셨다고요.

“2011년 교회 사역을 한참 하고 있던 어느날 극도의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쓰러졌어요. 그때까지 400~500명 성도 앞에서 찬양 인도를 하고 회계와 행정 봉사를 했어요. 예수전도단에서 교육도 받고, 헤리티지 매스콰이어 1기 멤버로도 활동했었고요. 그때 ‘오직 주로 인해(Because of who you are)’등의 번안에도 참여했었죠. 처음엔 감사한 마음으로 시작했으나 사람들 앞에서 찬양하는 게 부담이 많이 되었던 것 같아요. 그당시 과연 내가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 것인지 현실을 도피해서 교회에 와 있는 것인지, 아니면 혹시 종교에 맹목적으로 중독되어 있지는 않은지 고민이 들기 시작했고 그 고민이 심각해 질 때쯤 몸이 아주 많이 아팠고 갑자기 쓰러지게 되어 사역 또한 멈추게 되었습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남편 곽원일 씨는 어떻게 만났나요?

“남편은 서울예대 99학번입니다. 수석 입학한 인재인데 2008년에 같은 교회를 다니면서 알게 됐어요. 저의 데뷔 싱글을 작업하면서 주흔이라는 이름도 함께 만들었고요, 제 노랫말이 어떤 삶의 배경과 철학 안에서 쓰였는지를 가장 잘 이해하는 뮤지션이에요.”

-주흔이란 이름을 짓게 된 이유는요?

“주흔은 아주 흔한 이야기라는 의미로 지었어요. 내 안에 주님의 흔적이 많다는 뜻도 있지만요. 제가 아파서 어떠한 일도 할 수 없던 시절이 있었어요. 그 첫 4년 동안, 하나님께서 모든 종편의 시사 프로를 섭렵하게 하시는 등 세상의 면면을 알게 하셔서 지금의 곡을 만드는 밑거름이 된 거 같아요. 지금도 수많은 어려움과 고통 가운데 있지만 하나님은 완벽하시고 저를 가장 좋은 길로 인도하고 계시다고 믿어요. 하나님의 이끄심으로 만들어갈 앞으로의 곡들도 기대해주시면 좋겠어요.”

-보컬로 참여한 김희은 씨 소개 부탁드립니다.

“노래로 참여한 김희은 씨는 캐나다 University of British Columbia 와 Capilano University에서 재즈피아노와 음악교육을 전공했고요. 캐나다와 미국에서 다양한 찬양사역 및 김범수, 더원 등 많은 아티스트의 콘서트 세션으로 활동했으며 여러 보컬 대회에서 수상경력을 가지고 있는 인재입니다. 2018년에는 가스펠스타C 탑10으로 입상한 것을 계기로 한국에서도 찬양 사역을 이어갔으며 최근엔 여성듀오 'Joy Avenue(조이애비뉴)'를 결성하여 하나님의 사랑을 찬양으로 전하고 있습니다.”

-공동 작사가로 참여한 양종길 씨에 대해서도 소개해주세요.

“교회 찬양단에서 드러머로 사역했고 기타 연주와 함께 예배를 인도하는 찬양사역자이기도 합니다. 호주 멜번의 'Divinity of Uinversity'의 'Whitley College'에서 신학을 전공하고 '좋은교회(Good-Church)'를 개척하여 목회와 기독교 대안학교 사역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한국에 귀국 후 포항에서 '굿티쳐 어학원'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어요. 주일에는 '포항성결교회' 고등부 전도사로 말씀 사역과, 캄보디아 이주민 예배를 인도하고 있어요.”

-주님의 흔적은 앞으로 어떤 음악을 만들고 싶은가요?

“저는 주흔과 주님의 흔적으로 활동하고 있는데요. 주흔으로는 ‘가시나무’ 같이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지는 CCM을 발표하고 싶고 크리스천만 듣는 음악이 아닌 세상 사람들이 듣는 음악을 하고 싶습니다. ‘주님의 흔적’은 많은 사람들이 예배에서 부르는 곡을 만들고 싶습니다. 특히 가사만 들어도 곡을 잘 이해할 수 있는 곡을 만들고 싶어요.”

-주흔 님이 음악작업에서 남다르게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고요?

“크리스천 곡 작업을 하면서 과연 믿음의 행위가 뭘까를 고민했어요. 그러면서 중요한 가치 하나는 대중음악계에서 하는 작업처럼 페이를 정확히 집행해야겠다는 확고한 생각이 들었어요. 최상의 것으로 하나님께 드리고 싶은데 그렇다면 함께 작업하는 이들도 그렇게 대우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교회 일을 그만두고 세상에서 일을 해보니 사역자의 삶은 온실의 화초 같은 삶이란 것을 느꼈어요.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제가 아는 사역자들은 자신들이 온실에 있는 줄 몰라요. 그러니 거칠게 살아온 청년들을 이해하지 못하고 보듬어 주지 못하는 게 너무나 안타까워요. 청년들이 새벽부터 일어나 지옥철을 타고 출근해 힘들게 일하다가 주일에 교회에 가서 또 일을 하는 건데 그 수고를 알아주면 좋겠어요.

그리고, 교회에서 교회음악과 졸업생들을 고용할 게 아니라면 교회음악과는 왜 있는 것인지 모르겠어요. 최저임금도 안주고 일을 시키고요. 전공을 한 싱어들임에도 아예 못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들도 가수가 되기 위해서 중학생 때부터 레슨비를 들여가면서 배운 것이니 월급을 줘야 해요.

찬양사역자들끼리도 서로 음악작업을 하면서 서로 페이를 안 주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런 것도 다같이 죽는 결과를 낳는다고 생각해요. 엘리야는 사르밧 과부에게 마지막 남은 음식을 달라고 요구하죠. 그리고 그녀는 그것을 엘리야에게 주잖아요. 우리에게도 그런 사르밧 과부와 같은 믿음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가난한 우리 찬양사역자들이 내어놓으면 하나님께서 살리실 거라는 마음이 아주 강하게 있습니다. 찬양사역자들의 처우가 심각합니다. 이것은 교회와 사역자 사이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찬양사역자들 사이에서 더 많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런 관습은 하나님 방식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마태복음 6장 21절에 ‘네 보물이 있는 그곳에는 네 마음도 있느니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저희가 페이를 지급하는 건 저희를 시작으로 찬양사역자들간에 큰 재정의 흐름이 일어날 거라고 믿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2017년부터 지금까지 여러 곡을 작업중인데, 모두에게 페이를 최소한 대중음악에서 주는 것 만큼을 주려고 했습니다. 1곡 당 보컬페이는 50만원, 실력에 따라 최저 30만원으로 책정이 되어있습니다. 앨범 커버 이미지를 제작해주신 분에게도 착수금 50만원과 한국어, 영어 버전 각각 25만원씩 총 100만원을 드렸어요. 번안비도 곡당 30만원씩 드렸고요. 녹음실 비용도 지인이라고 해서 할인하지 않았습니다. 지금까지 발매된 3곡은 모든 페이가 완벽히 지급된 상태입니다.

이렇게 작업하는 모습이 하나님이 기뻐하는 모습이길 바라는 마음으로 하고 있어요. 저는 그들의 수고를 알기에 공짜로 쓸 수가 없습니다. 작업자들에게 지급이 안됐다면 곡을 발매하지 않는다는 철칙도 있습니다. 빚진 상태에서 나온 곡으로 하나님을 찬양할 수 없다는 생각이죠. 그리고, 찬양사역자들이 자기 몸값을 부를 수 있는 분위기도 생겨나면 좋겠어요. 사르밧 과부의 처지를 알고도 엘리야가 그 마지막 음식을 달라고 당당히 요구했던 것처럼요.”

주님의 흔적
주님의 흔적이 발매한 싱글 ‘행하는 믿음(Live by Faith)’ 한국어 버전 앨범 표지

-영어, 중국어 등으로도 곡을 만들고 계시는 이유는요?
“‘새 노래 곧 우리 하나님께 올릴 찬송을 내 입에 두셨으니 많은 사람이 보고 두려워하여 여호와를 의지하리로다 (시편 40:3)’ 우리는 늘 시대를 반영하는 노래를 만들려 합니다. 한국이라는 땅에서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이야기들이 영어로 만들어져서, 전 세계의 사람들에게 공감을 일으키는 문화 사역으로까지 나아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또 중국사람들이 부를 찬양이 많지 않다는 것을 알고 나서 중국어 버전도 만들고 있습니다.”

-추천하는 찬양사역자는?

“김하은(소울브로즈 소속) 씨를 추천하고 그녀가 부른 ‘부르심 따라’를 추천합니다. 숙명여대 성악과를 수석 졸업한 이 친구의 앞으로 발전해 가는 모습이 기대됩니다. 자기만의 독특한 해석으로 고급스럽고 우아하게 부릅니다. 어메이징띵스의 보컬로 활동하고 있고 김브라이언의 웨이메이커 곡에도 참여했습니다. 번개탄TV ‘화찬사’ 코너 진행자이기도 해요.

또 이예진 씨를 추천하고 그녀가 부른 ‘빛’이란 곡을 추천합니다. 알앤비, 인디팝 스타일의 매우 독특한 색깔을 가진 곡입니다. 소울풀하고 파워도 있고 저음 성향의 보이스를 가지고 있는데요. 이 친구의 진가는 목소리가 아니라 음악성에 있다고 봐요. 작사, 작곡, 편곡 다 하는 친구인데 CCM이 이정도 형태까지 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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