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개 한국 근대화와 관련한 보수적 견해는 위로부터의 시선에서 산업화의 성공적 측면을 강조하는 편이고 진보적 견해는 아래로부터의 시선에서 민주화의 성취 측면을 강조한다. 강사는 산업화와 민주화의 관계가 모순적 복합성을 띠고 있다는 것을 전제하며 "민중의 역동성에 주목하는 태도는 기존의 양분법적 구도에서 어느 한편의 입지점을 선택하는 방법과는 차이를 지니고 있다"며 "민중의 역동성에 주목하는 방법은 아래로부터의 관점에서 민주화의 성취과정을 중시하면서 산업화 내지는 경제성장의 성과를 재해석하려는 의도를 함축하고 있다"고 했다.

▲ 최형묵 목사(천안살림교회)

지난 26일 늦은 오후 제3시대그리스교연구소가 주최한 제151차 월례포럼의 강사로 초청된 최형묵 목사(천안살림교회)는 산업화와 민주화의 역동적 관계를 중심으로 한국 근대화를 재검토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에 따르면, 민중운동의 역동성은 역설적으로 강력한 국가를 형성하는 중요한 하나의 요인이 된다. 단기적 국면의 양상으로 볼 때 취약한 민중운동이 강력한 국가를 형성하는 요인이 되기도 하지만, 거시적인 차원에서 볼 때 오히려 강력한 민중운동이 강력한 국가를 낳는 경향이 있다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 목사는 "강력한 상대에 대한 맞대응으로서 더욱 강력해지는 역관계의 일반적 경향이 한국 경제개발과정에서의 민중운동과 국가권력과의 관계에서 나타난 셈"이라며 "이 점은 남북의 대립이 분단국가를 강화시킨 현상으로도 보충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 목사는 "남북의 분단은 구체적 계기상 국제적 냉전체제의 산물이지만 이미 식민지 시대에 계급 및 좌우의 갈등으로 내재적 요인을 안고 있던 터에, 결국 분단이 기정사실화 되었을 때 민중적 사회혁명으로 성립한 국가체제와 대결을 해야 했던 남쪽의 국가체제는 끊임없이 스스로를 강화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것은 한편으로는 강압적 수단을 강화하는 경향을 띠었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동의적 수단을 강구하는 경향도 띠었다는 점에서 이중적 방향으로 진행되었다"며 "이러한 상황은 이미 과거 식민지 시대부터 지속됐던 민중운동의 결과로 형성된 한편의 체제와 대결하는 동시에 체제 내부에서 저항하는 민중운동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남쪽의 국가체제가 더욱 강화되었다는 것을 말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가의 산업화를 체제적으로 지향하는측을 ‘발전연합’이라고 명명하고 이에 저항하는 민중측을 ‘민중연합’으로 표기한 그는 양자 간의 역동적 모순관계가 극명하게 표출된 시기 중 하나로 고도성장과 개발독재의 시대를 들었다.

그애 따르면, 중화학공업화의 추진은 고도의 자원집중을 필요로 했고, 이에 따라 자원의 특혜적 배분으로 육성된 소수의 대자본과 국가의 ‘발전연합’은 더욱 강고해졌고 동시에 정치적 권위주의의 강화를 동반했다. 또 경제발전을 위한 고도의 효율성을 추구했지만 그 밖의 다른 방향을 모색할 수 있는 정치세력의 존재를 부정하고 있던 이 체제에 균열을 내고 다른 가능성의 출구를 연 것이 민주화운동이었다고도 했다.

최 목사는 "경제개발 시작 이래 유신체제에 이르기까지 박정희 정권은 의도하지 않았지만 두 가지 방향에서 민주화운동을 초래할 수밖에 없었다"며 "성공의 결과라는 것은 자본주의적 산업화로 중산층의 성장 및 노동자와 농민 등 기층민중의 성장을 초래했다는 것을 뜻하며, 실패의 결과라는 것은 민주주의를 폐기하고 권위주의를 수립한 결과 광범위한 저항세력을 형성했다는 것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발전연합’이 강고해진 만큼 ‘민중연합’ 또한 강고해지는 양상을 띠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 같이 ‘발전연합’과 ‘민중연합’의 역동적 모순관계를 중심으로 한국 근대화를 조명한 그는 끝으로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양자가 어떠한 역학관계를 가져야 할지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최 목사는 "‘발전연합’ 주도의 경제성장 정책은 오늘날까지도 지속되고 있거니와, 그것은 심각한 불평등구조로 인해 경제성장 그 자체의 측면에서 성장의 잠재력을 훼손하고 있을 뿐 아니라 민중의 삶의 권리를 심각하게 제약하고 있다"며 "여전히 한국사회에서는 국가적 차원에서는 경제성장의 목적에 관한 근본적 물음을 제기하지 않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경제개발과정이 입증하고 있듯이 그 근본적 물음을 제기하고 실질적인 민주주의를 이룸으로써 민주주의를 진전시키는 과제가 여전히 오늘 민중들에게 주어져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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