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 파문과 관련해 연이은 말바꾸기와 거짓말 논란으로 점차 궁지로 몰리는 모양새다.

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은 자살하기 전 언론 인터뷰에서 2006년 9월 당시 국회의원 신분이던 박근혜 대통령의 독일 방문을 수행한 김 전 실장에게 10만 달러를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 전 실장은 "아주 악의적이고 황당무계한 소설 같은 이야기"라며 의혹을 전면부인해왔다.

하지만 성 전 회장과의 만남, 독일 방문 등과 관련한 해명이 사실과 다른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 이완구 국무총리의 경우처럼 스스로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겨레는 23일 2006년 박 대통령의 독일 방문을 초청했던 콘라트 아데나워 재단으로부터 받은 이메일을 공개하며 당시 박 대통령 일행이 탔던 한국과 유럽을 오가는 항공료는 재단이 지원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이는 당시 박 대통령의 독일 방문에 관련된 모든 경비를 초청자인 아데나워 재단이 냈다는 김 전 실정의 주장과 엇갈리는 대목이다. 김 전 실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항공료와 숙박비를 전부 재단 측에서 부담했다"다며 "개인 돈을 많이 써야 할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에 성 전 회장으로부터 10만 달러를 받아야 할 이유가 없었다"는 요지의 해명을 한 바 있다.

그러나 이 신문 보도에 따르면 아데나워 재단은 박 대통령 일행에게 유럽 내에서의 항공료와 숙식비 등을 지원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박 대통령 일행의 출국길인 한국~프랑스 파리와 귀국길인 독일 프랑크푸르트~한국 구간의 항공료는 내주지 않았다는 얘기다.

박 대통령의 독일 방문에는 김 전 실장 외에 최경환 현 경제부총리, 심재엽 전 의원, 이정현 의원, 정호성 현 청와대 부속비서관 등도 동행했다. 당시 우리나라에서 유럽까지 1인당 300만원 정도였다.

하지만 김 전 실장은 이에 대한 해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뉴시스는 이와관련, 김 전 실장의 해명을 듣기위해 통화를 수차례 시도했지만 그의 휴대전화는 이날 오전 현재 꺼진 상태다.

김 전 실장이 거짓말 논란에 휩싸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김 전 실장은 언론인터뷰에서 "비서실장이 된 다음에는 성 전 회장을 만난 적이 없다"고 말해왔다.

그러다가 성 전 회장이 남긴 일정표에 2013년 9월4~5일, 11월 6일 등에 김 전 실장을 만난 것으로 기재돼 있다는 보도가 나오자 말을 바꿨다. 성 전 회장이 일정표에 남긴 날짜는 김 전 실장의 재임 기간에 해당된다.

김 전 실장은 당시 언론 인터뷰에서 "지금 기억을 되살려 보니 2013년 11월 6일 오후 6시 30분에 성 전 회장을 비롯해 이인제 새누리당 의원 등 충청도 의원 5명과 저녁을 먹었다"고 말했다. 9월 4일과 5일에 대해서는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만난 것 같기도 하고 정확하지는 않다"고 언급했다.

또 김 전 실장은 성 전 회장과의 별다른 친분은 없고 "안면 정도는 있었다"고 말한 것과 달리 최근 검찰 조사에서는 성 전 회장이 김 전 실장에게 40여차례 착·발신을 한 기록이 확인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김 전 실장이 성완종 리스트와 관련해 거짓말 논란을 자초하면서 의혹을 스스로 증폭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편 김 전 실장은 지난 19일 돌연 일본으로 떠난 사실이 확인돼 한때 도피성 출국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출국 하루만인 20일 귀국하면서 의혹은 사그라들었지만 이 때문에 성완종 리스트에 이름이 올라가 있는 인사들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 논란이 일기도 했다.

'성완종 리스트'에 이름이 거론된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20일 오후 서울 김포공항 입국장을 통해 귀국 후 차에 오르고 있다. 2015.04.20. b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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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춘거짓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