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윤근일 기자] 박원순 서울시장이 10일 서울시민 인권헌장 제정 지연과 관련해 진보진영 인권단체 대표들에게 사과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박 시장은 이날 오후 5시부터 1시간 10여분 동안 서울시장실에서 성소수자 단체 관계자들을 비롯한 인권단체 대표들과 면담을 가졌다. 앞서 성소수자 차별금지를 주장하는 인권단체 무지개행동은 지난 6일 부터 서울시청 1층 로비를 점거하고 면담을 요구해왔다. 박 시장은 그동안 면담을 회피하다 이날 전격적으로 인권단체 대표들을 만났다.

이날 면담에는 박 시장과 서울시 관계자들을 비롯해 동성애자인권연대 장병권 사무국장,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장서연 변호사,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이종걸 사무국장, 한국여성단체연합 김금옥 대표, 섬돌향린교회 임보라 목사, 인권연구소 창 류은숙 활동가 등이 참석했다.

면담에서 박 시장은 "최근 서울시민인권헌장 제정과정에서 벌어진 일들로 인해 시민여러분들과 서울시민인권헌장 제정시민위원님들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머리 숙여 사과 드린다"며 "인권헌장 제정 과정에서 벌어진 일들로 인해 서울시민에게 심려를 끼쳐 드린 점에 대해 사과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박 시장은 "좀 더 신중하고, 책임 있게 임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러지 못했고, 논의과정에서의 불미스런 일들에 대해서도 제 책임을 통감한다"며 "한편으론 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었다. 시민운동가, 인권변호사 경력의 정체성을 지켜가는 것과 현직 서울시장이라는 엄중한 현실, 갈등의 조정자로서 사명감 사이에서 밤잠을 설쳤고, 한 동안 말을 잃고 지냈다"고 토로했다.

이어 박 시장은 "제가 서있는 자리에서 현존하는 차별을 없애기 위해 노력해 가겠다"며 "모든 차별행위에 맞서 차별 없는 서울을 만들겠다는 처음 마음에는 변함이 없다"며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차별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헌법정신을 상기시켰다.

이와 관련 성소수자들과 시민위원들은 강하게 반발하며 서울시가 예정대로 헌장을 선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면담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박 시장과의 면담이 성사된 것은 성과라고 볼 수 있지만 면담에서 성소수자 권리 보호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과 헌장 추진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며 점거 농성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서울시는 헌장을 다시 제정할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면담에 배석한 서울시 관계자는 "헌장 제정을 다시 추진하겠다는 발언은 없었다"며 "시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차별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헌법에 따라 모든 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면담중에는 기독교 단체 등이  시청 로비 반대편을 점거한 채 박 시장을 비판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한편, 서울시는 지난달 28일 인권헌장 제정을 위한 마지막 시민위원회 회의를 열었지만 참석자들이 성소수자 차별금지 조항 명시 여부를 두고 갈등을 겪다 표결로 조항 포함을 결정하자 이를 합의로 볼 수 없다며 인권헌장 제정을 미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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