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북아현숲 훼손' 논란에 휩싸인 이화여자대학교 기숙사 신축 공사가 산림청의 공사 중단 권고로 난항을 겪게 됐다. 산림청은 이화여대 기숙사 신축 공사 허가를 내준 서울 서대문구청에 공사 중단 후 허가 재검토 등 시정조치를 권고했다고 25일 밝혔다.

산림청은 북아현 숲 기숙사 공사부지에 대해 "산지관리법상 '산지'에 해당한다"며 "벌채나 형질 변경을 하려면 산지전용 허가를 받았어야 했다"고 시정조치 이유를 설명했다. 이는 북아현 숲 기숙사 공사부지가 산지적용 대상 중 예외에 속하는 '건물 담장 안의 토지'라는 기존 서대문구청의 입장과 반대되는 조치다.

산림청 관계자는 "구청은 산지가 아니라고 봤지만 주무부청인 산림청은 산지에 해당하는 토지로 보는 게 타당하다고 본다"며 "구청은 산지관리법의 절차에 따라야 한다"고 밝혔다. 또 "산지로 보는 게 타당함에 따라 산지전용허가절차를 거치고, 이 기간 중 공사중지를 해달라는 요청을 담은 공문을 서대문 구청에 보냈다"고 전했다.

산림청은 사무관·주무관들과 건축토목학부 교수, 조문을 해석한 법조인들 모두 공사 부지 옆에 있는 구조물은 이화여대의 담장이 아닌 산지 경사면의 '옹벽'이라 판단했다. 용벽은 개인이 설치하는 담장과 달리 경사면의 위험을 막기위해 국가가 설치한다.

이화여대 기숙사 신축 공사에 반대해온 북아현동 인근 주민들은 산림청의 이번 조치를 환영하고 있다. 신촌 안산자연환경보존협의회는 기숙사 신축공사를 두고 경사도 25 이상의 산지에는 건축을 허가할 수 없다는 규정을 들어 기숙사 건축에 반대하고 있다. 이들에 따르면 기숙사 신축 공사부지의 경사도는 35다. 더불어 북아현숲이 자연관광지구이며 공해정화 기능과 온실가스 감축기능을 하는 숲이라는 점을 근거로 주민들은 공사를 반대해 왔다.

이들은 "기숙사가 들어서면 환경파괴로 서울시 보호종인 박새를 포함한 200종 동식물의 서식처가 없어지고 연간 약 1100t의 온실가스가 늘어난다"고 주장했다. 특히 "해당 지역은 건축허가가 날 수 없는 비오톱 1등급지역이지만 서울시가 이대 기숙사를 짓기 위해 2등급으로 하향 조정 시켜 준 것은 명백한 특혜"라며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이들은 ▲ 북아현 숲에 대한 복구명령 ▲ 공사 인허가를 내준 주무관에게 책임을 물을 것을 촉구하고 있다.

신촌 안산자연환경보존협의회 회장 조성보(73)씨는 "이번 산림청 판단은 원칙에 입각한 것"이라며 "서대문구청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행정소송과 형사고발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조씨는 "내일(26일) 진정서를 구청에 제출할 것"이라며 "공사 인허가를 둘러싼 문제들을 중단하고 주무관을 엄중 문책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또 "구청에서 계속 답이 없거나 책임을 회피한다면 공사가처분신청이나 행정소송을 제기할 것"이라며 "산림청이 내놓은 조치를 근거로 행정소송이나 형사고발 조치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화여대는 기숙사 신축과 관련된 의혹을 부정하는 한편 산림청 발표에 대해선 관망하는 태도를 보였다. 이화여대 관계자는 "이번 산림청 발표를 두고 서대문 구청이 논의 중인 것으로 안다"며 "구청의 방침을 전달 받으면 그때 논의 할 것이지 아직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밝혔다.

특히 "산림청의 유권해석을 존중하더라도 '건축허가를 득함으로서 산지관리법 제14조 및 제15조에 따른 산지전용허가를 득한 것으로 본다'는 건축법 제11조 의제처리조항에 따라 허가 상 하등의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산림청의 공문은 서대문구청에 허가절차상의 산지전용기준 검토를 추가적으로 시행하라는 내용으로, 이에 의거해 산지전용 허가 세부기준을 따르더라도 기숙사 부지는 건축부지로 전용할 수 있는 부지"라고 설명했다.

이번 기숙사 공사로 인해 북아현숲 3만149㎡ 내 수목 1200여 그루가 사라졌다. 숲에 살던 약 200여종의 동식물 등의 자연생태계 파괴와 온실가스 증가 등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 같은 우려에 대해선 "수형 보존이 어려운 노령목, 수고가 높고 근원경이 넓은 수목, 수세 쇠약에 따른 수관 파괴 및 고사 등이 발생하는 수목을 제외한 108주를 재이식하기로 했다"며 "수목 훼손으로 인한 복원으로 스트로브 잣나무, 산벚나무, 계수나무, 청단풍 등 520주와 사철나무, 백철쭉 등 관목 3만주를 식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환경파괴 주장은) 주민들과 일부 단체의 일방적 주장으로 사실과 다르다"며 "1100t의 온실가스 증가는 사실과 다를 뿐더러 서식처가 사라지는 동식물 중 멸종위기종 및 천연기념물 등 법정보호종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오히려 "신축 기숙사 설계 과정에서 오히려 친환경 신재생 에너지 공법을 활용해 총 700여 t의 온실가스를 절감했다"며 "수목복원과 비오톱, 신재생 에너지를 이용한 설계로 녹색건축인증의 최우수 등급을 받았다"고 항변했다.

앞서 이화여대는 비오톱 의혹에 대해선 "서울시가 대학들의 비오톱 현황을 재조사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본교가 관여한 바는 전혀 없다. 오히려 비오톱 2등급에서 1등급으로 변경된 부지가 더 많아 결과적으로 학교는 개발 할 수 있는 면적이 축소됐다"고 반박한 바 있다.

서대문구청은 기숙사 신축부지 옆 구조물을 옹벽이라고 보는 산림청과 입장차를 보이며 재검토를 요청할 방침이다. 서대문구청 관계자는 "산림청은 구조물을 옹벽으로 보고 있어 산지로 규정했지만 구청의 시각과 다른 부분이 있다"며 "일부는 옹벽, 일부는 담장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산지라고 주장하는 산림청의 입장에 대해 구청의 입장을 정리해 오늘 중 질의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서대문구청은 산림청의 재검토 결과에 따라 후속조치를 할 예정이다. 이화여대 기숙사부지 논란의 남은 쟁점은 경사도에 따른 건축허가 유·무, 비오톱 등급 변경 과정에 대한 의혹과 조례를 위반했는 지 여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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