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원 목사(기독연구원 느헤미아 원장ㅣ평통기연 운영위원)

[기독일보=평화통일을위한기독인연대] 2014년 4월 16일은 대한민국이 어디에 서 있고, 무엇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지 매우 끔찍한 실례를 통해서 만천하에 보여준 날이다. 그 날 300명이 넘는 무고한 생명들이 허무하게 스러졌다. 그 사고에 직 간접적으로 연루된 사람들이 줄줄이 수사 받고 언론의 도마에 오르고 있지만, 사고 후 100일이 가까워 오는 지금까지도 우리는 사고의 원인이 무엇인지, 그리고 왜 구조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는지 그 정확한 이유를 모르고 있다.

정부는 희생자도 제대로 구조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지난 100일 동안 사고의 원인조차 속 시원하게 밝히지 못하고 있다. 안 하고 있다는 의심이 들 정도다. 오히려 그 동안 은폐했던 것들이 하나 둘씩 밝혀지고 있는 것을 보면서 애초에 정부는 사고 원인을 제대로 밝힐 의지가 없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조차 강하게 든다.

유족들과 국민들의 요구로 세월호 국정조사 특위가 구성되어 관계기관 보고와 조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여전히 지지부진하고 지엽적인 문제로 계속 공전을 하는 모습만 보여주고 있다. 특위 위원들의 행태를 보면서 나는 이들이 진정으로 국정조사를 성실하게 하여 사고의 원인과 책임자를 찾아낼 의도가 있는지 의심하게 된다. 솔직히 말해서 의심 정도가 아니라 거의 확신에 가까운 생각이 든다. 이들은 조사를 할 마음이 없고 다만 시간만 끌다가 국민들의 공분이 가라앉고 잊혀지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 정치적인 목적이 더 큰 것이지, 희생자와 그 가족들, 충격 속에 휩싸였던 국민들의 울분과 정의에 대한 욕구를 풀어줄 마음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아마 이런 식으로 진행되면 이들이 소기의 정치적 성과를 거둘지도 모른다. 6.4 지방선거를 무사히 넘긴 것처럼 7.30 보궐선거도 큰 탈 없이 넘길지도 모른다. 시간이 흐르면서 경제위기 운운하면서 국민들의 관심을 다른 쪽으로 돌리는데 성공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들의 성공은 진실을 덮으면서 얻은 성공에 불과할 것이다. 결코 역사의 최종 심판자이신 하나님을 속일 수는 없을 것이다.

하나님은 정의와 평화의 하나님이시다. 이사야 선지자는 "공의의 열매는 화평이요, 공의의 결과는 영원한 평안과 안전이라."고 선언한다(사 32:17). 정의가 세워져야 진정한 평화가 온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평화가 깨진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정의를 세우는 일이다. 그러므로 정의와 평화는 함께 간다. 정의가 세워지지 않으면 평화가 없고, 평화가 상실되면 정의도 실종되는 것이다. 세월호 사건으로 이 땅에 평화가 깨졌다. 누구의 책임이고, 사고 원인이 무엇인지 정확히 밝히는 것이 정의를 세우는 일이다. 정의가 세워진 후에야 비로소 평화를 다시 회복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이 땅에서 평화가 깨진 곳에 정의도 제대로 세워지지 않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다. 한반도 한쪽에서도 정의를 바로 세우는 것을 통해서 평화를 이루지 못한다면 어떻게 통일 이후에 두 이질적인 체제와 국민들을 화합하여 평화를 이룰 수 있겠는가? 그러므로 평화적 통일과 통일 이후의 참된 평화를 꿈꾼다면, 지금 이 곳에서부터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 정의가 실종된 통일은 결코 평화가 아니며, 그것은 또 다른 재앙이 될 것이다.

글ㅣ김형원 목사(기독연구원 느헤미아 원장ㅣ평통기연 운영위원)

  • 네이버 블러그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평화칼럼 #평통기연 #평화통일 #남북평화 #김형원목사 #기독연구원느헤미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