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스리백(three-back)' 포메이션을 구사한 팀이 결승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이는 이번 브라질월드컵을 통해 확실한 전술적 트렌드로 자리매김했다.

네덜란드는 13일(한국시간) 브라질 브라질리아의 이스타지우 나시오날에서 열린 개최국 브라질과의 2014브라질월드컵 3·4위 결정전에서 3-0으로 승리, 최종 3위로 대회를 마쳤다.

과거의 수비 중심적인 모습에서 벗어난 스리백은 공격력을 더해 진화된 모습으로 이번 월드컵에서 관중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조별리그에서 전술적 효용가치를 인정받았던 스리백은 16강, 8강을 거쳐 4강전까지 맹위를 떨쳤다. 스페인을 격파한 칠레와 네덜란드는 스리백 전술을 구사한 팀이라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

이탈리아와 잉글랜드를 조별리그에서 탈락시키며 파죽지세로 8강까지 오른 코스타리카의 힘도 스리백에서 나왔다. 스리백을 구사한 팀들은 여러 이변을 만들어내 이번 대회의 확실한 흥행카드로 떠올랐다.

대표적인 팀이 네덜란드다. 아쉽게 아르헨티나와의 4강전에서 승부차기 끝에 고개를 떨궜지만 이는 공식적으론 무승부로 간주된다. 네덜란드는 6경기 동안 한 번도 패하지 않았다.

네덜란드는 2014브라질월드컵 3·4위 결승전에서 3-0 완승을 거둬 최종 3위로 대회를 마쳤다. 네덜란드가 구사한 스리백은 확실한 전술 트렌드로 자리매김했다. 사진은 전반 17분 두 번째 골을 넣은 달레이 블린트(왼쪽 두번째)와 동료 선수들이 함께 기뻐하고 있는 모습. 왼쪽부터 차례대로 론 플라르, 블린트, 헤오르히니오 베이날뒴, 브루누 마르팅스 인디.   ©뉴시스

4년 전 남아공월드컵 결승전에서 스페인에 밀려 준우승에 그쳤던 네덜란드는 단단히 준비하고 나왔다. 공교롭게도 조별리그에서 스페인을 만났다. 4-2-3-1을 버리고 3-4-3를 들고 나왔다. 네덜란드는 팽팽할 것이라는 전망을 뒤엎고 5-1 대승을 거뒀다.

네덜란드는 '포백(four back)'을 기반으로 한 스페인을 상대로 두꺼운 수비에 바탕을 둔 롱패스와 빠른 발을 이용한 선 굵은 공격으로 상대를 완전히 무너뜨렸다. 네덜란드의 스리백이 스페인의 '티키타카(짧은 패스 중심의 전술)'를 제압했다.

김대길 KBS 해설위원은 "과거에 포백을 사용했던 나라들이 전술적 진화를 거둔 스리백을 앞세워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과거 수비 형태의 스리백이 아닌 빠른 역습을 용이하게 하는 파이브백 형태"라며 "진화된 스리백이 이번 대회를 거치면서 확실한 전술적 트렌드로 자리잡았다"고 분석했다.

김 위원은 또 "특히 네덜란드와 칠레가 이같은 진화된 스리백 혹은 파이브백 전술로 스페인의 티키타카를 무너뜨렸다"면서 "멕시코는 같은 전술로 16강까지, 코스타리카는 8강까지 밟았다"고 덧붙였다.

스리백이 효과를 보려면 좌우 윙백의 활약이 중요하다. 공격과 수비를 부지런히 오가려면 체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네덜란드의 루이스 판 할(63) 감독은 대회 초반에 달레이 블린트(24·아약스)와 다릴 얀마트(25·페예노르트)를 좌우 윙백으로 기용하다가 16강 토너먼트 이후부터는 활동량이 왕성한 디르크 카위트(34·페네르바체)를 줄곧 왼쪽 윙백에 배치했다.

카위트는 경기당 평균 14㎞ 가량을 뛰면서 상대 측면 공격수를 지우개처럼 지웠다. 팀 전체의 경기당 평균 뛴거리(11㎞)를 훨씬 능가한 활동량이었다.

수비 중심의 스리백이라고 해서 공격적이지 않다는 시각은 옳지 않다. 하프라인 위쪽의 공격 자원과 아래의 수비 자원에 대한 확실한 역할 분담으로 오히려 공격은 위력을 떨치고 있다.

스리백은 일반적으로 4명의 수비수를 두고 양측면 수비수가 오버래핑으로 공격에 가담하는 포백보다 수비적인 형태다. '리베로' 개념의 등장과 함께 70~80년대를 풍미한 전술이다.

1990년대 접어들어 보다 공격적인 방향으로 흐른 축구사적 흐름에서 스리백은 환영받지 못했다. 수비에만 치중하는 3명의 고정 수비수 대신 미드필더 숫자를 늘린 포백이 대세로 떠올랐다.

2000년대에는 포백을 바탕으로 중원 장악이 화두로 떠올랐고, 높은 볼점유율과 더불어 미드필더를 거쳐 올라가는 패스게임으로 경기를 지배하려는 팀들이 늘어났다.

스페인이 유로2008, 2010남아공월드컵, 유로2012까지 메이저 대회 3연속 정상에 오르면서 포백 기반의 티키타카는 마치 거부할 수 없는 정설로 받아들여지는 듯 했다.

하지만 스페인식 티키타카를 극복하려는 연구가 늘어나면서 자연스레 스리백이 등장했다.

이번 월드컵을 놓고 보면 네덜란드와 칠레가 스리백을 바탕으로 스페인 격파의 성공 사례를 남겼다. 이탈리아를 집으로 돌려보낸 코스타리카의 스리백도 인상적이었다.

이들은 모두 3-4-3과 5-3-2를 오가는 변형 스리백을 사용하고 있다. 수비를 두껍게 하면서 길고 정확한 패스로 최전방을 향해 볼을 배달하는 간결한 플레이로 재미를 봤다.

코스타리카는 최후방에 3명의 수비수 마이클 우마냐(32·사프리사), 잔카를로 곤살레스(26·콜럼버스 크루), 오스카르 두아르테(25·클럽 브뤼헤)를 세웠다.

이들 수비진은 24개의 파울도 불사하는 거친 수비를 통해 이탈리아를 꽁꽁 틀어 막았다. 이탈리아는 슈팅 10개(유효슈팅 6개)를 끝으로 고개를 떨궜다.

칠레의 스리백은 좌우 윙백까지 5명이 마치 아코디언 주름처럼 접었다폈다를 반복하는 모양으로 일사분란한 모습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비록 16강이 끝이었지만 개최국 브라질을 위협하며 승부차기까지 가는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빠른 역습 과정에서 최전방의 알렉시스 산체스(26·아스날)의 마무리 능력까지 어우러져 칠레만의 스리백은 위력을 발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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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전술 #진화된스리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