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제45회 게이 프라이드 퍼레이드 모습. ⓒAP/뉴시스.

미국에서 자유주의적인 국가 정책과 종교자유와의 대립에 따른 소송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자유주의자들 가운데서도 정책 시행에 있어 종교자유를 위한 예외를 따로 두어야 하는지에 대한 의견이 양분되고 있다고 미국의 크리스천포스트가 전했다.

이러한 의견 차이는 최근 기독교 영리기업인 하비로비(Hobby Lobby)에 직원들의 피임과 낙태 시술에 드는 비용을 보험 제공하지 않아도 될 권리를 인정한 대법원 판결과 이러한 판결의 근거가 된 직장 내 성적 지향성 차별 금지법인 ENDA의 종교단체 예외 조항을 둘러싸고 특히 두드러지고 있다.

미국법 시행에서 종교단체들에 예외를 준 선례는 이미 있어 왔다. 인종과 성, 종교와 출신 국적으로 인해 고용 차별을 받지 않도록 규정한 1964년 민권법(Civil Rights Act) 역시 종교단체들에는 동성애자를 고용하지 않을 수 있도록 종교자유의 권리를 우선적으로 인정했다. 지난해 상원은 ENDA를 통과시키면서도 1964년 민권법 예외 조항이 규정한 기업, 단체, 교육 기관 등에는 법안을 적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ENDA가 동성애 인권 운동가들의 폭넓은 지지 속에 통과된 가운데서도, 일부 자유주의자들 사이에서는 이 법안이 1964년 민권법의 종교단체 예외 조항을 그대로 계승했다는 데 대한 반대 여론이 일었다. 뉴욕 타임즈는 당시 이러한 예외가 교회뿐 아니라 병원이나 대학과 같은 기관들에까지 적용된다는 점에 불만을 표하며, "이는 법안이 철폐하고자 하는 차별 행위에 적법성을 인정하는 격이 될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한편, 하비로비 판결에 대해서도 일부 동성애자 권리 옹호 단체들은 실망을 표하면서 ENDA에 대한 지지까지 철회하고 나섰다. 이들은 "대법원의 판결은 우리가 이 부적합한 법안을 더 이상 용인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했다. 성소수자들의 평등에 반대하는 이들은 이 판결을 두고 마치 대법원이 차별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한 것으로 잘못 해석할 수 있다. 우리는 성소수자들에 대한 차별을 예외로 허용하는 법안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런가 하면 오히려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 이러한 종교적 예외를 반드시 정책에 포함시킬 것을 촉구하는 자유주의자들도 적지 않다.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 당시 종교 분야 캠페인 담당을 맡았던 마이클 웨어(Michael Wear) 박사는 최근 대통령에게 보낸 공개 서한에서, "강력한 종교적 예외 조항 없이는 ENDA와 같은 법안들은 공공의 선과 국가적 연합, 그리고 종교자유를 희생하는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고 밝혔다.

또한 미국 진보 교계의 대표적 지도자로 자유주의 복음주의 단체인 소저너스(Sojourners) 대표 짐 월리스(Jim Wallis) 박사 역시 오바마 대통령에게 종교적 예외를 적용하도록 요청했다.

이와 더불어, 일부에서는 미국의 자유주의가 극단적으로 흐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더 위크(The Week)의 자유주의 칼럼니스트인 데이먼 링커(Damon Linker)는 "자유주의가 역사적으로 다원주의와 관용주의를 지지해 왔지만 우리가 지금과 보고 있는 것은 '교조주의적 자유주의'다"고 꼬집었다.

링커는 이러한 흐름은 미국 내 종교의 쇠퇴와도 관련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통적인 신앙이 미국에서 지난 수십년간 급격히 쇠퇴하면서 자유주의자들은 자신들의 가치관에 대해서 종교적인 태도를 취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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