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수련회에는 34개국에서 온 140여 명의 MK들이 참석했다.   ©이지희 기자

"여러분은 부모의 손에 이끌려 선교지에 갔지만, 여러분 나이에 다니엘과 세 친구는 손과 발이 쇠사슬에 묶여 바벨론에 포로로 끌려갔습니다. 하나님이 여러분을 부모에 의해 낯설고, 말도 통하지 않는 선교지에 가게 한 것은 바로 다니엘처럼 크게 하나님을 드러내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한국선교사자녀교육개발원(KOMKED) 이사장 한용만 선교교회 목사가 전하는 말씀에 34개국에서 온 140여 명의 아이가 진지하게 귀를 기울였다. 7일 오전 10시 서울 화곡동 선교교회에서 열린 '2014년 제16회 한국선교사자녀 초중고 본국연합수련회' 개회예배에 참석한 선교사 자녀(MK)들은 자신과 비슷한 상황의 MK들을 만나고 고국을 더 알아가는 것에 대한 기대 반, 설렘 반으로 한껏 들뜬 표정이었다.

C국에서 14년째 사는 강모 군(중2)은 "2년 전 본국연합수련회에 참가하고, 한국에 대해 더 알고 싶어서 올해도 참가한다"고 말했다. 역시 C국에서 10년째 살고 있는 채모 양(중1)은 "마음껏 찬양 드리고 MK 친구들을 만나고 싶어서 왔다"고 참석 이유를 말했다. 터키에서 13년간 지낸 박모 양(중1)은 "처음 참석하는 것이라 기대된다"며 "친구들을 만나고, 한국에 와서도 가보지 못했던 박물관에 견학 가는 것이 특히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국선교사자녀교육개발원(KOMKED) 이사장 한용만 선교교회 목사가 이날 말씀을 전했다.   ©이지희 기자

이날 'MK들에 대한 하나님의 계획'을 주제로 말씀을 전한 한용만 목사는 "MK 여러분 한 명 한 명을 향한 주님의 마음이 얼마나 뜨겁고 벅차고, 사랑이 큰지 말과 글로 표현할 수 없다"며 "여러분의 꿈이 다를지 모르지만, 어쨌든 저는 늘 새벽마다 여러분이 하나님의 사람으로 무럭무럭 자라 부모의 선교사역에 큰 역할을 하고, 제2의 선교사가 되어 부모보다 더 많은 일을 하길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니엘과 세 친구, 요셉의 이야기를 전하며 "여러분이 간 지역도 말이 통하지 않고 문화도 낯설고 모든 것이 힘든 상황일 것"이라며 "하나님은 부모들이 선교지에 가서 사역을 하게 하는 계획뿐 아니라, 여러분을 그곳에 있게 하고 다니엘처럼 크게 하나님을 드러내게 하려고 여러분을 보낼 계획을 하셨다"고 강조했다.

한 목사는 이어 "살든지 죽든지 오직 하나님만 사랑하고, 하나님의 뜻을 따라 사는 다니엘 같은 하나님의 사람이 되면 좋겠다"며 "나로 인해 이 나라가 살고, 기독교 국가가 되는 역사가 일어나게 해달라고 기도하면 하나님이 그 어떤 기도보다 귀하게 여기실 것"이라고 말했다. 또 "수십, 수백 명의 조상을 먼저 이 땅에 보내시고 하나님의 계획을 통해 여러분이 태어난 것"이라며 "하나님의 말씀을 열심히 읽고, 기도하고 성령에 충만하여 마지막 시대에 마지막 주자로 그 나라를 빛내고, 대대로 기념이 될만한 사람이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날 KOMKED 사무총장 김신자 선교사는 "다양한 지역에서 다양한 환경 속에서 살던 MK들 중 좋은 혜택을 받은 아이들도 있지만, 오지에서 혜택을 못 받은 아이들은 마음의 상처가 많다"며 "다른 MK들과 함께 놀면서 나만 고생한 것이 아니라, 다른 친구들도 고생한 것을 듣고 공감하며 위로받는 수련회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세월호 사고가 너무 비참해서 올해는 수련회를 열지 않을까도 고민했다"는 김 선교사는 "MK들에 즐겁고 좋은 것만 머릿속에 기억될 수 있도록 이번에는 중부 내륙 지역을 중심으로 투어 프로그램을 짰다"며 "한국에 와서 큰 은혜와 희망을 얻고, 한국인으로서 자부심을 품고 돌아가는 수련회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7일부터 18일까지 진행(초등부는 7일부터 13일까지)되는 이번 수련회는 '창조와 역사 속에 나타난 하나님의 세계관'을 주제로 대부도, 평택, 천안, 전주, 울산, 경주, 제천, 영월, 서울 등에서 진행된다. 한국인으로서 정체성과 자긍심을 심어주고, 한국어와 한국 문화의 우수성을 소개하는 다양한 강의와 함께, 울산현대중공업 답사, 영월 별마루 천문대, 남산타워, 국립중앙박물관 관람, 외국인선교사 묘지순례 등 전국 관광지와 역사 유적지 등을 방문하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최용기 교수(좌)와 김신자 선교사(우)   ©이지희 기자

이날 격려사를 전한 KOMKED 전문위원 최용기 국립국어원 교육진흥부장은 "KOMKED와 인연을 맺은 후 지난 12년간 MK의 정체성과 종교적 사명감을 깨우쳐주고, 자긍심을 높이기 위해 한국어 강의, 한국어 초급교재와 오디오북을 개발했다"며 "이는 오직 하나님의 뜻이고, 여러분과의 소중한 인연과 약속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세계의 젊은이가 한국을 바로 알기 위해 한국을 찾아와 문화와 언어를 배우는데 여러분은 부모를 통해 이를 자연스럽게 배우고 있다. 이는 모두 하나님의 축복"이라며 "갈등과 시련이 끊임없이 다가오는 이때 강한 믿음으로 굳센 신앙생활을 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KOMKED 이사 박춘식 목사는 "수련회에 참석한 MK들이 여러 해 후에 상급생이나 교사로 참석할 때 그 감동을 어떻게 표현할지 모를 정도로 행복하다"며 "이번 기간 대한민국이 얼마나 위대하고 축복된 나라이고, 하나님이 우리 한국교회와 여러분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면 좋겠다"고 말했다.

개회예배에 참석한 MK들이 기도하고 있다.   ©이지희 기자

실제 이번 수련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과거 수련회에서 은혜를 받고 돌아간 MK들이 대학생이 된 후 수련회 교사로 봉사하겠다는 지원이 넘쳐났다. 김신자 선교사는 "수련회에 참석했던 MK 중 수십 명이 찬양팀, 촬영팀, 본부스탭 등으로 봉사하겠다고 지원해 굉장히 자랑스럽다"며 "선배 MK들이 교사로 참석해 MK 후배들을 가르치는 것을 매우 기뻐하고, 후배들도 이를 기뻐한다"고 말했다.

2007년과 2013년 두 차례 수련회에 참석한 후 올해는 초등학교 4학년 MK 교사로 자원한 이예희 양(대학교 2학년)은 "초등학교 6학년 때는 즐기기 위해 수련회에 참석했는데, 고등학교 3학년 때는 같은 상황의 MK 친구를 만나 공감하고, 위로받고 주님을 만나기 위해 참석했다"며 "당시 교사 MK들이 우리의 이야기를 귀담아들어 주고 기도해주고 같이 고민해주는 열정에 감동을 받았었다"고 말했다. 부모 선교사를 따라 카자흐스탄과 인도에서 자란 이 양은 "언어와 문화가 다르다고 한국에서 '왕따'를 당하는 느낌을 받는데, 선교지에서도 외국인으로 바라본다"며 "어딜 가나 외국인으로 여겨지고, 어울리지 못하는 MK들은 자신이 어디에 속한 것인지 정체성에 혼란을 느껴 정말 힘들다"고 말했다. "그래서 짧기도, 길기도 한 수련회 동안 후배 MK들 안의 정체성 등에 대한 고민을 많이 들어주고 아픔을 보듬어주며 잊을 수 없는 기억을 만들어 주고 싶다"고 그는 말했다.

미국 칼빈대를 졸업하고 오는 8월부터 1년간 자신이 다녔던 필리핀 마닐라한국아카데미 수학교사로 섬길 계획인 필리핀 MK 김화평 군은 대학 후배들의 추천으로 수련회 교사로 자원했다. 김화평 군은 "어려운 지역의 MK들은 홈스쿨을 하거나, 교육을 제대로 받기 힘들다"며 "부모님도 다른 영혼들을 신경 쓰느라 정작 자녀를 충분히 돌보지 못하는 것을 느끼는데, 선배 MK로서 아이들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주고 공감해주고 기도해주기 위해 참가했다"고 밝혔다. 그는 "사실 부모 선교사보다 현지 언어, 문화를 훨씬 잘 이해하는 MK들의 교육이 굉장히 중요하다"며 "MK가 달라지면 누구보다 선교를 제대로 할 뿐 아니라 가장 효율적인 선교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본국연합수련회 참석자들이 단체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이지희 기자

이번 수련회 협력단체인 한국세계선교협의회 사무총장 한정국 선교사는 "MK는 한국선교가 가진 미래의 청사진이기 때문에 MK 교육이 더욱 절실하게 필요하다"며 "그런 의미에서 KOMKED가 한국 MK들을 위해 지난 16년간 꾸준히 발전된 수련회를 개최한 것은 놀라운 하나님의 축복"이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도 진일보한 MK 교육을 위해 끊임없는 기도와 관심을 가지고, 함께 협력하여 자녀교육 걱정이 없는 선교현장, 선교사 가정을 만들어가길 소망한다"고 서면으로 축사를 전했다.

한편, 이날 개회예배 이후 특강 시간에는 KOMKED 전문위원 강창구 선수학 원장이 자연에서 발견할 수 있는 수학어에 대해 소개했다. 그는 "수학을 알면 하나님께서 만드신 자연을 훨씬 더 잘 이해할 수 있다"며 "시험, 입시를 위한 수학이 아니라 하나님을 이해하는 수학으로 공부한다면 수학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고 하나님이 어떻게 천지만물을 창조하셨는지 훨씬 더 깊게 이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수학은 이미 만국 언어가 되었다"며 "모든 것이 수학으로 말할 수 있다지만 우상화해서는 안 될 것"이라며 "여러분은 하나님을 더 알고, 이 세상에 하나님의 말씀을 충분히 전파할 하나의 도구로 수학을 열심히 공부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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