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남미, 아프리카 등 남반구 교회가 크게 성장하면서, 이들 교회의 롤모델인 한국교회와 한국선교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하지만 한국 선교사들은 오늘날 타문화에 대한 민감성이 적고 자민족중심주의, 교단중심적 사고를 가지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한국선교가 더욱 국제화된 선교모델을 제시하고, 시대에 걸맞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선교훈련의 국제화 및 리더십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20일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 훈련분과위원회는 방주교회(반태효 목사) 비전센터에서 '2014 선교훈련의 국제화 포럼'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논의했다. 이날 유기남 훈련분과위원회 위원장(알타이선교회 대표)은 "우리 자신이 좀 더 나아지려는 방안을 찾으려면 먼저 우리의 연약한 부분을 들여다봐야 한다"며 "뼈아픈 지적을 받을 때 고통스러울 수 있지만, 한국선교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서는 피할 수 없는 요긴한 과정이 될 것"이라며 포럼의 목적을 밝혔다.

한국 선교사에게 선교지가 요구하는 자질

이날 발제자로 나선 한정국 목사, 이철우 박사, 장성배 교수(왼쪽부터).   ©이지희 기자

이날 한정국 KWMA 사무총장은 '선교지에서 한국 선교사에게 요구하는 자질과 자격'을 주제로 한 발제에서 효과적인 선교를 하기 위해 선교사는 한 종족이나 한 지역의 신속한 복음화를 추구하는 '공동의 목표'를 설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를 위해 △선교 후보생 때부터 필드 리서치 훈련을 통해 선교대상에 대한 이해와 자신의 사역을 그려보고 △언어훈련 이전에 기존 선교사들을 고려하여 중복투자를 피하고 선교지 다운 선교지를 설정하며 △공동목표를 위해 경쟁구조를 버리고 협력사역을 해나가는 자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선교 현지에서 요구되는 이 같은 노력을 FMD(Field Mechanism Design)으로 명명하며 "선교지에서 경쟁 메커니즘(Mechanism)에서 탈피해 상부상조 메커니즘으로 디자인하여 불특정 다수 사역자가 서로 협력하게끔 하는 자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 목사는 또 "공동목표를 위해 불특정 다수의 선교사, 선교단체, 교회 간 소통이 꼭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현지 사역자와 여러 국가의 선교사들의 소통언어를 현지어로 하고, 토론의 최종 결론은 현지 사역자들이 스스로 내리며 △현지 사역자에게 민족에 적합한 신학, 선교학 개발을 위한 중요한 자료를 제공하고 △목표와 과정을 토론을 통해 결정하고 각 주체 간 역할분담을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또 선교의 모든 주체가 효과적인 선교경영을 하기 위해 '협력에의 의지'를 가져야 한다며 "한국 선교사들이 불특정 다수 국가에서 모인 선교사들을 무시하고, 독단적인 사역을 하는 사례가 가끔 발견되는데, 선교훈련 과정에서 분명히 검증되고 강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정국 목사는 21세기 한인 선교사의 노력으로 △물집투입 선교와 랄프 윈터 박사가 지적한 서양 선교사들의 12가지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내부자들 사이에 민족 복음화를 위한 자각이 일어나며 선교사는 외부자, 도우미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협력에의 의지를 개발하기 위해 훈련 과정에서 시뮬레이션 훈련을 할 것을 제안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세계교회와 동반선교를 추구할 때 한국선교가 선교의 남은 과업을 분명히 인식하고, 한인 선교사의 비교우위가 있는 사역과 지역, 기능의 역할을 확실히 해야 한다"며 "이에 필요한 선교사 발굴과 적합한 훈련을 통해 최선을 노력을 다할 것"을 강조했다.

논찬자로 나선 조용성 GMS 훈련원장은 선교사 훈련을 위해 지역분할 분담사역, 합숙선교훈련, 선교훈련 커리큘럼의 공유, 비서구 선교사 등과의 합숙언어훈련 등을 제안하고 "선교훈련의 지름길은 없다. 훈련생의 기본기를 잘 가르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날 선교훈련의 국제화 포럼에 참석한 교단선교부, 선교단체, 선교훈련원 지도자 및 선교사 90여 명이 강의를 듣고 있다.   ©이지희 기자

한국 선교사의 장단점

'국제 선교계에서 보는 한국 선교사의 장단점'에 대한 강산 탄 아시아 CMS 대표의 발제는 강산 탄 박사가 사정상 일정에 참여하지 못해 이철우 말레이시아 아시아게이트웨이훈련원(AGT, Asia Gateway Training) 원장이 대신 발표했다. 아시아 선교와 타문화 종교에 관한 전문가인 강산 탄 박사는 한국교회와 한국선교의 장점에 대해 △1990년부터 2012년까지 한국교회 양적 성장과 이를 가능케 한 힘(기도, 자원하는 헌금 등) △한국교회 역사 속의 내적 특성(고난과 기도, 희생적인 헌금, 교회개척 열정과 헌신 등, 하나님의 공급에 대한 순수한 믿음) △아시아 다른 나라 선교운동의 롤모델이 되고 있는 독자적인 한국적 선교구조, 전략 등을 꼽았다.

강산 탄 박사는 한국 선교사의 약점으로는 △본국 교회성장의 둔화와 감소 △본국의 자원 의존 등 현장보다 본국 중심의 선교 △태생적인 단일문화권에 의한 자민족중심주의 경향 △교단주의와 신학적 분열 △아시아의 종교, 문화적 토양을 고려한 신학 해석과 선교적 모델을 위한 노력 부족 등을 지적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한국선교를 위해 △높은 헌신도와 자질을 갖춘 선교사를 통해 전방개척지역 사역 △현지의 권한 이양을 위한 정책과 비한국인도 참여할 수 있는 국제적 리더십 시스템 구축 △아시아의 선교 현장을 잘 아는 현지인 훈련자를 통해 한국 선교사 훈련 △복음 돌파가 힘든 지역에 진정한 복음을 제시해 세계관과 문화까지 변화시킬 것을 제안했다.

논찬자로 나선 조용성 목사, 김경술 선교사, 이스데반 선교사, 남후수 선교사(왼쪽부터).   ©이지희 기자

이에 대해 논찬한 김경술 한국SIM선교회 대표는 "강산 탄 박사는 한국교회 선교를 롤모델로 삼아 뒤를 따르는 아시아와 세계 다른 교회의 선교동력화에 도움을 주기 위한 대안을 한국선교에 던진 것"이라며 "우리는 주는 사람, 성장하는 교회는 받는 사람이라는 인식 자체가 바뀌어 우리와 똑같이 선교하는 사람으로 그들을 인식하는 차원에서 시스템 구축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강산 탄 박사를 비롯해 세계교회가 한국교회에 가진 기대를 간과하지 말고, 하나님이 한국교회에 부여한 귀한 세계선교의 사명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시아 상황에 적합한 국제선교훈련 필요

이날 '아시아인 관점에서 본 선교훈련의 국제화'에 대해 발제한 이철우 박사는 아시아의 현 상황을 소개하며 아시아 선교훈련의 국제화의 필요성과 방안을 제시했다. 이철우 박사는 "아시아에는 전세계 71억 인구 가운데 60%인 42억 이상의 인구가 있으며, 기독교는 이슬람, 힌두교, 불교, 불가지론, 중국민속종교에 이어 6번째를 차지해 몇 국가를 제외하고는 아시아 복음화는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아시아에서 빠르게 진행되는 도시화로 인한 극심한 빈곤과 빈민 지역의 증가, 이주민과 디아스포라의 문제 등이 심각하다고 덧붙였다.

이철우 박사는 "전 이주민의 47.7%인 기독교 이주민을 위한 선교훈련이 아시아 선교에서 매우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이주민 무슬림과 기타 종교인 사역은 미전도종족 복음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며 "전통적인 목회자 중심의 선교훈련에 평신도 이주민 대상 훈련뿐 아니라 주변의 다른 미전도종족에 복음을 전하는 것까지 포함해야 할 것"이라며 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아시아의 여러 나라가 협력 사역하도록 돕는 실질적인 선교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여러 나라 사람들이 공동생활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서로의 종교, 사회, 문화의 특징을 배우는 국제선교훈련원 등이 유익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한 싱가포르의 국제선교훈련단체인 ACTI(Asian Cross-cultural Training Institute)는 지난 19년간 250여 명의 훈련생을 배출했으나, 최근 훈련생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또 다른 국제선교훈련단체인 AGT는 2012년부터 말레이시아 감리교, 성공회와 OMF, OM, 인터서브, 아시아 CMS, SIM 등이 협력하여 전인적 타문화권 선교훈련을 제공하고 있다.

이철우 박사는 "아시아의 복음화는 아시아에서 사역하는 여러 국가의 교회와 선교단체가 협력 사역하면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며 "특히 선교훈련에서 많은 노하우를 지닌 한국선교훈련원들이 아시아의 국제선교훈련원과 협력하면 이 일에 더욱 많은 진전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했다.

이어 논찬한 이스데반 WEC국제선교회 선교사는 "변화하는 시대에 한국선교계도 변화하지 않으면 도태될 것"이라며 "선교훈련에서 국제적 감각과 타문화 훈련, 영어훈련을 잘 시키되, 선교 현장에서 필요한 정신을 동시에 잘 가르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영어실력 향상 등을 위해 ACTI, AGT는 1~2년 등 장기적인 훈련과정을 개발하면 더 좋겠다"고 말했다. 이스데반 선교사는 이어 "선교사를 보내는 것에 치중하던 한국선교가 잘 훈련된 선교사를 보내는 것에 집중하고, 중국, 태국, 인도, 인도네시아 등에서 나올 아시안 선교 헌신자들을 훈련시키는 일을 통해 세계복음화를 앞당길 것"을 요청했다.

이날 '세계선교동향과 선교 리더십 패러다임의 변화'에 대해 발제한 장성배 감신대 선교학 교수는 "선교현장에 미치는 영향의 많은 부분이 리더십과 관련되며, 새로운 시대에 성숙한 선교를 위해 새로운 패러다임의 선교 리더십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한정국 목사, 조용성 목사, 이철우 박사, 이스데반 선교사, 남후수 선교사, 장성배 교수, 김경술 선교사가 패널토의에 참석하고 있다.   ©이지희 기자

시대에 맞는 선교 리더십 변화 요청

장 교수는 변화하는 지구촌 선교현장과 이에 따른 21세기 선교 리더십 패러다임을 소개했다. 그는 지구촌 변화를 주도하는 4가지 핵심동인으로 글로컬리제이션(glocalization, 세계화와 지방화의 합성어), 포스트모던, 영성, 소셜 웹 등을 들며 이에 대한 성서적 관점을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시대에서 총체적 선교를 위해 요청되는 선교리더십으로는 △영성 △섬김 △글로컬 △네트워킹과 운동성 △수용성 △수행능력 등을 꼽았다.

논찬자로 나선 남후수 KPM 선교연구훈련원 원장은 "리더십은 선교학에서도 심도있게 취급해야 할 학문"이라며 "이 분야는 아직 개척단계에 있어 앞으로 더 많은 후속 논문이 발표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진 패널토의는 이용웅 GP연구개발원 원장의 사회로 진행됐다. 한수아 MVP선교회 실행본부장은 "선교 훈련의 내용을 잘 전달하려면 모국어로 훈련하는 것이 좋고, 국제화를 위해서는 영어로 훈련하는 것이 좋은데 이 부분이 모순하며 충돌하는 것은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질문했다. 한정국 목사는 "최근 100년이 넘은 WEC이 중심언어를 영어가 아닌 현지어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한가운데 아직도 영어 패러다임으로 국제화를 논의하면 안 된다"며 "영어를 잘하는 것은 좋지만, 이를 국제인이 되기 위한 하나의 조건처럼 여기거나, 국제지도자는 모두가 영어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김경술 선교사는 "대규모 국제 집회를 열 때 소통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소위 국제적으로 통용하는 영어, 불어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최근 SIM도 국제리더 중 비서구권 사람(2006년 60여 명 중 4명→2014년 51명 중 25명)이 많이 늘어나며 비서구권의 영향이 커진 가운데, 우리도 자민족주의를 극복하고 선교훈련과 선교의 국제화를 이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성배 교수는 "글로벌 언어인 영어로 훈련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영어훈련을 해도 안 되는 분들은 행정, 섬김 등 다양한 역할을 분담하여 협력해나가면 된다"고 말했다.

이스데반 선교사는 "실제 선교훈련 현장에서 훈련내용의 핵심을 가르치고, 영어를 통한 국제화 감각을 가르치는 균형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며 "훈련생들의 경제, 시간, 상황을 고려해야 하니 더욱 쉽지 않지만, 유연성이 없으면 발전에 한계가 있다는 인식으로 WEC은 중심 언어를 영어뿐 아니라 사역언어로 사용할 수 있도록 결정했다"고 말했다.

한 아프리카 선교사는 "서구 식민 통치를 받은 아프리카는 지금도 영어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데, 식민지 사관을 벗어나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선교의 발전을 위해 "선교사들의 선교훈련뿐 아니라 후원교회가 퇴보하지 않도록 한국교회의 선교훈련도 동시에 필요할 것"이라며 "선교훈련의 인재풀을 넓히고 선교현장의 사회학적 현상에 대한 성경적 분석과 신학화 작업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한편, KWMA 선교훈련분과위원회는 이날 3년 만에 총회를 열고 신임위원장에 이용웅 선교사를 만장일치로 추대했다.

이날 선교훈련의 국제화 포럼에 참석한 교단선교부, 선교단체, 선교훈련원 지도자 및 선교사 단체사진   ©이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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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훈련의국제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