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쉐라톤 서울 디큐브시티호텔에서 열린 제5차 한중기독교교류 세미나 개회강연에서 중국과 한국의 기독교 지도자들은 양국교회의 공통 과제와 동반 성장을 위한 기본자세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이날 김종구 감리교 동북아선교연구센터 소장은 '한국교회와 중국교회 상호교류의 의미와 과제'를 주제로 한 강연에서 "한국교회는 자본주의 사회질서 아래서 세계사에 유례없는 성장을 이루고 한국사회의 해방과 민주화, 인권 신장을 위해 치열하게 싸웠다"며 "중국교회는 사회주의체제 속에서 교회를 회복하고, 교파를 일치시키며 역시 유례없는 빠른 속도로 성장하며 사회적 영향력을 이뤘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런 양국교회의 만남과 교류는 체제와 이념을 넘어 세계 기독교의 성숙과 풍요로움을 만들어가는 중요한 바탕이 될 것"이라며 "특히 이 모임은 오늘날 세계 속에서 성서가 알려주는 일치의 중요성을 배우고, 세상의 빛과 소금으로서 교회와 그리스도인의 사회적 역할을 재정리하며, 지역사회 속에 교회가 뿌리내리는 구체적인 비결을 나누는 중요한 기초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복음주의권 교회와 중국기독교협회의 교류의 장점과 문제

이날 개회강연을 한 김종구 목사   ©이지희 기자

김종구 목사는 1992년 한중수교 이후 시작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와 중국기독교협회(CCC)의 교류가 성숙한 관계로 발전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 양국교회 제도상의 불일치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한중교회협의회의 주요 참가자인 교단 지도력들이 1~2년 내 교체되는 한국교회 지도자교체시스템이 가장 큰 원인"이라며 "이 때문에 만남은 계속됐으나 논의가 성숙되지 못하고, 양국교회의 역사와 현황을 이해하는 차원에서 논의가 맴돌았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또 "보다 적극적인 연구와 교류를 통해 양국교회가 협의한 공통 과제를 충실히 이행하지 못했다"며 "이는 필연적으로 양국교회 체제의 한계에 기인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복음주의권 교회와 기관으로 구성된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와 중국 국가종교사무국, 중국기독교협회 사이의 교류는 2003년부터 시작됐다. 김종구 목사는 "이 교류회는 교단협의체인 KNCC와 달리 개체교회 지도자로 구성돼 동일한 사람이 계속 참여하면서 지속적인 논의와 교류에 유리하다"고 평가했다. 또 "KNCC와 CCC는 교회 간 교류인 반면, 복음주의권 교회와 CCC의 교류회는 중국 종교사무국의 강력한 협조가 바탕이 되고 있다"며 "보수 반공을 주요한 신앙적 토대로 삼는 복음주의권이 중국 사회주의 정부기관과의 협력을 어떻게 소화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고 말했다.

김종구 목사는 "그런 의미에서 여전히 남는 문제가 있다"며 중국 내 한국 선교사 활동 문제를 언급했다. 그는 "이 교류회에 참여하는 교회들은 중국에 파송된 대부분의 선교사가 소속된 교회"라며 "이들 선교사의 존재와 미래가 중국 영토 내에서 해외선교사의 종교활동을 금지하는 중국의 조례와 중국교회의 자주적 선교 방침과 어떻게 융화할 수 있는가의 문제가 깊이 논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중 양국교회의 공통의 과제

김종구 목사는 양국교회의 공통 과제로 '신학사상운동의 교류', '동북아평화 공동체를 위한 노력', '양국 내 시민사회영역을 확대하는 교량 역할' 등 세 가지를 꼽았다.

그는 우선 한국교회의 공공성 회복에 관한 신학적 반성과 선교적 실천과 맞물려, 중국교회에도 요청되고 있는 교회의 공공성 회복을 위해 양국교회의 신학사상건설운동을 위한 교류와 정립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중국, 일본, 한국, 북한은 동북아시아에서 역사, 문화적으로 상당한 공통성을 공유하고 있지만 전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가장 갈등이 깊고 전쟁 위협이 높은 지역 중 하나"라며 "지금까지 이념적 프레임을 벗어나 새로운 평화적인 파트너 관계로 거듭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목사는 "이를 형성할 민간차원의 노력과 협력으로 한중 양국교회가 이 역할을 주도해야 할 것"이라며 "나아가 동북아시아 평화공동체를 만들어가는 일에 공동 기도와 협력관계를 이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김종구 목사는 "중국기독교협회와 중국 내 비영리민간기구(NGO)의 선구자인 '애덕기금회'를 중심으로 중국교회의 사회복지사업이 체계적으로 확대되고 있다"며 "초기부터 사회복지와 시민사회 형성을 위해 꾸준히 노력한 한국교회의 공헌과 도전이 이제 시민사회영역이 활성화되기 시작하는 중국교회의 역할을 위해 좋은 참고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중 양국교회 관계 발전 시급

이날 개회강연을 한 감보평 목사   ©이지희 기자

감보평 중국기독교협회 부회장·총간사는 이날 개회강연에서 중국과 한국의 문화, 역사, 기독교 상황의 차이점에 대해 설명하고, 양국교회의 교류협력 자세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중국과 한국은 같은 유교 문화권에 속한 나라이지만 각 민족의 성격에 따라 다르게 발전해 왔으며, 일본 침략에 항거한 공동의 역사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민족으로 발전해 왔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교회는 민족독립운동의 중추역할을 했지만, 서방선교회 소속이던 중국교회는 외세의 침략 안에서 중국인들에게 민족의식을 불러일으키지 못했다"며 "이 때문에 20세기 중국에서 민족의식이 성장하는 곳에서는 반기독교운동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국과 한국의 국가 관계는 점차 좋아지고 있다"며 "양국 지도자뿐 아니라 문화, 정치, 경제 관계도 좋아지고 있지만 중한 양국교회의 관계는 여기에 못 미치고 있고, 심지어 뒤처져 있다"고 말했다. 특히 "양국교회 만남의 시작부터 계속 직면한 문제는 중국에서의 한국교회의 신분 문제"라며 "이 문제는 이번 교류회의 주요 목적 중 하나"라고 말했다.

"한국교회에서 적지 않은 선교사를 중국으로 파송해 복음전도가 아닌 선교활동을 하고 있다"고 지적한 감보평 목사는 "한국 선교사들이 중국의 법에 어긋나는 방법으로 선교활동을 하는 것이 대부분"이라며 "중국법에 따라 그들을 제한하면 중국 정부가 종교박해를 한다고 이야기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에서 민족의식의 중추역할을 해 온 한국교회가 중국에서 같은 방식으로 중국의 민족의식을 만들어가려는 것은 중국에서 인정이 안 된다"며 "이는 변질된 교회 의식이며 예수님이 하시는 방법이 아닌 사람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감보평 목사는 "참된 이해는 서로 존중할 때 가능하다"며 "이는 각자의 위치에서 입장과 권익을 존중해 주는 것에서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국교회가 한국에서는 주체이지만 중국에 가면 객체이며, 중국교회는 중국에서는 주체이지만 한국에 오면 객체가 된다"며 "객체는 언제나 주체의 옆에 서야 하며, 객체가 주체를 변화시키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감보평 목사는 "그래서 우리가 각자 자기 신분을 확인하고, 상대편의 주체성을 인정해야 할 것"이라며 "이 교류를 통해 각자 교회에 대해 올바로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한 양국 관계의 정상화는 이미 기나긴 세월을 흘러왔지만, 양국교회의 정상화는 아직도 한참 더 가야 한다"며 "교회는 원래 예언자이지 걸림돌이 되어선 안 된다. 중한 양국교회의 교류가 두 나라의 정치, 외교 관계보다 앞서가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이번 교류를 통해 두 나라의 기독교 관계의 발전을 위해 적극적인 한 발을 내딛으면 좋겠다"고 기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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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기독교교류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