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적 교회' 세미나가 '교회개척 이대로 좋은가'라는 주제로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숭동 동숭교회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동윤 기자

도시공동체연구소 성석환 소장이 "한국교회가 문화적 대응이나 각종 교회성장이론들이 외국에서 수입해 복제를 일삼다가 그치는 것이 아니라, 복음의 문화적 표현에 대해 신학적 고민을 하며 새로운 시도를 감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시공동체연구소 성석환 소장.   ©이동윤 기자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숭동 동숭교회에서 열린 '선교적 교회 - 교회개척 이대로 좋은가' 세미나에서, 성석환 소장은 '영국 성공회의 새로운 교회개척 전략과 한국적 적용'이라는 주제의 발제를 통해 "영국교회는 영국의 사회문화적 변화를 적극 수용하고, 다음 세대와 현대인들의 질문에 응답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도시공동체연구소(소장 성석환)가 주최로 열린 이날 세미나는 성석환 소장 · 이대헌 실장(한동대 아시아언어문화연구원) · 오동섭 목사(미와십자가교회)가 각각 영국·미국·국내 사례에 대해 연구발표를 했으며, 발표 후 대안토론 순으로 진행됐다.

이대헌 실장은 '북미 교회 개척 동향에 대한 서고와 한국 교회 개척에 대한 제언'을, 오동섭 목사는 '기성교회들의 신생교회 지원유형과 협력사역'에 대해 각각 발제했다.

성석환 소장은 발제를 통해 "영국 성공회가 이른바 '교회개척'에 대해 과거보다 더 지지하고 새로운 시각으로 임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과거 영국교회는 영국사회의 변화를 제대로 수용하지 못했지만, 최근 대대적인 지역교회 세우기 기획을 통해 영국의 사회문화적 변화를 적극 수용하고, 다음 세대와 현대인들의 질문에 응답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성 소장은 우선 한국사회의 역동적인 변화와 다양성은 영국사회와 큰 차이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우리 사회는 여전히 이념갈등과 지역갈등 및 빈부갈등과 계급갈등의 골이 더 깊어지고 있지만, 한국교회는 사회적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도덕적 신뢰를 전혀 얻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영국교회는 마찬가지로 이런 점에서 영국사회에 대해 '설득력 있는 구조'를 갖는 일이 바로 '선교형 교회'이며, 성육신의 새로운 교회론이라고 선언했다"고 전했다.

성 소장은 한국교회가 오늘날 성장이 정체되고 점점 교인들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은 인식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대안 마련에는 소극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교회 역시, 문화적 대응이나 각종 교회성장이론들이 외국에서 수입돼 시도됐지만, 정작 복음의 문화적 표현에 대해서는 신학적 고민을 진지하게 진행하지 못했다"며 "매번 임시방편에 그치거나 자극적인 방법에 매료돼 복제를 일삼다가 그치고 말았다"고 한국교회의 현실을 진단했다.

성 소장은 반면, 영국교회 즉 영국 성공회의 경우, 국교회답게 매우 치밀하고 조직적으로 상황을 분석하고 그에 맞는 전문팀을 구성해 수년간의 연구와 조사를 거쳐 실행계획을 수립했다고 말했다.

성 소장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신학적 성찰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 시대 교회란 무엇인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에 다시 대면하게 된다"며 "영국교회는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당장 써 먹을 기술을 수입하거나 유포하는 것이 아니라 교회의 존재론적 질문에 응답하고자 했으며 전통과 경계를 과감히 넘어서려는 시도를 했다"고 영국교회의 교회개척에 대한 시도들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면서 그는 'Fresh Expressions of Church in the United Kingdom'(교회의 새로운 표현, fxC)이라는 영국 구세군이 2012년 1월부터 2013년 9월까지 18개월 동안 10 교구의 1,000여 개 지역교회를 조사한 보고서를 소개했다.

성 소장은 "이 '교회의 새로운 표현'(fxC)의 팀장인 그레엄 크레이가 자신의 연설을 통해, 미국의 이머징 처치 운동이 너무 문화적 유연성만 강조하다가 '문화형 교회'가 돼버렸다고 비판했다"며 "그레엄 크레이는 교회는 반드시 '하나님의 선교'의 결과로 나타나야 하고, 교회는 이 선교에 동참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사실이 가장 중요하다고 주장했다며 이를 통해 영국교회의 건강한 신학을 다시 느낄 수 있었다"고 밝혔다.

또 성 소장은 "영국교회는 교회개척을 위한 사회문화적 변화 중 가장 큰 것으로 네트워크의 힘을 의식하며, 물리적 공간이 아닌 관계 중심의 새로운 공동체를 생각하게 됐다"며 "지역교회가 지역의 네트워크, 이웃한 단체들, 지역사회 등과 협력해야 성육신적 선교를 오늘날에 제대로 실천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이어 성 소장은 영국교회의 새로운 형태의 교회 모습들(교회의 새로운 표현, fxC)의 몇 가지 사례를 들었다.

성 소장은 "'Zac's Place는 삭개오의이야기에서 유래됐다. 자전거 동우회에 속해 있던 션 스틸맨은 친구들이 교회에 관심이 없다는 것을 알개 됐고, 음식을 제공하며 이야기를 나누면서 성경을 전했다. 이후 션은 동우회를 찾아가 성찬과 세례를 베풀기 시작했다.

authentic(?)은 글래스고우 옛 항구지역의 재개발 사업으로 밀려든 사람들을 위해 지역의 교회들이 협력해 만든 선교적 프로젝트 팀이다. 18개월 동안 새로 들어온 이들이 환경, 생각, 차, 주거상황, 지역상점들, 직업, 이동거리 등을 조사하며, 하나님의 현존을 어떻게 알릴 수 있을까 고민했다. 그리고 신도시는 좋은 주거환경이지만 정작 사람들이 모여 함께 대화하거나 만날 공간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어떤 이는 카레 전문점을 열기도 하고, 인터넷을 통한 동우회도 진행했다.

Church for the Night은 클럽 지역 가운데에 있는 버네마우스 지역교회에서 만난다. 이 공간을 찾는 이들에게 프로젝션, 스모우크 머쉰(smoke machine), 조명, 댄스 뮤직 등을 제공한다.

Tubestation은 2006년 콘월 북쪽 해변가를 내려다보고 서있는 한 감리교회가 일년 내내 운집해 있는 서퍼(sufer)들을 위한 공간을 만들기로 결정해 생긴 곳이다. 교회 건물을 서핑 라운지 인터넷 카페로 만들고, 해변까지 램프도 만들었다. 곧 기존교회 구성원들과 갈등 및 긴장이 발생했지만, 교회는 그들을 곧 교회로 전환하지 않기로 결정했고 3년을 기다리며 그들 스스로 자신들의 신앙을 표현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고 전했다.

성 소장은 "이미 한국에서도 '선교적 교회'형 개척교회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 카페에서, 레스토랑에서, 회사 라운지에서, 극장에서, 거리에서, 도서관에서 교회는 새롭게 모이고 형성돼가고 있다"며 "하지만 영국 fxC처럼 전문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지원체계가 전혀 없기에 한국교회가 이러한 새로운 교회 시도에 대해 적극적이며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더불어 "연구자는 신학생을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신학교와 총회 및 노회의 역할에 대해서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며 "신학교는 교회개척을 구체적으로 가르쳐야 하며, 새로운 상황에 대해 성찰하도록 하고 신학교 시절부터 새로운 선교적 교회개척의 비전을 갖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기성 제도권 교회에 안주하도록 하는 신학교육의 미래는 암울하며, 이제 전혀 다른 형태의 교회의 존재양식에 대해 토론하도록 하고 스스로 실험과 모험을 감행하도록 격려해야 한다"며 "총회나 노회는 단순한 격려나 위로의 차원을 넘어 개척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전문사역의 지식과 경험을 제공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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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