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사상 첫 월드컵 원정 8강에 도전하는 축구대표팀 홍명보호가 브라질월드컵 본선을 향한 본격적인 여정에 돌입했다.

튀니지와의 평가전이 신호탄이었다. 홍명보(45) 감독이 이끈 한국축구대표팀은 28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튀니지와의 국내 마지막 평가전에서 0-1로 졌다.

월드컵 출정식 형태로 벌어진 의미있는 경기에서 패배를 당해 분위기를 띄우는 데는 실패했다. 4년 전 남아공월드컵 출정식 당시 에콰도르를 2-0으로 꺾고 자신감을 채웠던 것과는 정반대의 상황이다.

최근 잇따라 열린 평가전에서 H조 팀들이 승리를 챙긴 것과도 대조된다. 26일 러시아는 슬로바키아에 1-0으로 이겼고, 27일 벨기에는 룩셈부르크에 5-1 대승을 거뒀다.

승패에 연연하기보다 부상을 피하고 전력 노출도 최소화하겠다는 홍 감독의 당초 구상은 절반만 이뤄졌다. 선수들의 등번호를 바꿔 전력 분석에 혼선을 주는 데는 성공했을지 몰라도 홍정호(25·아우크스부르크)가 경기 도중 부상을 입었다는 점은 뼈아프다.

예상밖의 결과를 받아든 대표팀은 29일 오전 경기도 파주 축구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한 차례 회복훈련으로 분위기를 추스르고 30일 오전 미국 전지훈련지인 마이애미로 출국한다.

숨가쁜 일정의 연속이다. 마이애미에서 약 10일 간 최종 전지훈련을 끝낸 뒤에는 브라질월드컵 베이스캠프가 있는 이구아수로 이동한다. 다음달 10일에는 마이애미에서 아프리카 강호 가나를 상대로 한 최종 모의고사도 예정돼 있다.

베이스캠프의 입성 전까지의 기간이 가장 중요하다.

체력을 끌어올리고 조직력과 전술을 가다듬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홍 감독은 "튀니지전을 새기면서 마이애미에서 다시 시작하자"고 다독였고, 주장 구자철(25·마인츠)은 "분명히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잠재적인 불안 요소도 떨쳐내야 한다. 우려했던 부상 문제가 현실이 됐다. 대표팀 주전 센터백 홍정호가 튀니지전 도중 왼발을 다쳤다. 큰 부상이 아니라지만 언제든지 반복될 수 있다. 왼쪽 풀백 김진수(22·알비렉스 니가타)도 부상 회복이 더딘 상태다.

수비라인에서 절반이 부상을 안고 있다. 백업 멤버가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전지훈련 기간 중 최대한 부상자들의 회복을 이끌어내야 한다.

공격진영에서의 유기적인 움직임도 극복과제다. 튀니지전 이후 많은 선수들이 공수에서의 유기적인 움직임이 부족했다고 입을 모았다.

구자철은 "전체적으로 공수 간격을 조직적으로 유지하지 못해 상대에게 공간을 많이 내줬다"고 했고, 이근호(29·상주)는 "공격수의 유기적인 움직이 부족했다"고 평가했다.

중원에서의 강력한 압박도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3선과 4선 간격이 느슨하게 벌어지는 장면이 여러 번 노출됐다.

한준희 KBS해설위원은 "상대 역습을 중앙 미드필더들이 1차로 저지했어야 했는데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플랜 B의 마련도 시급한 것으로 보인다. 홍 감독은 튀니지전에서 사실상의 베스트 11을 모두 가동하고도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 후반전에는 6명을 모두 교체하면서까지 모든 자리에 대한 테스트를 했지만 탐탁치 않았다.

홍 감독이 남은 기간 동안 산적해 있는 과제들을 모두 해결하고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러시아와의 첫 경기까지는 20일 남았다.

28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초청 축구국가대표팀 월드컵 출정식 경기 '다시 한번 대한민국'에서 감독 및 선수들이 대형 태극기를 들고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2014.05.28.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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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