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사상 첫 월드컵 원정 8강에 도전하는 홍명보호가 국내 마지막 평가전에서 패하면서 브라질로 떠나는 발걸음이 무겁게 됐다.

홍명보(45) 감독이 이끈 한국 축구대표팀은 28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튀니지와의 평가전에서 0-1로 졌다. 전반 43분 상대 미드필더 주하이에르 다우아디에게 내준 선제골을 끝까지 만회하지 못했다.

한국은 지난 9일 브라질월드컵 최종엔트리 23명을 발표한 이후 처음 치르는 A매치에서 패배를 해 본선으로 가는 여정이 만만치 않음을 절감했다.

튀니지는 브라질월드컵 본선에서 맡붙을 알제리를 염두에 둔 스파링 상대로 전술상 알제리와 비슷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홍 감독은 이같은 튀니지에 덜미를 잡혀 본선 준비에 많은 고민을 안게 됐다.

이날 패한 한국은 튀니지와의 역대 전적에서도 1무1패의 열세에 놓였다. 지난 2002년 3월13일 원정경기로 열린 경기에서 0-0으로 비긴 뒤 승리를 노렸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홍 감독은 23명의 최종엔트리 발표 후 첫 베스트 11으로 '필승조'를 모두 투입시키고도 승리를 맛보지 못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49위 튀니지의 벽을 넘지 못했다.

승패에 연연하지 않겠다던 홍 감독이지만 사실상 본선에서 가동할 최정예 멤버를 내세우며 승리에 대한 욕심을 드러냈다. 그러나 고질적인 수비 불안 문제를 해소하지 못한 채 패배를 떠 안았다.

브라질월드컵 장도에 오르는 대표팀을 지켜보기 위해 5만7112명의 관중이 경기장을 찾았지만 열화와 같은 응원에 보답하지 못했다.

홍 감독은 4-2-3-1 기본 포메이션에서 최전방 공격수로 박주영(29·아스날)을 낙점했다. 좌우 측면 미드필더로 손흥민(22·레버쿠젠)과 이청용(26·볼턴)을 배치했고, 박주영의 뒤를 받칠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에 구자철(25·마인츠)을 세웠다.

'더블 볼란치'로는 기성용(25·스완지시티)과 한국영(24·가시와 레이솔)의 조합을 선발로 시험 가동했고, 포백은 왼쪽부터 윤석영(24·퀸즈파크레인저스)·김영권(24·광저우 에버그란데)·홍정호(25·아우크스부르크)·이용(28·부산)이 맡았다.

주전 경쟁을 벌이고 있는 골키퍼 자리는 경험 많은 정성룡(29·수원)이 차지했다.

이날 경기에 나선 선수들은 브라질월드컵에서 사용할 등번호를 사용치 않았다. 전력 노출을 최소화하기 위한 홍 감독의 판단이었다.

전반 초반은 한국이 분위기를 지배했다. 소집 훈련 당시 갈고 닦았던 짧고 간결한 패스를 위주로 상대의 허점을 노렸다.

측면 돌파 후 중앙으로 좁혀오는 주 공격패턴에서 벗어나 유기적인 패스를 이용한 상대 공간을 파고드는 움직임이 돋보였다. 왼쪽 측면에서 윤석영과 손흥민의 호흡이 좋았고, 오른쪽에서는 이용과 구자철이 좋은 장면을 몇 차례 연출했다.

전반 14분 시도한 구자철의 위협적인 중거리 슈팅도 이용과의 호흡에서 나왔다. 공격에 적극 가담한 이용은 중앙에 있던 순간, 자유로웠던 구자철에게 패스를 찔러 넣었다. 구자철은 기습적인 왼발 슈팅을 날렸지만 골로 연결되지 않았다.

이에 맞서는 튀니지는 수비를 두껍게 한 뒤 순간적인 스피드를 활용해 역습을 펼치는 공격 형태를 보였다. 힘과 스피드를 앞세운 유럽식 축구를 구사했다. 탄탄한 수비를 기본 바탕으로 한 빠른 공격 전개가 인상적이었다.

전반 30분 지나면서부터 조금씩 주도권을 잡아간 튀니지는 한국의 수비 실수를 놓치지 않고 단 한 번의 공격으로 골을 뽑아냈다.

전반 종료 직전인 43분 미드필더 중앙까지 올라온 홍정호가 역습을 허용한 상황에서 상대 미드필더 야신 미카리의 대인 마크에 실패했다. 문전까지 뛰어들어간 미카리는 같이 쇄도하던 동료 다우아디에게 내줬고, 다우아디는 이를 놓치지 않고 골로 연결했다.

홍명보호의 고질적인 중앙 수비 조직력 문제를 그대로 반복 노출한 셈이다. 홍 감독이 굳게 믿는 중앙 센터백 홍정호도 대인마크 능력의 한계를 드러냈다.

전반을 0-1로 마친 한국은 상대 수비 진영에서부터의 강한 전방 압박으로 만회골의 의지를 드러냈다. 박주영과 손흥민이 끊임없이 상대 수비 안쪽을 파고들며 슈팅을 시도했다.

박주영은 후반 3분 상대 페널티 박스 왼쪽에서 과감한 중거리 슈팅을 시도했고, 손흥민은 1분 뒤인 후반 4분 후방에서 길게 넘어온 패스를 받아 슈팅까지 연결했다.

공격에 고삐를 당긴 한국이었지만 운도 따라주지 않았다. 중앙수비수 홍정호가 상대와의 몸싸움 과정에서 고통을 호소한 채 후반 15분 곽태휘와 교체됐다.

홍 감독은 동시에 공격형 미드필더 구자철을 빼고 이근호를 투입하며 분위기 반전을 노렸다. 후반 23분에는 손흥민 대신 김보경을 넣으며 공격자원에 변화를 줬다.

효과는 없었다. 이근호가 빠른 발을 이용해 측면과 중앙을 부지런히 파고들었지만 이렇다 할 장면을 연출하지 못했다.

다급해진 홍 감독은 후반 30분 박주영까지 빼고 장신 공격수 김신욱을 넣으며 승부수를 던졌다. 후반 32분에는 기성용을 불러들이고 그 자리에 하대성을 넣었다. 사실상 바꿀 수 있는 선수는 모두 바꾼 셈이다.

그러나 상대의 탄탄한 수비를 뚫어내는 데 실패했다. 경기 종료 직전 한 차례 결정적인 슈팅을 날렸지만 골문을 벗어나 경기는 그대로 0-1로 끝났다.

한편 이날 평가전을 마친 대표팀은 29일 오전 파주축구국가대표트레닝센터(NFC)에서의 간단한 회복훈련을 벌인 뒤 30일 오전 미국 전지훈련지인 마이애미로 출국한다.

6월10일 마이애미 현지에서 가나와 한 차례 평가전을 더 치른 뒤 곧바로 브라질월드컵 베이스캠프인 이구아수에 입성할 예정이다.

28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초청 축구국가대표팀 월드컵 출정식 경기 대한민국과 튀니지의 평가전에서 한국 정성룡이 튀니지 슛팅을 펀칭하고 있다. 2014.05.28.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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