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봉기와 뒤이은 내전으로 쫓겨나 도피 중이던 리비아의 전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가 20일 고향 시르테에서 최후를 맞이했다.

이날 과도정부군은 카다피군의 최후 거점인 시르테를 완전히 장악했으며 카다피의 사망으로 8개월여에 걸친 리비아 내전은 사실상 종식됐다.

하지만 `카다피 제거'라는 목적으로 일시 단합돼 있던 국가과도위원회(NTC)가 강력한 구심점을 발휘하지 못할 경우 극심한 분열을 겪으면서 제2의 아프간화가 우려된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리비아 임시정부인 NTC 대변인 압델 하페즈 고가는 이날 트리폴리에서 "카다피가 혁명군에 체포된 후 사망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고가는 "이는 역사적 순간이요, 폭정과 독재의 종말"이라며 "카다피는 파멸했다"고 말했다.

카다피의 시신은 미스라타의 비밀장소로 이송됐다고 알-아라비야 TV가 보도했다.

이에 앞서 NTC 관리들은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카다피가 생포됐으나 머리와 두 다리에 부상이 심하다고 밝혔고 일부 야전 지휘관은 카다피를 봤으나 생사 여부는 불확실하다고 전했다.

카다피는 이날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군의 공습을 피해 달아나는 과정에서 과도정부군에 발각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발각될 당시 카키색 복장에 머리에는 터번을 두르고 홀로 참호 속에 숨어 있었고 생포 순간 "쏘지마, 쏘지마"라고 외쳤다고 현장에 있었다는 과도정부군 병사가 말했다.

AFP통신은 과도정부군 사이에서 '총상을 입은 카다피의 모습'이라며 퍼지고 있는 사진을 입수해 공개하면서 사진 속 남성이 살아있는 상태인지는 확인하기 어렵다고 보도했다.

지금까지 외신의 보도를 종합할 때 카다피는 과도정부군의 총격을 받아 현장에서 사망했거나 후송 과정 또는 직후에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

그동안 여러 번 체포설이 제기된 카다피 5남 무타심은 숨진 채 발견됐고 시신이 미스라타로 옮겨졌다고 AFP통신과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나토군과 미국정부에서는 카다피 부자의 사망 확인이 나오지 않고 있다.

과도정부군은 이날 카다피의 최후 거점이었던 시르테를 완전히 장악했다.

현지 지휘관 유누스 알 압달리는 "시르테가 해방됐고 카다피군은 없다"며 "도주하는 카다피군을 뒤쫓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카다피군을 태운 차량 약 40대가 시르테 서쪽으로 도주했다.

과도정부군 소속 병사들은 시내 중심부에 모여들어 '알라는 위대하다'고 외치며 환호했고 승리를 자축하는 자동차 경적이 곳곳에서 울렸다.

그러나 미국 국무부는 카다피 사망 관련 보도에 대해 이날 오후 11시(한국시간) 현재 "카다피의 생포나 사살에 관한 언론 보도를 확인(confirm)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편 카다피 체포 과정에서 리비아 전 국방장관 아부 바크르 유니스가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시르테 야전병원의 의료진 이날 픽업 트럭으로 실려 온 시신 한 구의 신원이 유니스 장관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지난 8월23일 반군의 수도 트리폴리 함락을 계기로 종적을 감춘 카다피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고향 시르테 등을 거점으로 강력하게 저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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