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후 WCC 제10차 총회 폐회예배가 진행되는 가운데 주요 순서자들이 단상에서 예배를 드리고 있다.   ©채경도 기자=공동취재단

전 세계 3천여 에큐메니컬 지도자들을 한 곳으로 불러모았던 세계교회협의회(WCC) 제10차 총회가 8일 오후 부산 벡스코(BEXCO) 컨벤션홀에서 폐회예배를 끝으로 지난 10일간의 일정을 모두 마무리했다.

'생명의 하나님, 우리를 정의와 평화의 길로 이끄소서'를 주제로 열린 이번 부산총회를 마무리하며, 이날 예배는 세상 속으로 정의와 평화를 위한 여정의 순례자들을 보낸다는 의미에서 폐회예배가 아닌 '파송예배'란 이름으로 드려졌다.

8일 김삼환 목사가 WCC 제10차 부산총회에 참석한 총대들 앞에서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

폐회예배에 앞서 총회업무 처리를 위한 전체회의에서 이어 진행된 폐회식에서 한국준비위원회 대표대회장 김삼환 목사(명성교회)는 "이번 WCC 제10차 총회를 이곳 대한민국 부산에서 열게 된 것은 모두가 하나님의 크신 은혜이며 우리의 것은 하나 없는 하나님이 주신 것으로 함께 나누었을 뿐"이라고 하나님께 감사를 드렸다.

김 목사는 "130여년 전 언더우드, 아펜젤러 두 분을 우리에게 선교사로 파송하신 미국 장로교, 감리교 그리고 그 이후 호주 장로교 그리고 유럽 모든 교회에 깊이 감사드린다. 그리고 수많은 고통과 억압 속에서 믿음을 지키고 순교한 믿음의 선조들에게 모든 감사드린다"고 말한 뒤 그동안의 일들이 떠오르는 듯 감격에 벅차 눈시울을 붉혔고 이에 참석자들도 격려의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8일 WCC 제10차 총회의 폐회예배의 시작을 알리는 한국전통북 퍼포먼스.   ©채경도 기자=공동취재단

이어진 폐회예배에는 한국 전통 북을 울리며 예배의 시작을 알렸고  이번에 아시아 지역 대표회장으로 선출된 장상 목사가 대표 기도했다.

장 목사는 "새로 모를 심으면 논이 그럴듯해 보이나 뿌리를 내리고 키가 자랄 때 논바닥이 갈라져버리면 한 해 벼농사를 망치기 일쑤"라며 "기독교는 논과 같다. 우리가 사랑의 뿌리를 내리게 하사 그리스도인의 교제와 봉사로 성장하게 하고 우리 삶 속에서 주님의 뜻을 이루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

WCC 아시아 지역 회장 장상 목사   ©채경도 기자=공동취재단

성공회 소속이자 테러로 양팔과 한쪽 눈을 잃은 SSM수도회 마이클 랩슬리(Michael Lapsley) 사제(남아프리카공화국 기억치유연구소 소장)가 '누가복음 36-49절'을 본문으로 설교를 전했다.

랩슬리 사제는 "엠마오 도상의 제자들에게 나타난 예수께서 하신 일은 그들의 고통과 슬픔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을 도우신 것"이라며 "오늘날 우리들, 특히 성직자들도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총회 개회예배에서 우리는 각 대륙의 가난하고 학대받는 사람들의 탄식을 들으며 시작했고 총회 기간 다른 사람들의 아픈 이야기를 들으며 영혼에 깊은 인상을 받고 그들을 도울 용기를 가지게 됐다"며, 특히 전쟁과 폭력, 강간, HIV 등으로 인해 고통 받고 있는 이들을 위한 사랑과 행동을 촉구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성공회의 마이클 랩슬리 사제가 설교를 전하고 있다. 테러로 잃은 팔 대신의 의수가 눈에 띈다.   ©채경도 기자=공동취재단

랩슬리 사제는 "십자가에 달리고 부활하신 분께서 우리들이 서로의 상처를 돌보며 서로의 아픔에 귀기울이며 마침내 하나를 이루기 바란다"며, "또한 인간의 세계뿐 아니라 '어머니' 지구의 통곡 소리에도 귀를 기울임으로써 우리가 해결할 수 있는 일이 많을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그는 한반도 평화에 대해서도 언급하며 "이곳 한반도에 초대되어 많은 대접 받고 한국 교우들 신앙에 감동 받았지만 한반도의 남북이 거대한 무기고와 같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며 "한반도야말로 화해와 오랜 상처의 치유를 통해서 평화를 이룩한 곳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날 설교 중 그는 이른바 동성애자인 성적소수자들에 대해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해 논란의 불씨를 남겼다.

랩슬리 사제는 "모든 연령대에서 여러분(성적소수자들)은 고통스럽게 살아 왔다"며 "신앙인으로서 죄송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제 꿈은 모든 종교 지도자들이 저와 똑 같은 사과를 하는 것을 볼 수 있었으면 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독일이 이달 1일부터 출생신고서에 남성과 여성 이외 제3의 성별을 기재하도록 한 것을 언급하며 "역사적인 진전"이라 평가했다.

8일 WCC 제10차 총회 폐회예배에서 정교회 사제가 이날 성경본문을 곡조를 넣어 아람어로 부르고 있다.   ©채경도 기자=공동취재단

개회예배와 마찬가지로 예배를 드리는 동안 십자가와 성수, 촛대, 성화와 각 대륙 상징물이 강단 위에 차려졌고, 설교에 앞서서는 정교회 전통 곡조의 아람어 성경 봉독이 이뤄졌다.

예배의 마지막 순서에서는 이번 총회에서 선출된 중앙위원회 위촉식이 진행되어, 중대한 임무를 부여 받은 위원들을 위해 모두가 기도하고 축복하는 시간을 가졌다.

기도 인도자로 나선 총회준비대회장 박종화 목사(경동교회)는 "우리의 일정을 모두 끝내고 다시 순례의 길을 떠나는 이 순간 이번 WCC가 중앙위원으로 선출한 분들을 위해 기도해 주시기 바란다"며, "이들에게 열심을 주사 정의와 평화 일치를 위해 힘쓰게 하고 확신을 가지고 일하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

위촉식에서는 특별히 각 중앙위원들에게 한국 교회 전통에 따라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상징하는 계란을 선물했다. 인도자는 "이 계란으로 새 하늘과 새 땅의 소망을 함께하자"고 선언했다.

8일 WCC 제10차 총회 폐회예배가 끝나고 주최측에서 부활의 의미를 담은 달걀을 나눠주고 있다. 예장통합 정영택 부총회장(가운데)도 함께 달걀을 나눠주고 있다.   ©채경도 기자=공동취재단

끝으로 참석자들을 위해서 역시 장상 목사가 축복기도를 인도했다. 장 목사는 "부활하신 그리스도께서 저희들의 마음에 하나님의 선교를 향한 열정의 불을 붙여주사 생명의 하나님께서 저희들을 정의와 평화의 길로 이끄소서"라고 기도했고, 참석자들은 "저희들이 순례의 길을 가는 동안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기쁨과 믿음이 충만하게 하시며 삼위일체이신 하나님께 영광이 있을지어다"라고 한 목소리로 응답했다. 이로써 모든 총회의 공식 일정이 막을 내리고 참석자들은 "순례의 공통된 소망"을 안고 세상 속으로 파송됐다.

한편, 예배 후 150명의 신임 중앙위원들은 모임을 갖고 의장에 사상처음으로 여성인 아그네스 아붐 박사(케냐 성공회)를 선출하고 부의장에 게나디우스 주교(터키 동방정교회)와 매리 앤 스완슨 목사(여·미국 감리교)를 각각 선임했다. 차기 중앙위원회는 내년 2월 스위스에서 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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