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전 김영주(가운데) 총무가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NCCK의 호소문을 낭독했다. 왼쪽에는 NCCK 평화통일국 이훈삼 국장이 배석했다.   ©장세규 기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가 오는 30일부터 열흘간 열리는 세계교회협의회(WCC) 제10차 부산총회에 한국 교회의 적극적인 참여를 요청했다.

NCCK는 4일 오전 한국기독교회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한국 교회의 그리스도인들에게 호소합니다'란 제목의 호소문을 발표하며 "서로 교단이 다르고 신앙과 직제의 모습이 달라도,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그리스도인인 한 모두 '한 몸'이다"고 강조했다.

NCCK는 김영주 총무가 낭독한 호소문을 통해 "교회가 시작된 후 지금까지 가슴 아프게도 그리스도의 몸은 숱하게 찢어지고 쪼개졌고, 전통과 지역과 문화와 신앙해석에 따라 분열하고 대립했다"면서 "하나인 그리스도의 몸을 찢고 가르는 크나큰 잘못을 범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독교 역사상 이 분열과 대립이 최고조에 달한 곳은 불행하게도 우리 한국교회"라고 아타까움을 나타내면서 "그러므로 오늘날 한국 교회의 가장 큰 신앙적 과제는 연합이요 일치다"고 밝혔다.

NCCK는 다만 "연합과 일치는 똑같은 모습, 똑같은 색깔이 되자는 것이 아니라, 몸의 지체가 각자의 모양과 역할이 다르지만 합하여 한 몸을 이루듯, 다양성을 인정하는 가운데 하나가 되자는 것"이라 설명했다.

이를 위해 이번 WCC 제10차 부산총회를 중요한 계기로 삼을 것을 제안한 NCCK는 "한국교회가 합심해 이 총회를 준비하고 맞이함으로써 수백 개로 나누어진 한국 교회가 하나 되고 한 몸을 이루는 계기가 되기를 기도한다"면서 "대한민국에서 WCC 총회가 열리게 된 것은 한국 교회의 하나 됨을 바라시는 하나님의 크신 경륜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NCCK 김영주 총무가 '한국교회의 그리스도인들에게 호소합니다'란 제목의 호소문을 낭독하고 있다.   ©장세규 기자

NCCK는 한국교회 일각에서 WCC를 '종교다원주의' 등을 주장한다며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에 대해 "그것은 그리스도의 '한 몸'을 이루려는 WCC의 노력을 오해하거나 충분히 알지 못하였기 때문일 것"이라며 "WCC는 이천년을 이어온 기독교의 오랜 신앙전통과 다양한 유산을 품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WCC를 '용공'으로 의심하는 것에 대해 "1950년 6.25 북한군의 남침을 국제기구 가운데 가장 먼저 '(북한의) 남침'으로 규정하고 유엔군 파병을 요청 한 것은 바로 WCC였다"며 "이 또한 오해일 뿐이다"고 NCCK는 일축했다.

한 걸음 나아가 NCCK는 "한국사회가 지난날 민주화를 이루기 위해 군사독재정권에 맞서 눈물과 땀과 피를 흘릴때, WCC는 한국 교회를 물심양면으로 도왔다"며 "그 도움은 한국의 민주화와 인권 신장에 큰 도움이 됐다. 그 공로는 치하해도 모자랄 것이다"고 밝혔다.

NCCK는 "그동안 WCC 제10차 부산총회를 준비하는 과정에 한국 교회 일부의 반대가 있었을 뿐 아니라 한국준비위원회 내부에서도 불협화음이 없지 않았다"고 고백한 뒤 "그러나 그 모든 것은 신앙의 열심 때문이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어 "모든 어려운 일들이 잘 정리되었고 10월 총회는 목전에 다가왔다"면서 "한국의 미풍양속은 손님을 모시고 집안의 시끄러운 것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다. 한국 정부나 사회, 그리고 한국 교회가 세계의 기독교 신앙인들과 지도자들을 환대하고, 총회가 성대히 치러지도록 기도하고 애써주시기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NCCK는 WCC 부산총회를 통해 "한국 교회는 세계 교회의 경험과 유산을 맛보게 될 것이며, 세계 교회는 한국 교회의 신앙의 열정과 영성의 깊이를 알게 될 것이다"며 "그래서 서로 감사하고 서로에게 배우며 하나가 되어 연대하고 협력하게 된다만, 분열의 상징인 한국교회는 일치의 상징이 될 것이다"고 기대했다.

김영주 총무는 이번 호소문의 의미에 대해 "그간 (신학적, 이념적) 논쟁은 내려놓고 해외에서 오는 많은 지도자들을 따듯하게 맞이하고, 총회를 잘 뒷받침해서 잘 치른 다음 (각종 논란에 대해) 토론하자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NCCK가 WCC 제10차 부산총회의 사전행사로 준비한 '평화열차'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이날 NCCK가 호소문에서 강조한 또 다른 부분은 '한반도의 평화정착'이었다. 김 총무가 힘주어 읽은 부분도 이 부분이었다.

NCCK는 호소문에서 "한반도는 세계에 남아있는 유일한 분단국가"라며 "남북평화를 위해 NCCK는 WCC와 협력해 부산총회를 향하는 '평화기차(열차)'가 베를린에서 출발해 러시아를 지나고 북한을 거쳐 부산까지 이를 수 있도록 하려고 한다"고 "이 일을 위해 오래전부터 기도하고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만일 이 일(북한을 거쳐 오는 것)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경색된 남북관계를 풀어가는 중요한 돌파구가 될 것이며, 한국 교회가 한반도 평화수립에 한 몫을 감당하게 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평화열차의 핵심인 '북한 경유'는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김 총무는 "평양경유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며 "이때까지 정부로부터 가능할 것이란 적극적 사인은 받았지만, 실질적으로 합의가 되진 않았다. 그것 때문에 계속협의 중이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배석한 NCCK 평화통일국 이훈삼 국장은 "북한 조선그리스도교련맹(조그련)에서 8월부터 두 차례 북한에서의 회담 요청을 해왔지만, 우리 정부당국이 서신교환이나 3국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원칙을 고수해 무산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김 총무는 "오는 14일 중국 심양에서 조그련 측과 회담을 열고 마지막으로 평화열차의 평양경유를 추진할 예정이다. 아직까지 가능하다고 본다"면서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음을 분명히 했다.

NCCK는 평화열차가 평양을 경유하지 못할 경우, 중국 베이징에서 단동으로 기차로 이동한 후 단동에서 배를 타고 인천에 도착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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