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YWCA연합회가 27일 오후 서울 중구 소재 한국YWCA연합회에서 ‘2026 제1차 YWCA AI 집담회’를 개최했다.
YWCA AI 연구TF가 주관한 이번 집담회는 ‘신학적 관점에서 읽는 AI: 인간성, 창조세계, 공동체 그리고 책임’을 주제로 인공지능(AI) 기술의 발전이 인간과 사회, 생태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고 신학적 관점에서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집담회는 유성희 YWCA AI 연구TF 위원장(한국YWCA연합회 제1부회장)이 좌장을 맡았으며, 장윤재 교수(이화여자대학교 기독교학과)가 ‘AI 시대, 우리는 어떤 인간이 되어가고 있는가?’라는 제목으로 강연을 맡았다. 토론과 질의응답은 강연 이후 순서로 편성됐다.
장 교수는 AI 기술의 발전이 가져오는 편익뿐 아니라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회적·생태적 비용을 살펴보고, 인간의 존엄성과 창조세계 보전, 기술권력에 대한 민주적 통제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장윤재 교수 “AI는 공짜가 아니다”… 기술 발전의 비용과 분배 문제 제기
장윤재 교수는 AI의 발전을 평가할 때 기술이 제공하는 혜택과 함께 그 비용을 누가 부담하는지 살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교수는 “AI는 공짜가 아니다. 우리는 AI와 함께 어떤 인간이 되어 가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제시하며 AI가 의료 진단과 치료법 개발, 장애인의 의사소통, 교육 기회 확대, 기후변화 예측 등에 기여할 수 있지만 기술의 발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적·사회적 비용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클라우드 서비스의 기반에는 데이터센터와 서버, 반도체와 발전소, 송전망과 냉각시설 등이 있으며, AI 산업에 필요한 자원을 채굴하고 설비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전력과 물이 사용되고 환경적 부담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AI 기술이 디지털 환경에서 작동하더라도 이를 유지하기 위한 기반시설과 자원이 필요하며, 기술 발전에 따른 경제적 이익과 사회적 비용이 동일한 주체에게 돌아가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기후위기의 사례로 네팔을 제시했다. 토지이용 변화를 제외한 1750년부터 2024년까지 세계 누적 이산화탄소 배출량에서 네팔의 비중은 약 0.01%인 반면 미국은 23.5%, 중국은 15.4%, 한국은 1.1%라고 설명했다. 온실가스 배출에 적게 기여한 국가와 주민들도 기후변화의 피해를 감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풍요와 그 대가는 같은 집의 문을 두드리지 않았다”며 기후재난의 부담이 저소득층과 돌봄을 담당하는 여성에게 더 크게 돌아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여성들이 재난 상황에서 가족과 공동체를 돌보는 역할을 담당하면서도 생태환경의 회복을 위한 활동에 참여해 왔다며, 기후정의와 성평등 및 돌봄의 문제를 함께 다뤄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반도체 산업과 데이터센터 건설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장 교수는 AI 산업의 성장으로 기업이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지만 전력과 냉각수 확보, 송전망 건설, 산업시설 운영에 따른 부담은 지역 주민과 노동자, 농업 및 생태환경에 돌아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기업의 수익뿐 아니라 지역사회와 창조세계가 부담하는 비용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교수는 “AI의 생태적 비용을 계산하는 일은 계산되지 않던 생명의 가치를 다시 보이게 하는 일이다”라며 기술 발전에 따른 환경적 영향을 경제적 비용뿐 아니라 생명의 관점에서 평가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AI가 인간의 사고와 판단, 노동과 돌봄, 인간관계와 민주주의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를 인간학적 비용(anthropological cost)으로 설명하며, 기술의 발전이 인간의 능력뿐 아니라 인간이 자신을 이해하는 방식도 변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기술의 수단과 목적 구분… 인간의 존엄성에 미치는 영향 분석
장 교수는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기술철학을 통해 AI가 인간과 자연을 바라보는 방식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그는 하이데거가 기술을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세계를 드러내는 방식으로 이해했다고 설명했다. 현대 기술의 관점에서 강은 발전을 위한 자원으로, 숲은 목재를 생산하는 공간으로 인식되며, 인간 역시 생산성과 효율성에 따라 관리되는 자원으로 취급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장 교수는 기술이 인간의 삶을 돕는 수단이어야 하지만 기술 발전 자체가 목적이 될 경우 인간과 자연의 가치를 경제적 효용으로만 평가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개발한 기술이 오히려 더 많은 업무를 요구하고, 소통을 돕기 위한 디지털 기술이 개인의 자유를 제한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AI가 인간의 사고를 돕는 도구로 활용되지만 인간이 스스로 판단하기보다 AI가 제시한 결과를 선택하는 데 익숙해질 가능성도 제기했다.
이어 아우구스티누스의 사용(uti)과 향유(frui) 개념을 통해 수단과 목적의 관계를 설명했다. 기술은 인간의 삶과 공동체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돼야 하지만, 기술 자체를 최종적인 목적으로 삼을 경우 인간과 창조세계가 기술 발전을 위한 자원으로 취급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장 교수는 “기술이 세계를 드러내는 유일한 방식이 되어서는 안 된다”며 기술적 계산과 통제의 논리가 인간과 자연의 가치를 판단하는 유일한 기준이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AI가 인간의 능력을 향상하고 생물학적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고 보는 트랜스휴머니즘도 검토했다. 기술을 통해 지능과 신체 능력을 확대하는 것이 곧 인간 존재의 완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인간의 존엄성을 이성이나 언어 능력 등 다른 존재보다 뛰어난 능력에 근거해 설명할 경우 어린아이와 중증장애인, 치매 환자 등 인지적 능력에 차이가 있는 사람들의 존엄성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지 문제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장 교수는 “인간은 가장 뛰어나서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책임 있는 존재로 부르셨기 때문에 존엄하다”며 인간의 가치를 생산성과 지적 능력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창세기 1장 28절의 정복하고 다스리라는 말씀을 창세기 2장 15절의 경작하며 지키라는 말씀과 함께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간에게 부여된 창조세계에 대한 책임은 무제한적인 소유와 지배가 아니라 생명을 보호하고 돌보는 일이라는 것이다. 장 교수는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는 것과 다른 생명의 가치를 존중하는 일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AI의 차별 재생산과 인간의 취약성 문제 제기
장 교수는 여성신학과 생태신학의 관점에서 AI가 기존 사회의 차별과 지배 구조를 재생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역사적으로 남성과 여성, 이성과 감정, 정신과 몸, 문화와 자연 사이에 위계가 형성됐으며, 이러한 구분이 여성과 자연에 대한 지배를 정당화하는 데 활용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AI가 학습하는 데이터에도 과거 사회의 편견과 차별이 반영될 수 있으며, 이러한 정보가 자동화된 의사결정 과정에서 재생산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아마존의 실험적 AI 채용 시스템이 과거 채용 기록을 학습하면서 여성 지원자에게 불리한 평가를 내린 문제와 동의 없이 여성의 얼굴과 몸을 합성하는 딥페이크 기술의 악용을 제시했다.
장 교수는 “AI는 과거의 차별에서 우리를 해방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동화할 수 있다”며 AI 기술의 발전이 기존의 사회적 불평등을 확대하지 않도록 감시와 대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근대사회가 자율성과 독립성을 인간의 이상으로 제시해 왔지만 인간은 태어나서부터 다른 사람의 돌봄에 의존하며 살아가는 존재라고 설명했다. 어린아이와 노인, 장애인 등 돌봄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불완전한 인간으로 이해해서는 안 되며, 의존성을 인간의 관계적 특성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교수는 “독립적 개인이라는 이상은 상호의존과 돌봄 노동을 보이지 않게 만든다”며 인간이 서로에게 의존하고 돌봄을 주고받는 관계 속에서 살아간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AI 기술을 통해 질병을 치료하고 수명을 연장하려는 노력과 기독교가 말하는 구원 및 영원한 생명을 구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랜스휴머니즘이 추구하는 기술적 불멸과 달리 기독교의 부활 신앙은 하나님의 은혜를 통한 생명의 회복을 강조하며, 인간의 생물학적 생존을 무한히 연장하는 것이 곧 구원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는 상처 없는 존재라서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사랑하시기 때문에 존엄하다”며 인간의 취약성을 기술적으로 제거해야 할 결함으로만 이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장 교수는 예수 그리스도의 성육신과 십자가, 부활의 의미를 통해 인간의 유한성과 창조세계에 대한 책임을 살펴야 한다고 밝혔다. 하나님이 인간의 몸을 입고 고통과 죽음의 현실에 참여했다는 성육신 신앙을 언급하며 인간의 능력을 확대하는 것뿐 아니라 다른 생명의 고통을 돌보는 일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기독교의 구원은 인간의 생존 기간을 늘리는 데 머무르지 않고 인간과 창조세계의 생명이 새로워지는 것을 포함한다고 강조했다.
“생각하는 AI, 생각을 멈추는 인간”… 판단과 민주주의의 책임 강조
장 교수는 생성형 AI가 이용자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방식이 인간의 사고와 판단 능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존 검색엔진이 이용자에게 여러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경로를 제공했다면 생성형 AI는 질문에 대한 답변을 종합해 제시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 과정에서 이용자가 AI의 답변을 검증하기보다 그대로 수용할 위험이 있으며, AI가 사용자의 생각이나 의견에 지나치게 동조하는 아첨적 동조(sycophancy) 현상도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장 교수는 이러한 현상이 이용자의 기존 판단과 선호를 강화하면서 다른 관점을 검토할 기회를 줄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AI가 인간의 사고를 대신하는 범위가 확대될수록 판단과 책임을 기술에 위임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며, 정보처리 능력과 지혜를 동일하게 이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는 “지능은 목표를 달성하고, 지혜는 그 목표가 옳은지 묻는다”며 어떤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지뿐 아니라 그 목표가 정당한지를 판단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민주주의가 서로 다른 관점과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들이 토론하고 판단하는 과정을 통해 유지된다는 점에서 AI의 확산이 시민의 판단 능력과 공동체적 토론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교수는 AI 기술의 안전성과 통제 문제도 제기했다. 철학자 닉 보스트롬의 참새와 올빼미 우화를 소개하면서 인간보다 강력한 능력을 갖춘 AI를 개발할 경우 그 시스템을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을 먼저 확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는 ‘만들 수 있는가’만 묻고 ‘통제할 수 있는가’는 충분히 묻지 않는다”며 AI의 개발 속도와 안전성 검증 기술의 발전 속도가 일치하지 않을 수 있고, 기업과 국가의 경쟁으로 개발이 가속화될 경우 기술적 위험에 대한 대응이 뒤처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위험성이 있는 AI 시스템에 대해 독립적인 안전성 검증을 의무화하고, 사고와 위험 징후를 보고·공개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AI가 접근할 수 있는 정보와 외부 시스템에 대한 권한을 제한하고,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은 시스템의 배포를 중단시킬 수 있는 제도적 권한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어 AI 기술의 발전 방향을 결정하는 과정에 여성과 노동자, 장애인, 청소년, 지역사회와 시민단체, 종교공동체 등이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I의 안전을 기술 전문가만의 문제로 이해해서는 안 되며, 기술을 개발하고 소유한 기업과 국가권력에 대한 민주적 통제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장 교수는 “권력이 스스로 선해지기를 기다리지 말고, 권력이 책임지게 만들어야 한다”며 AI 기술을 개발하고 관리하는 주체에 대한 사회적 책임과 감독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생명의 경제 관점서 AI 기술 발전의 사회적 책임 제시
장 교수는 AI 시대의 경제질서를 기독교의 인간 존엄성과 생명의 경제(Economy of Life) 관점에서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세계교회협의회(WCC)와 세계개혁교회커뮤니언(WCRC) 등 에큐메니컬 기구들이 추진해 온 새로운 국제금융경제질서를 위한 운동(NIFEA)을 소개하며, 경제적 성장과 기술 발전이 인간과 창조세계의 생명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2025년 경기도 포천에서 열린 NIFEA 협의회에서 AI가 세계적 불평등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한 점을 언급했다. 장 교수는 데이터와 AI 산업의 수익을 누가 소유하고, 기술 발전에 따른 노동과 생태환경의 비용을 누가 감당하는지 살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경제활동의 목적이 소수의 부를 확대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사람들이 존엄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적 조건을 마련하는 데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인간의 존엄성을 선언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그 존엄성이 보장될 수 있도록 노동과 돌봄, 자원 배분 및 환경문제에 관한 사회적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교수는 기술기업의 자율적인 판단에만 AI의 발전 방향을 맡겨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기술의 혜택과 위험을 함께 감당하는 시민들이 의사결정에 참여하고, 인간과 자연을 생산수단으로만 평가하지 않는 사회적 기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인간의 존엄을 지키는 일과 그 존엄이 가능한 사회질서를 만드는 일은 하나의 과제다”라며 AI 시대의 신학적 논의가 기술 활용의 윤리를 넘어 사회경제적 구조와 공동체의 책임을 함께 다뤄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집담회에서는 YWCA AI 시민랩의 활동을 소개하는 순서도 마련됐다. YWCA AI 시민랩은 한국YWCA연합회 YWCA AI 연구TF가 운영하는 시민 학습·연구 그룹으로, 권리와 민주주의, 돌봄과 관계, 정의와 불평등, 책임 등 다섯 가지 핵심 주제를 중심으로 AI 관련 현안을 분석하고 있다.
YWCA AI 시민랩은 주요 AI 현안을 선별해 뉴스레터 ‘AI 이슈 클리핑’을 발행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YWCA 활동가와 시민을 대상으로 교육과 학습, 토론 및 후속 활동을 확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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