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CDI)은 미국 내 주요 기독교 복음주의 연합체와 가톨릭 주교회의 대표들이 미국 의회를 향해 장기 거주 이민자들을 위한 합법적 이민 경로를 폭넓게 개방할 것을 촉구했다고 10월 14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들은 국가가 국경을 철저히 통제할 의무가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실존적 위기에 처한 이민자들에 대한 기독교적 포용과 자비가 시급하다고 호소했다.
전미복음주의연맹(NAE) 회장 월터 킴 목사와 전미가톨릭주교회의(USCCB) 이민위원장인 브렌던 케이힐 텍사스주 빅토리아 교구 주교는 '이민 논쟁에 있어서 기독교적 연민과 지혜를 촉구하는 호소문'이라는 공동 성명을 전격 발표했다. 두 지도자는 교리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경제적 및 문화적 불안을 겪는 미국인들은 물론 실존적 위기에 직면한 이민자 이웃들과도 연대하라는 신의 부름에 뜻을 같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공동 성명은 미국 정부의 이민자 체포 및 추방이 급증하고 난민 수용이 역사적 최저치로 떨어진 격동의 시기에 발표되어 더욱 이목을 끌고 있다.
인간 존엄성과 가족 보호 강조한 성경적 3대 이민 원칙
종교 지도자들은 구약과 신약 성경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인간 존엄성, 가족 보호, 정부의 올바른 역할이라는 세 가지 핵심 원칙을 제시하며 미국의 현행 강경 이민 집행 관행이 이러한 원칙에서 크게 벗어나 있다고 지적했다. 성명은 누군가를 합법 또는 불법 서류 체류자로 분류하기 이전에 모든 사람은 양심에 호소할 권리를 가진 이웃이라고 규정했다. 인간의 존엄성은 정부가 아닌 신으로부터 부여받은 것으로, 어떤 지상의 권력도 이를 자의적으로 부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가족 결합의 원칙을 강조하며, 미국 내에서 구금과 추방의 위기에 직면한 이민자 대다수가 기독교 신자라는 현실을 조명했다. 관련 단체들의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미국 내에서 추방 위험에 처한 기독교인은 약 1000만 명으로, 이는 전체 추방 위기 인구의 80퍼센트에 달하는 막대한 규모다. 성명은 정부가 시민을 보호하고 합리적인 이민 정책을 집행해야 할 책임을 지니고 있음을 명확히 하면서도, 선량하고 생산적인 다수의 이민자를 표적으로 삼는 무차별 단속은 올바른 법 집행의 의미를 벗어난 조치라고 선을 그었다.
급증하는 이민자 추방 조치 및 사상 최저치 기록한 난민 수용
기독교계 지도자들의 이 같은 초교파적 성명 발표는 최근 급격히 강화된 미국 내 이민 단속 추세와 무관하지 않다. 미국 이민정책연구소(MPI) 자료에 따르면 연방 기관인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은 2025 회계연도에 약 23만 6000건의 행정 체포를 단행했으며, 이는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폭증한 수치다. 같은 기간 동안 당국이 집행한 이민자 추방 조치 역시 약 33만 3000건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반면 인권 보호의 보루 역할을 해온 미국의 난민 수용 규모는 사실상 중단에 가까운 수준으로 축소됐다. 2026 회계연도의 난민 수용 한도는 7500명으로 설정됐으며, 이는 1980년 현대적 난민 정착 프로그램이 도입된 이래 최저치다. 오픈도어선교회 등에 따르면 기독교 박해 국가 출신 신청자들의 망명 승인율은 2023년 58퍼센트에서 2026년 10퍼센트까지 급락했다. 두 지도자는 합법적 이민 시스템의 구조적 결함을 시정할 수 있는 유일한 주체는 미국 의회뿐이라며, 근로자와 가족을 위한 합법적 이민 경로가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개편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엇갈리는 이민 정책 여론 속 교회의 초교파적 연대 호소
이러한 종교계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미국 내 이민법 개정에 대한 여론은 여전히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다. 강경한 이민 단속을 지지하는 측은 국가 주권과 법치주의 확립이 우선이며, 범죄 예방을 통한 공공 안전 확보와 자국민 노동자 보호를 위해 단호한 국경 통제가 필수적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합법적 이민 경로 확대를 지지하는 측은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불법 입국 시도를 줄이기 위해 체계적인 이민 정책 개편이 시급하다고 맞서고 있다. 실제 설문조사 결과 복음주의자의 74퍼센트가 자격을 갖춘 장기 체류자에게 시민권을 부여하는 법안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나, 무조건적인 배척보다는 합리적인 이민법 개정을 바라는 여론도 상당함을 시사했다.
전미복음주의연맹은 이민 문제가 미국 사회에서 가장 논쟁적인 사안임을 인정하면서도, 각 지역 교회가 이번 공동 성명을 적극 활용해 줄 것을 당부했다. 이민자와 정책 입안자를 위해 함께 기도하고, 제시된 성경적 3대 원칙을 신앙 공동체 내에서 심도 있게 다뤄달라는 요청이다. 두 종교 지도자는 이번 성명이 당파적 목적이 아닌 소외된 이방인들을 신이 결코 버리지 않으실 것이라는 굳건한 희망에서 비롯됐다며, 추방 위기에 처한 이민자 보호를 위해 기독교계의 적극적인 연대와 행동이 필요하다고 거듭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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