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크리스천투데이(CT)는 나이지리아가 수년간 이어진 폭력과 테러, 납치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경찰 시스템의 전면 개편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와 동시에 종교적 박해와 인권 유린 실태를 감시하는 시민사회 및 종교 단체의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는 별도의 법안이 함께 추진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고 10월 12일(현지시각) 보도했다.
국제기독교연대(ICC)에 따르면 나이지리아 연방의회는 최근 각 주가 독자적인 자치 경찰력을 창설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헌법 개정안을 36개 주 전체 의회에 회부했다. '2026년 나이지리아 연방 공화국 헌법 제6차 개정안'으로 명명된 이 법안은 기존 연방 경찰과 병행하여 주 정부 통제를 받는 독립 경찰 조직을 신설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안이 발효되려면 36개 주 의회 중 최소 24개 주 이상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나이지리아는 전통적으로 연방 정부 중심의 중앙집권적 경찰 체제를 유지해 왔으나, 고질적인 치안 공백 사태가 이어지면서 경찰 체제 개편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지지자들은 주 자치 경찰이 도입되면 지역 사회의 지리와 언어를 잘 이해하는 인력이 배치되어 폭력 사태에 더욱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자치 경찰 개혁 추진과 나이지리아 기독교 박해 실태
CT는 이번 경찰 개혁이 무장단체의 공격으로 인명 피해와 납치 범죄가 빈발하는 북부 및 중부 지역 기독교 공동체에 주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나이지리아는 현재 보코하람, 이슬람국가 서아프리카지부(ISWAP), 풀라니 민병대 등 무장 세력의 위협에 노출되어 있다.
아프리카 종교자유 관측소(ORFA)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19년 10월부터 2025년 9월까지 2만 8551명의 기독교인이 사망했으며, 종교 인구 비율을 감안할 때 기독교인이 피살될 확률은 이슬람교도보다 4.4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기독교 비영리 단체 '이큅핑 더 퍼시큐티드'는 2026년 1월부터 9월 초까지 최소 4216명의 기독교인이 살해됐다고 보고했다. 국제 구호 단체 오픈도어선교회는 나이지리아를 '2026년 세계감시목록'에서 기독교인 박해가 가장 심한 국가 7위로 지목했다.
다만 자치 경찰제 도입이 모든 치안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주 정부가 통제하는 경찰력이 정치적 목적에 악용되거나 소수 집단을 억압하는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우려하며, 철저한 감시 장치와 투명한 절차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인권 단체 활동 위축 우려 낳는 해외 원조 규제법
치안 강화를 위한 경찰 개혁안과 별개로, 독립적인 구호 단체와 시민단체의 활동을 통제할 수 있는 법안도 의회에서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7월 나이지리아 상원은 '2026년 해외 원조 규제, 투명성 및 공개에 관한 법안'을 2차 독회에서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해외 자금 지원을 받는 조직에 대해 추가적인 등록과 재무 보고, 회계 감사를 강제하는 '해외 원조 규제 위원회' 설립을 골자로 한다.
법안 발의 측은 해외 원조의 투명성을 높이고 국가 발전 우선순위에 부합하도록 자금 사용을 규제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현지 종교 지도자들과 인권 단체들은 이 법안이 인도주의적 지원을 제공하고 인권 침해를 조사하는 단체들의 독립성을 심각하게 훼손할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나이지리아 가톨릭 주교회의는 해당 법안이 불필요한 관료주의를 양산해 소외 계층을 돕는 교회와 자선 단체의 활동을 방해할 것이라며 입법 중단을 촉구했다.
특히 단체의 활동이 '국가 이익'에 반한다고 간주될 경우 당국이 등록을 거부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휴먼라이츠워치와 국제기독교연대 등은 이러한 모호한 규정이 정부의 치안 실패를 고발하거나 나이지리아 기독교 박해 사례를 문서화하는 단체들을 탄압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부의 지나친 감독이 핍박받는 지역의 진실을 규명하고 구호 활동을 펼치는 단체들의 활동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두 법안은 현재 추가적인 입법 심사 과정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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