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기억, 은혜
도서 「시간, 기억, 은혜」

수많은 철학서와 인문서를 읽고, 그 어느 때보다 빠르고 많은 지식을 누리며 살아가지만 우리는 왜 여전히 불안하고 자주 길을 잃는가? 이 치열하고도 고질적인 현대인의 질문에 1,600년 전 쓰인 어거스틴의 『고백록』으로 응답하는 깊이 있는 신앙 인문서 『시간, 기억, 은혜』가 출간되었다.

단순한 회심록을 넘어… ‘시간·기억·은혜’로 다시 읽는 한 인간의 전체

그동안 어거스틴의 『고백록』은 방황하던 젊은이가 극적으로 하나님께 돌아온 ‘회심 이야기’로 널리 읽혀왔다. 그러나 이 책은 1~9권의 생애 서사와 10~13권의 철학적 성찰을 분리해서 보던 기존의 익숙한 독법을 거부한다.

저자는 ‘시간(Tempus)’, ‘기억(Memoria)’, ‘은혜(Gratia)’라는 세 개의 렌즈를 통해 『고백록』 전체를 새롭게 조명한다. 과거의 후회와 미래의 불안 속에서 흩어지는 인간(시간), 상처 속에서 정체성을 찾는 인간(기억), 그리고 뒤틀린 욕망 앞에서 무너지지만 결국 새롭게 빚어지는 인간(은혜)의 내면을 하나의 거대한 흐름으로 정교하게 직조해 낸다.

내면은 머무는 곳이 아니라, 하나님을 향해 뚫고 나가는 통로

이 책이 조명하는 어거스틴의 통찰 중 가장 날카로운 지점은 바로 ‘내면’과 ‘은혜’에 대한 이해다. 현대의 심리적 자기 성찰이 자아의 내면에 머무르며 그 안에서만 답을 찾으려 한다면, 어거스틴에게 내면은 정박지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뚫고 지나가 더 높은 하나님께 이르는 ‘통로’에 불과하다.

또한 은혜란 내 의지를 기계적으로 통제하는 외부의 힘이 아니라, 내가 ‘사랑하는 대상’을 재정렬함으로써 내 의지가 다시 온전히 작동하도록 돕는 놀라운 능력임을 명쾌하게 밝혀낸다.

지식을 넘어 오늘 우리의 삶과 목회 현장으로

이 책은 단순히 과거의 사상을 해설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각 장의 끝에는 ‘신학사적 의의’와 더불어 독자가 스스로 고민해 볼 수 있는 ‘토론 질문’, 그리고 설교와 상담 등 목회 현장에 직접 적용할 수 있는 ‘목회 적용 질문’을 풍성하게 수록했다.

내가 지금 무엇을 사랑하고 있는지, 어떤 기억으로 나를 설명하고 있는지 영적 주소를 점검하고 싶은 그리스도인, 그리고 어거스틴의 신학을 입체적으로 톺아보고자 하는 신학생과 목회자들에게 이 책을 강력히 추천한다. 책장을 덮을 즈음, 독자들은 어거스틴을 읽는 것을 넘어 그를 통해 1,600년의 시간을 관통해 '오늘의 나'를 읽어내는 경이로운 은혜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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