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능력과 성과를 드러내는 일이 리더의 자질로 여겨질 때, 자신의 이름보다 다른 사람의 성장을 앞세운 지도자의 삶은 어떤 의미를 지닐까. 『그리스도 안에 감춰진 사람』은 중국내지선교회(CIM·현 OMF) 제2대 총재 딕슨 에드워드 호스트(1861~1946)의 생애를 통해 이 질문을 다뤘다.
호스트는 허드슨 테일러가 1865년 설립한 중국내지선교회를 1900년부터 1935년까지 35년간 이끌었다. 영국 명문가 출신의 포병 장교였던 그는 군인의 길을 떠나 ‘케임브리지 7인’의 일원으로 중국 선교에 참여했다. 책은 그의 이력을 소개하는 데서 나아가, 지도자의 자리에서 무엇을 붙들고 무엇을 내려놓았는지 살폈다.
출판사 소개에 따르면 이 책은 홍콩 OMF의 중문 원서를 번역한 국내 첫 호스트 단독 전기다. 역사 사료를 바탕으로 그의 선교와 공동체 운영, 은퇴에 이르는 과정을 다뤘다. 사역의 성과만큼이나 그 과정에서 드러난 기도와 겸손, 용서의 태도에 주목했다.
책은 총 7장으로 구성됐다. 군인으로서 부르심을 받는 과정과 홍동에서의 사역을 시작으로 기도생활, 위기 속 지도력, 권한의 이양, 격변기의 사역과 생애 마지막까지 이어진 헌신을 담았다. 각 장은 호스트가 맡은 역할의 변화와 함께 그가 지키려 했던 신앙의 방향을 보여줬다.
앞에 서기보다 뒤에서 돕는 지도자
호스트의 삶을 설명하는 중심에는 ‘기꺼이 작아지는’ 태도가 있었다. 책은 “하나님께서는 한 사람을 준비하실 때, 그가 충분히 잠잠해질 때까지 연단하시고, 그가 충분히 작아질 때까지 낮추십니다”라고 서술했다. 지도자의 준비를 능력의 축적뿐 아니라 자신을 낮추는 과정으로 제시했다.
이러한 태도는 중국인 목회자와의 관계에서도 나타났다. 호스트는 시성모 목사를 교회의 ‘선장’으로 세우고 자신은 뒤에서 돕는 ‘조타수’의 역할을 맡았다. 서양 선교사가 사역의 중심을 차지하기보다 현지 목회자의 지도력을 존중하고 지원하는 길을 택했다.
책에 소개된 동역자들의 말은 그가 추구한 삶을 설명했다. “그는 사람들에게서 자신은 잊히고, 오직 그리스도만 기억되기를 바라며 살았다.” 자신의 공로를 남기는 것보다 사역을 통해 그리스도가 드러나는 일을 앞세웠다는 것이다. 책은 이를 기도의 자리와 하나님 앞에서의 단련에 연결해 풀어냈다.
그의 선택은 위기 속에서도 이어졌다. 1900년 의화단 사건으로 동료 선교사와 자녀들이 희생된 뒤 호스트는 보복 대신 용서를 택하고 배상금 청구를 포기했다. 책은 이 결정과 산시성 순무의 포고문을 다루며, 상실 이후 그가 어떤 방식으로 선교를 이어가려 했는지 살폈다.
후임자를 세우는 일도 내려놓음에서 시작됐다
책이 다룬 또 하나의 주제는 지도력의 계승이었다. 은퇴를 앞둔 호스트는 후임자를 지명할 권한을 공동체에 돌려줬다. 자신의 영향력을 이어갈 사람을 선택하기보다 공동체가 다음 지도자를 세우도록 맡겼다.
책은 이 장면을 두고 “진정한 계승이란 자신의 사람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없어도 든든히 서 가는 공동체를 남기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현지 목회자를 앞세웠던 태도가 후임자를 세우는 과정에서도 이어졌다는 점을 보여줬다.
격변과 재정 부족 속에서 사역을 지속하는 문제도 다뤘다. 교육과 사역의 방향이 하나님의 뜻을 따르고 그 비전을 함께 나눈다면 필요한 일꾼과 길을 하나님이 채우실 것이라는 믿음을 제시했다. 생애 마지막을 다룬 장에서는 “나는 평생 안락하고 편안한 가정생활에 안주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참으로 기쁘고 감사하다네”라는 말을 통해 호스트가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시선을 전했다.
『그리스도 안에 감춰진 사람』은 한 선교사의 전기를 통해 신앙과 지도력의 관계를 살폈다. 기도하는 자리, 현지 목회자를 지원하는 역할, 보복을 거부한 결정, 권한을 공동체에 돌려준 선택은 같은 방향을 가리켰다. 책은 무엇을 이뤘는가와 함께 누구를 세웠으며 무엇을 내려놓았는가를 묻는 방식으로 호스트의 생애를 독자에게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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