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복음주의연맹
알바니아 골렘에서 열린 '희망을 위한 유럽 2026' 행사 중 원 피플 네트워크(One People Network) 출범식에 참석한 운영위원회 위원들. ©Christian Daily International

유럽복음주의연맹(EEA)이 유럽 내 디아스포라 교회와 토착 교회가 하나의 공동체로 협력할 수 있도록 돕는 새로운 네트워크를 출범시켰다. 유럽 전역에서 이주 문제를 둘러싼 논쟁이 거세지는 가운데, 교회가 성경적 관점에서 이주민과의 관계를 새롭게 모색해야 한다는 취지다.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CDI)에 따르면, EEA는 알바니아 골렘에서 지난 5일부터 9일까지 열리는 ‘호프 포 유럽 2026(Hope for Europe 2026)’에서 ‘원 피플 네트워크(One People Network)’를 공식 출범시켰다. ‘불확실한 시대의 소망(Hope in Uncertain Times)’을 주제로 열린 이번 행사에는 유럽 각국 복음주의 지도자 약 250명이 참석했다.

네트워크는 다수세계 출신 선교사 센터(Centre for Missionaries from the Majority World)의 설립자인 이스라엘 올루월레 올라핀자나 목사가 조정한다.

올라핀자나 목사는 이번 네트워크에 대한 논의가 수년 전부터 이어져 왔다며, 유럽에서 이주 문제가 중요한 사회적·정치적 쟁점으로 떠오른 지금 출범하는 것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소 5~6년 전부터 논의해 온 일”이라며 “에스더서의 표현을 빌리면 ‘이때를 위함’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유럽에서는 이주를 둘러싼 논쟁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디아스포라 교회가 유럽의 토착 교회 및 유럽인들과 어떻게 함께할 것인지에 초점을 맞춘 네트워크를 갖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나이지리아 선교사에서 다문화 목회자로

나이지리아 출신인 올라핀자나 목사는 2004년 선교사로 영국에 왔다. 그는 처음부터 특정 디아스포라 공동체만을 대상으로 하는 교회를 이끌지 않겠다는 방향을 세웠다고 밝혔다.

그는 “디아스포라 교회나 나이지리아 교회, 아프리카 교회라고 불릴 만한 교회를 이끌지 않기 위해 의도적으로 노력해 왔다”며 “영국 침례교 안에서 사역했고, 세 곳의 침례교회와 한 곳의 독립적 은사주의 교회를 이끌었다”고 말했다.

그가 섬긴 교회들은 다양한 인종과 문화적 배경을 가진 성도들로 구성됐으며, 백인 성도가 다수인 교회에서도 목회했다.

목회 사역과 함께 그는 유럽으로 오는 다수세계 출신 선교사들을 위한 상황화 교육을 제공하는 다수세계 선교사 센터를 설립했다. 또한 아프리카 디아스포라 기독교와 유럽 내 아프리카 선교에 관한 연구도 진행해 왔다.

한국·이란·홍콩·우크라이나 등 잇따른 이주 물결

올라핀자나 목사는 지난 20여 년 동안 영국과 유럽 교회가 여러 차례의 이주 물결을 통해 변화해 왔다고 설명했다.

그가 2004년 영국에 도착했을 당시에는 한국, 짐바브웨, 중국, 나이지리아 등에서 선교사들이 비슷한 시기에 영국으로 들어온 사례가 있었다고 회고했다.

2014~2015년에는 중동 지역의 분쟁을 피해 이란인들이 유럽으로 유입되면서 또 다른 변화가 나타났다. 그는 현재 영국을 비롯한 유럽 일부 지역에서 이란인 교회가 가장 규모가 크거나 빠르게 성장하는 교회 가운데 하나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직전에는 홍콩의 정치적 긴장으로 인해 홍콩 출신 이주민들이 유럽으로 유입됐다. 이들 가운데 일부 목회자들은 중국인 또는 홍콩인 교회를 별도로 세우기보다 다른 교회와 공동체에 통합되는 방식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에는 우크라이나인들이 유럽 교회에 유입돼 다양한 형태로 교회 공동체에 참여하고 있다.

올라핀자나 목사는 “서로 다른 특징을 가진 다양한 이주 물결이 계속해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임대인과 임차인 관계를 넘어 협력해야”

디아스포라 교회와 기존 유럽 교회의 관계에 대해 올라핀자나 목사는 단순한 공간 임대를 넘어 적극적인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교회 건물을 함께 사용하는 것이다. 디아스포라 교회가 루터교회나 침례교회 등 기존 교회 건물을 빌려 예배를 드리는 방식이다.

그러나 일부 교회에서는 건물 임대에 그치지 않고 공동예배와 선교, 제자훈련 등을 함께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어떤 곳은 임대인과 임차인의 관계에 머물러 있다”며 “하지만 다른 곳에서는 의도적으로 관계를 형성하고 단순한 임대 관계를 넘어 공동예배를 드리거나 함께 선교하고 제자훈련을 진행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국가별 복음주의 연맹도 이러한 협력을 촉진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스위스복음주의연맹과 영국복음주의연맹을 사례로 들며, 두 연맹 모두 디아스포라 또는 문화 간 사역을 담당하는 지도자를 두고 다양한 공동체를 연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주에 대한 사회적 논쟁이 교회 안에도 장벽 만들어”

올라핀자나 목사는 디아스포라 교회와 기존 유럽 교회의 관계를 가로막는 가장 큰 요인 가운데 하나로 이주에 대한 사회적 논쟁을 꼽았다.

그는 “현재 사회가 이주가 우리에게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두고 논쟁하고 있고, 교회 안에서도 같은 질문을 하고 있다”며 “많은 교회 구성원들이 이주가 긍정적인 힘인지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불확실성은 교회 공동체 안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교인들이 이주가 긍정적인 힘인지 확신하지 못한다면 교회 안에서 난민이나 망명 신청자들과 함께 앉아 있으면서도 마음속으로는 이 상황이 자신들에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확신하지 못할 수 있다”며 “논쟁적인 이주는 큰 장벽”이라고 말했다.

그가 제시한 해법은 제자훈련이다. 특히 성경에 기초한 ‘이주의 신학’을 교회에서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라핀자나 목사는 “이러한 장벽을 헤쳐 나가는 데 제자훈련이 핵심”이라며 “이주에 관한 신학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지, 성경이 이 문제에 대해 무엇을 말하는지 사람들이 이해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모든 민족과 언어가 함께하는 교회가 유럽의 미래”

‘원 피플 네트워크’의 비전은 요한계시록 7장 9절에 기록된 “각 나라와 족속과 백성과 방언”의 모습을 유럽 교회 안에서 구현하는 데 있다.

올라핀자나 목사는 “우리의 비전은 모든 민족과 나라와 언어가 함께하는 요한계시록의 비전을 통해 유럽이 변화되는 것을 보는 것”이라고 밝혔다.

EEA에 따르면 네트워크는 유럽의 복음주의 교회들이 하나의 공동체로서 성장하도록 돕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교회 안에 존재하는 국가적·민족적 다양성을 인정하고, 각국과 지도자들에게 교회의 연합을 보여주는 메시지를 확산할 계획이다.

또한 새로운 목소리가 EEA의 현안 논의에 참여하도록 하고, 특히 젊은 세대와 청년층을 포함한 유럽 내 새로운 민족·문화권 교회들의 EEA 참여를 확대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지도자 회의와 컨퍼런스, 지도자 간 협의, 세대 간 대화, 연구 등을 진행할 계획이다.

올라핀자나 목사는 “문화 간 문제와 세대 간 문제는 서로 분리할 수 없다”며 “세대 간 대화를 통해 이러한 문제를 다루고 현재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지 연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학적 성찰도 주요 사역 가운데 하나다. 다문화 교회를 어떻게 목회하고 신학적으로 이해할 것인지 목회자들을 교육하는 것이 목표다.

그는 “목회자들이 ‘어떻게 목회해야 하는가’, ‘어떤 책을 읽어야 하는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묻고 있다”며 “교회 지도자들에게 실질적인 자료와 도움을 제공하고 싶다”고 말했다.

네트워크는 각국 복음주의 연맹과 디아스포라 네트워크 및 운동, 문화 간 네트워크를 연결하는 역할도 맡는다.

올라핀자나 목사는 “각각의 점을 연결하고 전체적인 상황을 파악해 이들을 함께 묶는 것이 우리의 희망이자 꿈”이라고 밝혔다.

“이주 문제의 출발점은 정치가 아니라 성경”

정치적 양극화 속에서 이주 문제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 고민하는 목회자들에게 올라핀자나 목사는 정치적 논쟁이나 소셜미디어가 아닌 성경에서 출발할 것을 권했다.

그는 “성경을 살펴봐야 한다”며 “소셜미디어 알고리즘이 ‘이주민들이 배를 타고 들어오고 있다’고 말하는 것을 그대로 따라가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들이 실제로 들어오고 있다는 현실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면 그리스도인으로서 우리는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가를 물어야 한다”고 했다.

불법 이주와 합법적 이주를 구분하는 문제도 존재하지만, 교회가 먼저 물어야 할 질문은 성경이 낯선 이방인과 이주민을 어떻게 대하라고 가르치는지에 관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성경은 나그네에 대해 무엇이라고 말하는가. 우리는 나그네를 어떻게 환대해야 하는가. 환대란 무엇을 의미하는가를 물어야 한다”며 “출발점은 이주 문제에 대한 정치적 입장이 아니라 제자훈련과 환대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환대는 다른 사람의 존엄성을 인정하는 동시에 교회의 선교적 사명을 실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라핀자나 목사는 “이는 다른 사람의 인간성을 인정하는 것이며, 우리와 다른 사람들이 하나님의 형상대로 창조됐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그것을 삶으로 실천하는 것”이라며 “세계 각지에서 온 사람들을 교회로 환대함으로써 문화 간 선교에도 참여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가서 모든 민족을 제자로 삼아야 한다”며 “서로 다른 사람들을 환대하고 그들에게 사랑을 베푸는 것은 그 명령을 실제로 실천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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