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작가 루시 스티즈의 첫 장편소설 『에티의 여름』이 국내에 출간됐다. 1920년 프랑스 프로방스를 배경으로 은둔 화가와 그의 조카, 영국인 기자가 한집에 머물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 역사소설이다.
원제는 ‘더 아티스트(The Artist)’다. 2025년 영국 서점 체인 워터스톤스의 데뷔소설상을 받은 데 이어 같은 해 ‘올해의 책’에도 선정됐다.
소설은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에도 전쟁의 상흔이 남아 있던 유럽에서 시작했다. 삶의 방향을 잃은 영국인 기자 조지프가 화가 에두아르 타르튀프를 취재하기 위해 프로방스의 외딴 농가를 찾아가면서 이야기가 펼쳐졌다.
◈ 문전박대당한 기자, 화가의 모델이 되다
타르튀프는 인터뷰를 위해 찾아온 조지프를 문전에서 돌려보내려 했다. 좀처럼 외부인을 받아들이지 않는 타르튀프의 집에서 조지프에게 손을 내민 인물은 화가의 조카 에티였다.
에티는 조지프가 타르튀프의 새 그림에 필요한 모델이라고 둘러대며 그를 집 안으로 들였다. 에티의 도움으로 농가에 머물게 된 조지프는 타르튀프를 취재하며 두 사람과 생활을 이어갔다.
외부와 단절된 농가에서 세 사람의 동거가 계속되는 동안 조지프는 타르튀프와 에티 사이에 흐르는 긴장과 쉽게 설명되지 않는 행동들을 마주했다. 취재 대상인 타르튀프뿐 아니라 그의 곁을 지키는
에티에게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사건은 타르튀프의 새 그림 완성을 기념하는 파티가 열린 날 밤 벌어졌다. 조지프는 에티가 아무도 모르게 완성작을 불태우는 장면을 목격했다.
그러나 다음 날 불에 탄 줄 알았던 그림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제자리에 놓여 있었다. 그림은 이후 거액에 팔렸고, 에티는 이유를 묻는 조지프에게 그가 헛것을 본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이 목격한 장면과 눈앞의 현실이 엇갈리면서 조지프는 혼란에 빠졌다. 그가 농가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타르튀프의 작품과 에티를 둘러싼 비밀도 차츰 모습을 드러냈다.
◈ 예술과 욕망, 감춰진 창작자의 이야기
『에티의 여름』은 거장의 작업실이라는 폐쇄된 공간을 중심으로 예술 작품의 탄생과 소유, 창작자의 정체성을 둘러싼 이야기를 풀어냈다. 불태운 그림이 다시 나타난 사건은 타르튀프의 작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의문을 품게 했다.
소설의 배경인 1920년은 전쟁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 각자의 상실과 기억을 안고 살아가던 시기였다. 조지프 역시 전쟁 이후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한 채 프로방스로 향했고, 그곳에서 타르튀프와 에티가 감춰온 과거를 마주했다.
출판사는 이 작품을 로맨스와 심리 미스터리가 결합한 소설로 소개했다. 타르튀프의 명성 뒤에 가려진 에티의 삶과 재능을 따라가며 예술가의 이름으로 남은 사람과 역사에서 지워진 사람의 이야기를 함께 다뤘다고 설명했다.
◈ 연구원에서 소설가로…루시 스티즈의 첫 장편
1995년생인 루시 스티즈는 영국 옥스퍼드대학교에서 영문학과 세계문학을 공부했다. 영국학술원 연구원으로 재직하다 소설을 쓰기 위해 직장을 그만두고 프랑스에 머물며 『에티의 여름』을 집필했다.
출판사에 따르면 스티즈가 1년 동안 완성한 초고를 두고 영국의 문학 에이전트 9명이 판권 경쟁을 벌였다. 작품은 영국에서 20만부 이상 판매됐으며 20개국에 판권이 수출됐다.
국내 출간본은 노진선 번역가가 옮기고 다산책방이 펴냈다. 전체 분량은 468쪽이며 가격은 1만9500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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