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의회에서 해외 기부를 받는 종교 기반 비정부기구(NGO)에 대한 규제를 대폭 강화하는 법안이 추진되면서, 기독교 단체와 종교자유 옹호 단체들이 법안 철회를 촉구하고 나섰다.
미국 크리스천포스트(CP)는 “이번 법안은 교회와 기독교 학교, 병원, 진료소, 구호사역, 기독교 언론 등 해외 후원에 의존하는 다양한 사역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고 지적했다.
‘외국기여금(규제)법 개정안 2026(Foreign Contribution (Regulation) Amendment Bill 2026)’은 지난 3월 인도 하원(로크 사바·Lok Sabha)에 상정됐다. 인도 하원은 상원의 승인 없이도 현행 해외기부 규제법 개정안을 통과시킬 수 있다.
미국 워싱턴D.C.에 본부를 둔 종교자유연구소(Religious Freedom Institute)는 현재 진행 중인 인도 의회의 우기 회기(Monsoon Session)를 맞아 의원들에게 법안 반대를 촉구하고 있다.
개정안은 해외기부 등록이 취소되거나 갱신 기간이 만료되거나 행정 절차 지연으로 등록이 보류될 경우 내무부가 지정 기관을 통해 해당 NGO의 자산을 압류·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정부는 압류한 자산을 매각한 뒤 그 수익금을 영구적으로 보유할 수 있으며, 이러한 조치를 법원의 심리나 사법적 검토 없이 시행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현행 ‘외국기여금(규제)법(FCRA)’은 1976년 제정됐으며 해외에서 자금을 지원받는 단체는 모두 인도 내무부에 등록해야 한다. 종교자유연구소는 이 법이 이후 여러 차례 개정되면서 규제가 지속적으로 강화돼 왔다고 설명했다.
인도 내무부 차관 니티야난드 라이(Nityanand Rai)는 개정안의 주요 목적이 해외 자금을 이용해 종교 개종을 조장하는 종교 기반 NGO의 활동을 막는 데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종교자유연구소의 데이비드 트림블(David Trimble) 대표는 자신의 신앙을 전파하는 것은 종교자유의 핵심 요소라며, 현재는 단순히 개종 활동을 했다는 의혹만으로도 단체가 FCRA 등록 자격을 잃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트림블 대표는 미국 등 해외 후원에 의존하는 단체들의 존립 자체가 위협받게 될 것이라며, 이는 인도 헌법이 보장하는 ‘종교를 자유롭게 고백하고 실천하며 전파할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종교자유연구소에 따르면 2024년 4월 기준 유효한 FCRA 등록을 유지한 NGO는 약 1만6천 개였으며, 이미 약 2만1천 개의 등록이 취소된 상태였다.
이후 등록 단체 수는 1만4천500개 이하로 감소했고, 등록 취소는 2만2천 건을 넘어섰다. 인도 내무부는 이와 별도로 1만5천 개 이상의 단체를 ‘활동 종료(ceased)’ 상태로 분류했다.
트림블 대표는 미국 정치전문매체 리얼클리어폴리틱스(RealClearPolitics) 기고문에서 등록 취소 단체가 2만2천500개를 넘어섰으며, 1만5천100개 이상의 단체는 등록이 만료된 것으로 처리됐다고 밝혔다.
종교자유연구소는 2020년 이후 국제구호단체 컴패션 인터내셔널(Compassion International)과 월드비전 인도(World Vision India)가 일부 또는 대부분의 활동 권한을 상실했으며, 가톨릭 계열의 ‘교회사회행동지원기구(Church's Auxiliary for Social Action)’와 ‘타밀나두 사회봉사협회(Tamil Nadu Social Service Society)’도 같은 조치를 받았다고 전했다.
트림블 대표는 2021년 종교 기반 단체의 권리를 다룬 보고서를 인용하며 “종교기관은 사회 속에서 활동하는 공적 존재이며, 사회적 영향을 받는 공개적인 기관”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법안이 해외 기부자들의 종교적 신념에 따른 후원 활동도 제한하게 되며, 미국과 인도 사이에 형성된 신뢰 기반의 협력 관계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 하원 크리스 스미스(Chris Smith·공화·뉴저지) 의원은 지난 5월 마코 루비오(Marco Rubio) 국무장관의 인도 방문을 앞두고 인도 정부에 개정안 철회를 요구할 것을 촉구했다.
스미스 의원은 미·인도 관계 발전을 위해서는 종교 기반 단체들이 “자산을 국유화당할 위험 없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단 한 건의 회계상 실수만으로도 교회의 장비와 토지, 학교, 병원, 은행 예금 등 모든 자산이 정부 지정 기관으로 즉시 이전될 수 있으며, 정부는 이를 자유롭게 관리하거나 매각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해외 기부금이 자산의 일부에만 사용됐더라도 전체 자산이 압류 대상이 될 수 있다”며 “예를 들어 작은 해외 기부금 한 건의 행정 처리 실수만으로도 수백 개 교회를 보유한 교구 전체 자산이 압류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루비오 장관의 인도 방문 당시 종교자유 문제는 공식 의제로 크게 부각되지는 않았지만, 트림블 대표는 종교자유 옹호에 적극적이었던 루비오 장관이 관련 문제를 인도 정부에 제기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그는 루비오 장관이 인도 방문 첫 일정으로 성 테레사 수녀가 설립한 ‘사랑의 선교회(Missionaries of Charity)’ 본부와 고아원 ‘니르말라 시슈 바완(Nirmala Sishu Bhawan)’을 방문한 것은 이번 법안에 대한 간접적인 메시지였을 수 있다고 해석했다.
한편 미국 국제종교자유위원회(USCIRF)는 인도를 ‘특별우려국(Country of Particular Concern·CPC)’으로 지정할 것을 지속적으로 권고해 왔다. CPC는 심각한 종교자유 침해를 자행하거나 묵인한 국가에 부여되는 지정이지만, 미국 행정부는 지금까지 이를 채택하지 않았다.
종교자유연구소는 이번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인도를 CPC로 지정해야 한다는 근거가 더욱 강화될 것이며, 미국 정부도 인도에 대한 외교적 대응 수단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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