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크리스천포스트(CP)는 아짐 아브라힘 박사의 기고글인 '84세 가톨릭 사제의 죽음이 인도 세속주의의 종말을 의미하는 이유'(How an 84-year-old Catholic priest's death marks the end of India's secularism)를 4월 8일(현지시각) 게재했다.
아짐 이브라힘(Azeem Ibrahim) 박사는 뉴라인스 전략정책연구소(New Lines Institute for Strategy and Policy)의 최고전략책임자(Chief Strategy Officer)이다. 다음은 기고글 전문.
2021년 7월 5일, 예수회 사제이자 부족 인권운동가였던 스타니슬라우스 루르두스와미(Stanislaus Lourduswamy) 신부가 인도 뭄바이에서 재판도 받지 못한 채 구금 상태로 사망했다. 향년 83세였다.
파킨슨병으로 쇠약해진 데다 코로나19 감염까지 겪고 있던 그는 건강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보석이 거부된 채 인도의 반테러법에 따라 9개월 동안 수감되어 있었다. 당국이 제시한 혐의는 선동 및 마오이스트 반군과의 연계였으나, 많은 이들은 이를 근거 없는 주장으로 평가했다. 그의 투옥과 사망은 헌법적 민주주의가 조용히 약화되고 있다는 상징적 사건으로 받아들여졌다. 인도의 대표적 역사학자 라마찬드라 구하(Ramachandra Guha)는 이를 “사법적 살인”이라고 표현했으며, 유엔 인권 전문가 역시 그의 죽음이 “인도의 인권 기록에 영원한 오점으로 남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 사제가 테러리스트로 낙인찍힌 채 재판도 없이 생을 마감한 사건이기 때문이다.
문화 전쟁이 법적 전쟁으로 변화하다
나렌드라 모디(Narendra Modi) 총리가 이끄는 인도인민당(BJP) 집권 이후, 인도의 문화 전쟁은 단순한 정치적 수사를 넘어 정책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과거에는 소고기 소비, 종교 개종, 교과서 내용 등을 둘러싼 논쟁에 머물렀다면, 이제는 경찰 수사와 형사 사건, 그리고 새로운 입법으로 이어지고 있다. 국가 권력과 함께 움직이는 자경단과 이념적 집행 세력도 등장하며, 보다 강경한 힌두 중심 국가 비전을 추진하고 있다.
루르두스와미 신부는 수천 명과 함께 불법활동방지법(UAPA)의 적용을 받은 사례 중 하나였다. 이 법은 폭력 행위가 아닌 의도나 발언, 연관성만으로도 체포를 가능하게 하며, 기소 없이 최대 180일까지 구금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최근 몇 년 동안 이 법으로 체포된 사람들 가운데 유죄 판결을 받은 비율은 2%에도 미치지 못했지만, 수천 명이 장기간 재판 전 구금 상태를 겪었다. 비마 코레가온 사건과 관련된 디지털 증거에 대해서는 일부 피고인의 기기에 외부에서 파일이 심어진 정황이 있다는 독립적인 포렌식 조사 결과도 제기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이 밝혀졌을 때는 이미 루르두스와미 신부는 세상을 떠난 뒤였다.
인도 여러 주에서는 힌두교 신자들이 기독교와 이슬람으로 강제 개종되고 있다는 주장에 대응한다는 명분으로 강력한 반개종법이 통과되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러한 법이 자경단과 공권력에 의해 교회와 자선단체, 종교 모임을 압박하는 근거로 활용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러한 흐름은 인도 헌법이 보장하는 다원주의 원칙을 내부에서 약화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
인도의 문화 전쟁은 미국과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 미국에서는 문화적 갈등이 주로 온라인 논쟁이나 사법 절차를 통해 진행되는 반면, 인도에서는 종파적 성격이 더욱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행정과 사법 시스템의 일부가 세속적 중립성을 유지하지 못한 채 폭력과 차별을 묵인하거나 방조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압박 속에 놓인 성탄절
인도 전체 인구의 약 2%에 불과한 기독교 공동체는 이러한 문화 전쟁의 주요 대상이 되고 있다. 2021년 말 하리아나에서는 예수상 훼손 사건이 발생했고, 바라나시에서는 산타클로스 모형이 불태워지는 사건이 있었다. 이후 힌두 민족주의 단체들은 교회를 급습하거나 예배를 방해하고 성직자를 공격하는 사례를 늘려 왔다.
지난해 12월 널리 확산된 영상에는 마디아프라데시주 자발푸르에서 한 정치인이 교회 모임에 들어와 시각장애를 가진 기독교 신자의 팔을 잡아 비틀며 불법 개종을 주장하는 장면이 담겼다. 경찰이 현장에 있었지만 이를 제지하지 않았다는 점도 논란이 되었다.
며칠 뒤 델리 인근 가지아바드에서는 또 다른 군중이 예배 중이던 교회를 급습했다. 한 극단주의 인사는 목회자의 옷깃을 잡으며 “기독교 성경은 외국의 책이며 인도에서는 받아들일 수 없다. 우리의 신은 오직 라마뿐”이라고 외쳤다. 경찰은 목회자 부부를 강제 개종 혐의로 조사했지만 공격자들은 처벌받지 않았다.
교회 지도자들은 성탄절 시기가 위협의 시간이 되고 있다고 말한다. 인도 가톨릭 주교회의는 최근 성탄 캐럴 모임과 교회에 대한 공격이 증가하고 있다며 종교의 자유와 안전하게 예배할 권리가 심각하게 침해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2024년 한 해 동안 최소 834건의 기독교인 대상 공격이 기록되었으며, 이는 한 달 평균 약 70건에 해당한다. 공격 유형은 교회 훼손, 공개적 괴롭힘, 허위 강제 개종 신고 등 다양하게 나타났다.
자경단과 국가 권력의 결합
우타르프라데시와 마디아프라데시 등 BJP가 집권한 지역에서는 더욱 강력한 반개종법이 시행되었고, 이에 따른 오남용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인도 대법원 역시 이러한 법률이 기독교인을 대상으로 한 허위 기소에 활용될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우타르프라데시에서만 최근 수년간 1,000명 이상이 해당 법에 따라 체포되었다.
무슬림 공동체는 인구 규모가 더 큼에도 불구하고 더욱 광범위한 차별과 법적 압박에 직면하고 있다. 시민권법 개정안(CAA)과 국가시민등록제(NRC)는 무슬림 난민을 배제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어 많은 무슬림들이 법적 지위가 불안정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경찰은 힌두 민족주의 단체의 고발에 따라 소수 종교인을 쉽게 구금하지만, 폭력을 행사한 군중에 대해서는 대응이 늦다는 비판도 있다. 선교 비자 취소, 교회 관련 자선단체에 대한 조사 등 행정적 압박도 이어지고 있다. 한 성탄절 전야에는 마더 테레사의 자선단체 계좌가 동결되기도 했다.
이처럼 자경단이 성탄 장식을 철거하거나 성직자를 괴롭히는 상황에서도 경찰 조치는 오히려 피해자를 대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상당수 증오 범죄는 공식 통계에도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 이러한 환경은 폭력을 더욱 용인하고 구조화하는 결과를 낳는다.
인도 세속주의의 위기
인도가 다수주의적 권위주의로 이동하는 과정은 점진적으로 진행되어 국제사회의 지속적인 비판을 피해 왔다. 그러나 루르두스와미 신부의 죽음은 그 결과가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법이 더 이상 권력을 제한하지 못하고, 특정 집단을 문화적 적으로 규정해 박해할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흐름의 철학적 배경에는 힌두교를 단순한 종교가 아니라 문명적 정체성으로 보는 주장도 자리하고 있다. 이러한 관점은 인도의 정체성과 힌두교를 동일시하며 다른 종교를 주변화하는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인도가 진정한 세속주의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사회 전반에 걸친 깊은 성찰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러한 노력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인도는 다양한 소수 공동체에 대한 심각한 침해를 초래할 위험에 직면하게 될 수 있다. 세계에서 가장 크고 다양한 민주주의 국가 가운데 하나인 인도가 안정성과 다원주의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세속주의라는 원칙이 여전히 중요한 토대가 될 것이라는 점이 강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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