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국기
©Sina Drakhshani/ Unsplash.com

어린 시절 미국에 입국한 이란 출신 기독교인 여성에 대한 추방 절차가 진행되면서, 이란으로 송환될 경우 사실상 사형 선고와 다름없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번 사건은 미국에서 자라났지만 시민권을 취득하지 못한 일부 해외 입양인들이 겪는 수십 년 된 법적 공백 문제를 드러낸 사례로 평가된다.

이 여성은 1970년대 초 이란의 한 고아원에서 미 공군 참전용사에게 발견돼 두 살 때 입양됐으며, 최근 미국 국토안보부로부터 캘리포니아에서 추방 절차 심리에 출석하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법적 상황을 고려해 신원은 공개되지 않았다. 당국은 그녀의 비자가 1974년 3월, 네 살 때 만료됐다는 이유로 추방 대상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 여성은 “이 상황까지 오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며 기독교 신앙과 양부의 미군 경력 때문에 이란으로 돌아가면 목숨이 위태로울 수 있다고 호소했다. 그는 “고아로 떠났던 나라로 누군가를 죽음으로 내몰 수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며 미국이 그런 결정을 내릴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녀는 전과가 없으며 캘리포니아에서 의료 관련 기업에 근무하고 세금을 납부하며 주택도 소유하고 있다. 기억하는 유일한 단속은 20여 년 전 운전 중 휴대전화를 사용하다 적발된 일이라고 밝혔다.

최근 이민 판사가 변호인의 요청을 받아들여 직접 출석하지 않아도 된다고 결정하면서 심리는 다음 달로 연기됐다. 이는 법원 출석 시 구금될 수 있다는 우려를 완화한 조치다.

인권단체들은 과거 법률이 입양 후 별도의 시민권 취득 절차를 요구했기 때문에 미국 내 수만 명의 해외 입양인들이 시민권을 받지 못한 채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이 여성 역시 38세 때 여권을 신청하는 과정에서야 자신의 시민권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음을 알게 됐다.

양부모는 입양 다음 해인 1973년 그녀와 함께 미국으로 돌아왔으며 입양 절차는 1975년 완료됐지만 시민권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이후 그는 연방 기관과 정치권에 도움을 요청해 왔으며, 공화당 소속 하원의원 영 김(Young Kim)에게도 지원을 호소했다.

해외 입양인 문제는 2000년 제정된 어린이 시민권 법(Child Citizenship Act)의 사각지대에서 비롯됐다. 이 법은 많은 해외 출생 입양인에게 자동 시민권을 부여했지만 당시 18세 미만이며 1983년 2월 27일 이후 출생자에게만 적용됐다. 이에 제외된 입양인들을 보호하기 위한 입법 요구가 이어져 왔다. 지난해에는 초당적 의원들이 입양 절차를 거쳤지만 시민권을 받지 못한 이들에게 시민권을 부여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남침례회 윤리·종교자유위원회(Ethics and Religious Liberty Commission) 전 공공정책 책임자 출신 한나 다니엘(Hannah Daniel)은 이번 사건이 오랫동안 경고해 온 위험이 현실화된 사례라고 밝혔다. 그는 추방 가능성을 “믿기 어려운 상황”이자 “비미국적이고 양심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기독교 인권단체 오픈도어(Open Doors)의 최고경영자 라이언 브라운(Ryan Brown)은 이란 당국이 기독교 개종자를 서방과 연계된 국가 안보 위협으로 간주하는 경우가 많다고 경고했다.

아티클18(Article 18)과 오픈도어, 세계기독연대(CSW), 미들이스트컨선(Middle East Concern)이 공동 발표한 보고서는 이란 내 기독교인에 대한 압력이 강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254명이 신앙을 이유로 체포됐고, 2025년 말 기준 43명이 수감 중이며 16명은 재판 전 구금 상태였다.

이란은 오픈도어가 발표한 2026년 세계 감시 목록에서 기독교 박해가 심각한 국가 10위에 올랐다. 단체는 인구 9천만 명이 넘는 이란에 약 80만 명의 기독교인이 거주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최근 1년 동안 박해 위험에도 불구하고 이란과 아프가니스탄 출신 기독교인들에 대한 추방 시도 사례가 이어지면서 인권단체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캘리포니아 교회 교인들에 대한 추방 조치가 논란이 되자, 이란에서 탈출한 복음주의 목사 아라 토로시안(Ara Torosian)은 한 여성의 남편이 거리에서 체포되는 영상이 확산된 이후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LA 타임스 기고문을 통해 “미국은 이보다 더 나은 나라라고 믿는다”며 이러한 조치가 자신이 탈출했던 이란의 상황을 떠올리게 한다고 비판했다. 또한 많은 복음주의자들이 박해받는 기독교인을 보호하겠다는 약속 때문에 정치적 선택을 했던 것이라며, 그들을 추방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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