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고 제도에 대한 대중의 신뢰가 약화되는 가운데, ‘권력’이라는 동시대의 가장 논쟁적인 개념을 기독교인과 비기독교인 모두에게 새롭게 조명하는 신학 보고서가 발표됐다.

영국 크리스천투데이(CT)에 따르면, 싱크탱크 테오스(Theos)가 국제 구호단체 크리스천 에이드(Christian Aid)와 협력해 최근 발간한 ‘A Theology of Power’는 신학자 메들레인 페닝턴(Madeleine Pennington)과 폴 비클리(Paul Bickley)가 공동 집필했다.

보고서는 성경이 권력을 본질적으로 부패한 것으로 보지 않으며, 지혜롭게 관리할 수도 있고 파괴적으로 오용될 수도 있는 ‘신적 선물’로 제시한다고 분석한다.

군사적 공격, 민족주의적 수사, 그리고 이른바 ‘규칙 기반 질서’의 약화가 세계 뉴스의 중심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누가 권력을 쥐고 어떻게 사용하는지에 대한 질문은 더욱 시급해지고 있다.

캐나다 총리 마크 카니(Mark Carney)는 최근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세계가 “강대국 경쟁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으며 “강자는 할 수 있는 것을 하고 약자는 감내해야 할 것을 감내하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보고서는 권력에 대한 본능적 불신이 이해할 만하지만, 그것이 전체 이야기를 말해주지는 않는다고 지적한다. 정치 부패, 기업 스캔들, 제도적 인종차별, 교회 내 성직자 학대 위기 등 권력 남용의 사례가 서구 사회에 깊은 상처를 남기면서 권위를 향한 경계심이 확산됐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많은 이들이 권력을 지배와 강압, 엘리트의 사익과 동일시하는 ‘의심의 해석학’을 채택하고 있지만, 권력 자체에서 물러나는 태도는 현실적이지도 신앙적이지도 않다고 주장한다. 책임을 회피하고 정의를 소홀히 하거나 약자를 보호하지 않는 것 또한 노골적인 권력 남용만큼 해로울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보고서는 권력을 필요하면서도 책임이 따르는 것으로 이해하는 보다 정교한 신학적 틀을 제안한다. 정치가 아닌 성경에서 논의를 출발하는 점도 특징이다.

성경 첫 책인 창세기에서 권력은 강압이 아닌 창조적 능력으로 나타난다. 하나님이 혼돈에서 질서를, 무에서 생명을 창조하는 행위 자체가 관대한 힘의 표현이라는 것이다. 인간에게 맡겨진 ‘통치’ 역시 폭군이 아닌 청지기로서의 책임을 의미한다고 보고서는 해석한다.

그러나 권력의 위임은 곧 위험을 동반한다. 에덴의 반역, 초기 인류의 폭력, 바벨의 교만, 이스라엘 왕들의 부패 등 성경은 권력이 관리에서 지배로 변질되는 반복적 실패를 기록한다. 구약의 예언자들은 권력 자체보다 우상숭배, 가난한 자에 대한 억압, 책임 없는 권력 집중 등 왜곡된 사용을 비판했다.

신약은 권력에 대한 논의를 더욱 확장한다. 예수의 권위를 설명하는 헬라어 ‘뒤나미스’와 ‘엑수시아’는 기적뿐 아니라 신적 권위의 역사 개입을 의미한다. 동시에 기독교 메시지는 참된 권력이 약함 속에서 드러난다는 역설을 제시한다.

사도 바울이 말한 “약함 속에서 온전해지는 하나님의 능력”은 통념을 뒤집는다. 제국의 지배력을 과시하기 위한 처형 방식이었던 십자가형이 신학적으로는 하나님의 결정적 승리의 순간이 됐다는 것이다. 부활 역시 지배가 아니라 희생적 사랑이 역사의 궁극적 힘임을 확인하는 사건으로 해석된다. 빌립보서 2장은 그리스도의 자기 비움과 겸손이 곧 높아짐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한다.

보고서는 바울이 언급한 ‘권세와 통치자들’에 대해서도 영적 존재와 정치적 구조를 모두 포함하는 균형 잡힌 시각을 제시한다. 권력 구조는 창조 질서의 일부이지만 하나님 위에 군림할 때 왜곡된다는 것이다. 그리스도는 권력을 파괴하기보다 그 허위를 ‘무장 해제’시킨다고 저자들은 주장한다.

또한 보고서는 정치와 제도적 삶에서의 철수를 주장하지 않는다. 신약은 통치와 리더십, 자원의 책임 있는 사용을 긍정하며, 신자들에게 권위를 존중하고 맡겨진 것을 잘 관리하라고 가르친다고 설명한다.

저자들은 네 가지 원칙도 제시한다. 모든 권위는 궁극적으로 하나님에게서 비롯되며, 지도자와 제도는 언제든 부패할 수 있고, 기독교적 리더십은 지배가 아니라 겸손과 섬김으로 특징지어져야 하며, 지속적인 변화는 누룩이나 겨자씨처럼 점진적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특히 오늘날 상당한 경제적·사회적·정치적 영향력을 가진 현대 기독교인들에게 도전을 제기한다. 박해 속에 살았던 초기 교회와 달리, 오늘날 많은 신자들이 권력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문제는 권력을 거부할 것인지가 아니라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라는 지적이다.

저자들은 “권력은 본질적으로 부정적인 것이 아니며 목적을 위해 주어졌고 결국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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