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CDI)은 국제해사기구(IMO)가 채택한 새로운 국제 규정이 지난 1월 1일(이하 현지시각)부터 시행되면서, 전 세계에서 선원으로 새롭게 일하게 되는 모든 인원은 성희롱과 괴롭힘, 성폭력 예방 및 대응에 대한 공식 교육을 반드시 이수해야 하게 됐다고 2일 보도했다. 해상 노동 환경에서 오랫동안 제기돼 온 폭력과 인권 침해 문제를 국제 기준으로 다루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변화로 평가된다.
이번 조치는 국제해사기구가 선원 훈련·자격·당직 기준(STCW Code)을 개정하면서 마련됐다. 개정안은 선원 기본 교육 과정에 폭력과 괴롭힘을 예방하고 대응하는 내용을 의무적으로 포함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성희롱과 따돌림, 성폭력 문제를 명시적으로 다룬 것이 특징이다. 그동안 선원 보호 조치는 선적국이나 개별 해운사 판단에 맡겨지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번 개정을 통해 전 세계 공통으로 적용되는 최소 기준이 마련됐다.
국제기독해양협회, “뒤늦었지만 중요한 기준 마련”
국제기독해양협회(ICMA)는 이번 국제 규정 개정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혔다. ICMA 산하 선원권익센터(Center for Mariner Advocacy) 디렉터인 필립 C. 쉬플린 주니어 변호사는 이번 조치가 모든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할 수는 없지만, 중요한 출발점이라고 평가했다.
쉬플린 디렉터는 오랜 기간 선원들이 어떤 행동이 허용되는지, 문제 상황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체계적으로 교육받지 못한 채 각국과 회사의 판단에 맡겨져 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제는 모든 선원이 최소한의 공통 교육을 받도록 기준이 마련됐다는 점에서 선원 보호 환경이 한 단계 진전됐다고 밝혔다.
PSSR 교육 과정 확대…신규 선원부터 적용
이번 개정안은 개인안전 및 사회적 책임(PSSR) 자격증을 새로 취득하는 선원에게 적용된다. 2026년 1월 1일 이후 상선이나 슈퍼요트 등 상업용 선박에서 근무하려는 신규 선원은 개정된 교육 과정을 이수해야 한다.
기존 PSSR 교육은 비상 절차, 오염 방지, 안전한 작업 관행, 인간관계 등을 중심으로 구성돼 있었다. 개정 이후에는 인간관계 영역이 확대돼 괴롭힘과 성희롱을 예방하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 적절히 대응하는 내용이 필수 교육으로 포함된다.
다만 주요 해사 당국들은 현재 활동 중인 선원들의 경우, 기존 PSSR 자격증 유효기간이 만료될 때까지는 개정 교육을 다시 받을 필요는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고립된 노동 환경 속 선원들의 현실
해상 노동의 특수성과 고립성은 그동안 선원 인권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어 왔다. 2024년 10월, 기독교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덴마크와 그린란드에서 활동하는 선원선교단체 소만즈미션(Somandsmissionen) 대표 니콜라이 위베는 선원들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으로 외로움을 꼽았다.
위베 대표는 북극권의 혹독한 환경에서 선원들이 장시간 노동을 감당하고 있지만, 사회적으로는 거의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상에서 쉽게 접하는 물품들이 모두 선원들의 수고를 통해 공급된다는 사실이 잘 인식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위베 대표는 선원들을 섬기는 사역의 목적이 단순한 지원을 넘어, 이들에게 공동체와 돌봄을 제공하는 데 있다고 밝혔다. 선원들에게 음식을 나누고 대화를 나누며, 인간적인 교제와 복지, 신앙적 돌봄을 제공하는 것이 선원선교의 핵심 역할이라는 설명이다.
크루즈선 노동 환경과 추가 과제
덴마크와 그린란드로 입항하는 크루즈선은 또 다른 도전 과제로 언급됐다. 위베 대표는 크루즈선 승객들에게는 풍부한 서비스와 여유로운 환경이 제공되지만, 선원들은 이와 대조적으로 극도로 고된 노동을 감당하고 있다고 전했다.
수백 명에서 천 명이 넘는 승무원이 탑승한 크루즈선에는 여성 선원도 다수 근무하고 있으며, 이들은 새벽부터 밤까지 이어지는 근무 속에서 가족과 장기간 떨어져 지내야 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일부 선원들이 극심한 스트레스를 견디기 위해 알코올이나 약물에 의존하는 사례도 발생한다고 위베 대표는 설명했다.
국제 기준 마련의 의미
이번 국제해사기구의 규정 개정은 선원들이 더 이상 보이지 않는 존재가 아니라는 점을 국제사회가 공식적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성희롱과 괴롭힘, 폭력 문제를 공통의 국제 기준으로 다루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선원들의 안전과 존엄을 보호하기 위한 첫걸음으로 평가되고 있다.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