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주요 사립대학들이 올해 등록금 인상을 잇따라 확정하거나 추진하면서 대학가 전반에 학교와 학생 간 갈등이 한층 깊어지고 있다. 이미 등록금 인상안을 의결한 대학이 늘어나는 가운데, 최종 결정을 앞둔 대학들에서도 등록금심의위원회를 둘러싼 대립이 이어지며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28일 취재를 종합하면 이화여대는 전날 제2차 등록금심의위원회를 개최했으나 학부 등록금 인상안을 둘러싼 이견으로 회의가 파행됐다. 학교 측은 앞서 학부 등록금을 전년 대비 2.95% 인상하는 방안을 학생기구에 통보했지만, 학생 대표 측이 강하게 반대하면서 최종 의결에 이르지 못했다.
이화여대 총학생회는 “등록금 동결을 요구하는 학생들과 인상안을 고수하는 학교 측이 맞서며 4~5시간에 걸친 공방이 이어졌다”며 “학교 측이 원안대로 인상안을 의결하려 했으나 학생들의 반대로 등심위가 결국 폐회됐다”고 설명했다. 총학생회는 앞서 발표한 입장문에서도 “학교의 일방적인 인상 통보로 학생 의견이 지속적으로 무시되고 있다”며 “필요한 재원을 모두 학생 부담으로 충당하겠다는 태도는 학생을 현금자동입출금기처럼 취급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밝혔다.
◈연세대·이화여대 등 심의 과정서 마찰… 등록금 인상 반대 여론 확산
등록금 인상을 검토 중인 다른 대학들에서도 학생 기구의 반발은 이어지고 있다. 연세대는 당초 올해 등록금 인상 폭을 법정 최고치인 3.19%로 설정한 인상안을 제시했으나, 최근 등록금심의위원회에서 이를 2.6%로 낮춘 수정안을 제안한 상태다.
연세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는 등심위를 앞두고 지난 11일 실시한 등록금 관련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하며 학교 측을 압박했다. 설문 응답자 가운데 90% 이상이 등록금 동결 또는 인하가 필요하다고 답해, 학생 사회 전반에 강한 반대 여론이 형성돼 있음을 드러냈다.
이에 대해 연세대 총학생회 비대위는 입장문을 통해 “학교 본부는 재정 확보를 위한 자구 노력은 외면한 채 적자 보전만을 앞세워 법정 상한에 가까운 인상안을 고집하고 있다”며 “졸속으로 추진된 정원 외 외국인 등록금 인상에 대해 사과하고, 현재 추진 중인 학부와 대학원 등록금 인상안을 즉각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서강대·국민대·성균관대·고려대 인상 확정… 법정 상한선 근접
이미 서울 주요 사립대학 상당수는 올해 등록금 인상을 최종 확정했다. 고려대는 전날 제4차 등록금심의위원회를 열고 학부 등록금을 전년 대비 2.9%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교육부가 제시한 2026학년도 등록금 인상 법정 상한선인 3.19%에 근접한 수준이다.
성균관대 역시 지난 15일 제4차 등심위를 통해 내국인 학부 등록금을 2.9% 인상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서강대는 지난해 학부 등록금을 4.85% 인상한 데 이어 올해는 2.5% 인상을 결정했으며, 국민대도 지난해 4.97% 인상에 이어 올해는 2.8% 인상을 확정했다.
이처럼 다수 대학이 잇따라 등록금 인상에 나서면서 서울 주요 사립대를 중심으로 등록금 인상 기조가 확산되는 양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대학은 재정난 호소, 학생은 부담 전가 지적
대학들은 장기간 이어진 등록금 동결 정책으로 누적된 재정난을 등록금 인상의 불가피한 배경으로 설명하고 있다. 인건비 상승과 공공요금 인상, 실험·실습비 증가 등으로 교육 여건과 교육의 질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의 재정 확충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학생들은 물가 상승과 재정 압박을 이유로 한 대학 측 설명에 공감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장학금 확대나 재정 구조 개선에 대한 충분한 논의 없이 등록금 인상부터 추진하는 것은 결국 학생들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방식이라는 지적이다.
전국 약 100개 대학 총학생회가 참여하고 있는 전국총학생회협의회는 “등록금 책정을 대학 자율에 맡긴 현행 제도와 인상 이후 학생들이 체감하는 부담, 등록금심의위원회 운영 실태를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보다 민주적이고 공정한 절차를 통해 등록금이 심의·결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전총협은 이어 “현재는 등록금 정책의 과도기적 시점으로, 이 과정에서 무분별한 등록금 인상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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