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한국이 보낸 무인기가 영공을 침범했다며 연일 대남 비방전을 벌이고 있다. 우리 군이 무인기를 보낸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음에도 “엄중 도발” 운운하며 안하무인 식 막말을 퍼부었다. 북한은 지난 10일 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 명의로 “인천 강화군과 경기 파주시 등에서 이륙한 무인기들이 영공을 침범했다”며 추락시켰다는 무인기 잔해와 함께 지난해 9월 추락한 무인기 사진까지 뒤늦게 공개했다. 이에 대해 이재명 대통령은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중대범죄”라며 신속 수사를 지시하고, 국방부는 “해당 무인기를 갖고 있지 않다”면서도 민간 무인기 운용 가능성을 조사하겠다고 했다.

대통령까지 거들고 나서자 북한 김여정은 11일 담화에서 “한국이 도발할 의도가 없다는 공식 입장을 낸 것은 연명을 위한 현명한 선택”이라고 한 뒤 “민간단체 소행이라 해도 당국이 책임을 벗어날 수 없다. 윤가(윤석열 정부)든 리가(이재명 정부)든 꼭 같이 엄중한 도발”이라며 막말 공세를 이어갔다.

북한의 이런 반응은 대한민국에 대한 적대적 인식을 굳힌 가운데 향후 새로운 무력 도발을 위한 일종의 명분 쌓기용으로 풀이된다. 제9차 노동당 대회를 앞두고 '남북한 적대적 두 국가론'을 보다 공고히 하려는 포석이란 분석도 있다.

그런데 무인기 영공 침범은 북한이 먼저 시작한 도발이다. 그러고도 남측이 무인기를 보냈다며 생떼를 쓰고 있는 거다. 그들이 공개한 사진만으론 그게 우리 쪽에서 날려 보낸 건지 확실하지 않다. 하지만 북한이 보낸 무인기가 2022년 12월 용산 대통령 집무실 부근까지 침투한 사실이 드러났고, 2017년엔 경북 성주 주한미군 사드 기지 등을 촬영한 북한 무인기 잔해가 강원 인제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문제는 이런 억지 주장에 대응하는 정부의 자세다. 국방부가 북이 보낸 무인기에 대해선 함구하고 우리 쪽 무인기 운용 가능성을 조사하겠다고 발표한 건 적절치 않다. 누가 무슨 목적으로 북에 무인기를 보냈는지, 그게 남에서 날아온 것인지도 확실치 않은데 무슨 근거로 조사하겠다는 건가.

정부는 북이 우리 쪽에서 보낸 것이라고 주장하는 무인기에 대해 조사하되 그들이 남에 무슨 목적으로 무인기를 보냈는지부터 조사해 공개하라고 북에 요구해야 한다. 무인기 도발을 북이 먼저 시작했으니 그게 순서다. 이게 명확해져야 남북한 사이에 무인기 도발이 근절될 것이다.

북한은 우리 영공에 오물풍선과 무인기를 무수히 날리고도 단 한 번도 사과하거나 시인한 적이 없다. 그런 북에 매번 질질 끌려다니는 듯한 저자세는 국격의 손상이고, 향후 남북 대화에도 도움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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