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코 목사 사모
수잔나 리우 여사(가운데)가 2020년 3월 4일 워싱턴 D.C.에서 열린 ‘국제 용기 있는 여성상 시상식’에서 미국의 마이크 폼페이오 당시 국무장관(오른쪽) 및 멜라니아 트럼프 영부인(왼쪽)과 기념촬영했다. ⓒ미 국무부

남편인 레이먼드 코(Raymond Koh) 목사가 한낮에 납치된 사건을 두고, 말레이시아의 수산나 리우(Susanna Liew) 사모는 약 9년 가까이 정부와 법적 싸움을 이어왔다.

코 목사는 쿠알라룸푸르 교외 도로에서 공개적으로 납치됐으며, 최근 리우 사모는 오랜 침묵과 부실한 수사, 극심한 정신적 소진 끝에 고등법원으로부터 승소 판결을 받아냈다. 그러나 리우 사모는 “가족은 여전히 깊은 슬픔 속에 갇혀 있다”고 말했다.

리우 사모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조용한 목회자의 아내였던 자신이 어떻게 국제적인 인권 운동가로 나서게 됐는지를 설명했다. 그는 당국이 남편을 찾는 데 도움을 주지 않을 것임을 깨닫는 순간, 마음속에서 행동하라는 목소리를 들었다고 말했다. 리우 사모는 “그들이 남편을 비밀리에 데려갔다면, 나는 온 세상이 이 사실을 알도록 하겠다고 결심했다”고 밝혔다.

레이먼드 코 목사는 2017년 2월 13일, 차량 7대로 구성된 호송대에 의해 납치됐다. 복면을 쓴 남성들이 그의 차량을 가로막고 창문을 깨뜨린 뒤, 1분도 채 되지 않는 시간 안에 그를 끌어내 데려갔다. 몸값 요구는 전혀 없었다. 이후 리우의 자녀들은 인근을 돌며 CCTV 영상을 확보했고, 조직적이고 치밀한 작전이었음이 드러나면서 단순한 범죄가 아니라는 가족의 의심이 확고해졌다.

리우 사모는 사건 당일 밤 경찰에 신고하며 도움을 기대했지만, 대신 5시간 동안 남편이 무슬림을 기독교로 개종시키려 한 적이 있는지에 대한 조사를 받았다고 말했다. 가족은 이러한 활동을 일관되게 부인해 왔으며, 해당 질문이 상부의 지시에 따른 것이었다는 사실도 나중에 알게 됐다고 전했다.

리우 사모의 캠페인은 흐릿한 CCTV 영상과 침묵하지 않겠다는 결심에서 시작됐다. 그녀는 법적 대응과 언론 인터뷰, 해외 연설 일정을 병행하는 한편, 우울증과 싸우며 막내딸을 양육해야 했다. 생활비와 활동비는 직접 만든 장신구 판매와 기부금에 의존하기도 했다.

그녀는 경찰이 수사를 방해하고 가족을 오도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처음에는 마약 조직 연루 가능성을 제기했고, 이후에는 우버 운전사를 체포했지만, 이들 주장은 모두 신빙성을 잃었다. 리우 사모는 BBC에 “경찰이 연루됐다는 것을 감추기 위해 허위 단서를 흘리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사건은 2018년 전환점을 맞았다. 또 다른 납치 피해자의 아내를 찾아간 한 경찰 특수부대 소속 하사는 코 목사가 경찰 특수부대에 의해 끌려갔다고 고백했다. 그는 죄책감 때문에 진실을 밝히러 왔다고 말했다. 이후 진술을 번복했지만, 조사 당국은 그가 부인하는 진술에 모순이 많다고 판단해 최초 증언을 신빙성 있는 것으로 인정했다.

같은 해, 코 목사의 납치 사건과 유사한 이전 사건 현장에서 목격된 차량이 경찰 특수부대 소속 요원과 연관돼 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2019년 말레이시아 인권위원회는 코 목사가 종교적 이유로 경찰 요원들에 의해 강제 실종됐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후 리우와 시민단체의 법적 투쟁 끝에 공개된 정부 조사 보고서는 퇴직한 특수부대 고위 인사 아왈루딘 빈 자디드(Awaludin bin Jadid)를 핵심 인물로 지목했다.

리우 사모는 2020년 경찰과 말레이시아 정부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하며 책임 규명과 정의 실현을 요구했다.

고등법원은 최근 경찰이 코 목사의 실종에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법원은 정부에 실종 이후 하루당 1만 링깃(약 2,350달러)을 지급하라고 명령했으며, 총액은 3,100만 링깃(약 740만 달러)을 넘는다. 또한 리우에게 손해배상과 소송 비용으로 430만 링깃(약 100만 달러)을 추가로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다만 해당 금액은 신탁 계좌에 예치되며, 코 목사의 행방이 확인되기 전까지 리우와 세 자녀는 이를 사용할 수 없다.

리우 사모는 판결이 일정 부분 위로가 되기는 했지만, 가족은 여전히 “슬픔에 얼어붙은 상태”라고 말했다. 그녀는 남편이 살아 있는지 사망했는지를 알 수 없는 상황이 계속해서 가족을 괴롭히고 있다고 토로했다. 리우 사모는 “그가 죽었다는 사실과 시신이라도 있다면 장례를 치르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텐데, 지금은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르는 상태”라고 말했다.

현재 리우는 진상조사위원회 설치, 경찰 징계위원회 구성, 책임자 추적을 위한 전담 태스크포스 신설 등 구조적 개혁을 요구하며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기소된 경찰관은 없으며, 관련 인물 가운데 한 명은 오히려 승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재정적 부담과 형평성 문제를 이유로 판결에 항소했다. 이에 대해 리우 사모는 정부가 항소를 철회하길 바란다며 “이 모든 과정을 다시 반복해야 한다면 너무 지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우 사모는 남편을 납치한 이들을 용서했다고 밝혔다. 그는 재판 과정에서 분노가 내적 정결함을 향한 갈망으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용서가 투쟁의 중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리우는 2020년 미국 국무부로부터 ‘국제 용기 있는 여성상(International Women of Courage Award)’을 수상했다. 이후 강제 실종 문제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 국제적으로 활동하며, 트라우마를 겪는 이들을 돕기 위한 상담사 교육도 받고 있다.

그녀는 “가해자들이 법의 심판을 받는 것이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라며 “레이먼드 코 목사가 어디에 있는지 알고 싶다”고 말했다.

말레이시아는 이슬람이 국교인 무슬림 다수 국가로, 민법과 샤리아법이 병존하는 이중 법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기독교, 힌두교, 불교 등 종교 소수자들의 신앙 활동은 허용되지만, 헌법상 무슬림으로 규정된 말레이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종교 활동에는 엄격한 제한이 적용된다.

무슬림을 대상으로 한 개종 권유는 금지돼 있으며, 기독교 단체들은 이를 넘는 행위로 간주될 경우 법적·사회적 압박을 받는다. 교회들은 감시, 종교 자료에 대한 제한, 무슬림 개종 시도 의혹과 관련한 조사 등을 받아왔다. 배교나 종교 간 모임과 관련된 사안은 종교 당국과 경찰의 면밀한 주목을 받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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