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보다 비유로... '가르침'을 다시 묻다
현장 교사들이 말하는 기독교적 가르침의 실제
'개인'의 역량을 넘어 '공동체'의 과정으로
정답이 아닌 사유로... '기독교 세계관' 재점검

기독교학교교육연구소 학술대회
종합토론에서는 공교육 현장에서 기독교적 가르침을 실천하는 교사들의 고민이 공유됐으며, ‘부담’이 아닌 ‘기쁨과 동행’으로서의 가르침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영상 갈무리

기독교학교교육연구소(소장 박상진) 창립 20주년을 맞아 열린 학술대회에서 '기독교적 가르침'의 본질을 다시 묻는 논의가 이어졌다. 학자들은 기독교적 가르침을 교리 전달이나 특정 세계관 주입으로 이해하는 통념에서 벗어나, 삶을 여는 언어이자 관계와 공동체 속에서 형성되는 가르침으로 재정의했다.

'기독교적 가르침이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한 이번 학술대회는 1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솔틴비전센터에서 열렸으며, 신학·교육학 연구자 4인이 발제자로 나서 기독교교육의 신학적 토대와 교육 현장의 실제, 그리고 인식론적 성찰을 함께 짚었다.

첫 발제에 나선 신현호 교수(장신대)는 '기독교적 가르침 속 신학적 메타포'를 주제로, 기독교적 가르침은 개념이나 정의로 환원될 수 없는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신 교수는 "기독교 신앙은 본래 이야기와 비유, 곧 메타포를 통해 전승돼 왔다"며 "가르침 역시 정답을 설명하는 언어가 아니라, 하나님 나라를 상상하게 여는 언어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날 기독교교육이 성과와 방법 중심으로 축소되면서 가르침의 신학적 깊이가 사라지고 있다고 지적하며,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신학적 메타포의 회복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기독교학교교육연구소 학술대회
신현호 교수는 ‘기독교적 가르침 속 신학적 메타포’를 주제로, 기독교적 가르침은 개념이나 정의가 아닌 삶을 여는 비유의 언어로 이해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상 갈무리

이어 임고운 박사(이화여대)는 교사들의 실제 경험을 토대로 한 연구 결과를 발표하며, 현장에서 기독교적 가르침이 어떻게 이해되고 실천되고 있는지를 조명했다. 임 박사는 공립·사립·대안학교 교사들의 인터뷰를 분석한 결과, 교사들이 공통적으로 입시와 경쟁 중심의 기존 교육에 대한 회의 속에서 기독교적 가르침을 모색해 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교사들에게 기독교적 가르침은 특정 내용을 더 가르치는 문제가 아니라, 학생을 어떤 존재로 대하며 어떤 관계를 맺느냐의 문제로 나타났다"며 "돌봄과 환대, 삶의 태도를 통해 신앙이 드러나는 방식이 강조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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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고운 교수는 교사들의 실제 경험 연구를 통해, 기독교적 가르침이 교과 지식 전달보다 관계와 태도 속에서 드러난다고 분석했다. ©영상 갈무리

세 번째 발제자인 강영택 교수(우석대)는 자전적 문화기술지 연구를 통해 기독교적 가르침의 현실을 '역설'과 '공동체'라는 키워드로 풀어냈다. 강 교수는 "기독교적 가르침은 언제나 모순과 실패를 동반한다"며 "가르침을 통해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다는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독교적 가르침을 개인의 역량이나 탁월한 교사 개인의 성취로 이해하기보다, 갈등과 한계를 함께 견디는 공동체적 과정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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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택 교수는 자전적 성찰을 바탕으로, 기독교적 가르침은 개인의 헌신이 아니라 역설과 한계를 함께 견디는 공동체의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영상 갈무리

마지막 발제에 나선 박상진 교수(한동대 석좌·장신대 명예)는 '기독교교육 인식론'에 근거해 '기독교 세계관으로 가르친다'는 표현 자체를 성찰해야 한다고 제기했다. 박 교수는 "기독교적 가르침이 정답을 제시하는 교육으로 오해될 때, 오히려 사유를 닫아버릴 위험이 있다"며 "기독교적 가르침은 모든 질문에 기독교적 답을 붙이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 앞에서 어떻게 알고 판단할 것인가를 훈련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기독교학교교육연구소 학술대회
박상진 교수는 기독교교육 인식론에 근거해, 기독교적 가르침은 정답을 주입하는 교육이 아니라 하나님 앞에서 사유하도록 돕는 가르침이라고 밝혔다. ©영상 갈무리

발제자들은 공통적으로 기독교적 가르침이 교리 주입이나 이념 교육으로 환원될 수 없으며, 지식 전달을 넘어 삶과 관계, 사유의 방식 전반을 형성하는 교육이어야 한다는 점에 뜻을 모았다. 

발제 이후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는 공교육 현장에서 기독교적 가르침을 실천하는 교사들의 현실적인 고민도 제기됐다. 한 참석자는 "국·공립학교에서 기독교적 가르침을 실천할 때 느끼는 거룩한 부담감을 희생이 아닌 기쁨의 소명으로 전환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궁금하다"고 질문했다.

이에 대해 박상진 교수는 "부담을 짊어지고 무엇인가를 더 하려는 접근보다, 교사 자신이 하나님 앞에서 기쁘게 살아가는 삶 자체가 가르침이 된다는 인식이 필요하다"며 "교사가 성장하는 만큼 학생들에게 자연스럽게 영향력이 흘러가게 된다. 기쁨이 우선"이라고 답했다.

강영택 교수 역시 '희생'이라는 언어에 경계를 표하며, "학생들을 위해 무언가를 해주겠다는 마음은 오래가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들과 함께 간다고 생각하면 부담이 훨씬 덜해진다"며 "기독교적 가르침은 혼자 애쓰는 헌신이 아니라, 함께 걸어가는 동행의 과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학술대회는 기독교학교교육연구소가 지난 20년간 축적해 온 기독교교육 연구를 돌아보는 동시에, 기독교학교와 교회 교육 현장에서 '기독교적으로 가르친다는 것'의 의미를 다시 질문하는 계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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