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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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 정부가 수십 년간 폭력과 인권침해의 원인으로 지적돼 온 신성모독법(blasphemy laws) 개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최근 정부가 강경 이슬람 단체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을 벌이고, 법무부 장관이 법 개정 의지를 공개적으로 표명하면서 변화의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영국 크리스천투데이(CT)에 따르면, 연방 법무·인권부 장관 아잠 나지르 타라르(Azam Nazeer Tarar)는 지난 10월 16일(이하 현지시간) “허위 신성모독 혐의 제기 방지를 위한 새로운 절차적 안전장치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는 또한 “공정한 수사와 사법적 민감성 보장을 위한 개혁”이 추진될 것이라고 밝혔다.

파키스탄에서 예언자 무함마드에 대한 모독은 여전히 사형에 해당하는 범죄로 간주된다. 1990년 이후 수십 명이 신성모독 혐의로 군중이나 극단주의자들에 의해 살해됐으며, 인권단체들은 오랫동안 이 법의 개정 또는 폐지를 요구해 왔다. 해당 법률은 영국 식민지 시절 제정된 조항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타라르 장관은 연방사법아카데미와 파키스탄 법·사법위원회가 대법원 후원으로 개최한 ‘종교 간 조화와 기본권: 헌법적 과제’ 심포지엄에서 연설하며, 소수자 보호센터 설립과 인권 인식 제고 프로그램 등 정부의 포용적 정책을 강조했다.

그는 “소수자에 대한 존중과 그들의 권리 보호는 파키스탄 헌법의 핵심이며 국가의 기본 책무”라고 밝히며, 사법부·종교 지도자·언론·시민사회가 함께 연대해 관용과 종교 간 이해를 증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펀자브주 기독교계 국회의원 이자즈 알람 어거스틴(Ejaz Alam Augustine)은 이번 개혁 움직임을 환영하며 “파키스탄의 극단주의는 신성모독법 남용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신성모독은 결코 용납될 수 없지만, 개인적 보복이나 취약 집단 탄압의 수단으로 이 법이 악용되어 왔다”며 “허위 고발을 막고 모든 신앙 공동체를 보호하기 위해 개혁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한편, 파키스탄 연방정부는 10월 23일 펀자브 주정부의 요청을 승인해 극단주의 단체 ‘테흐리크-이-라바이크 파키스탄(TLP)’을 반테러법(Anti-Terrorism Act)에 따라 다시 금지하기로 결정했다.

이 조치는 가자지구 사태를 둘러싼 전국적 시위에서 다수의 사망자와 주요 교통로 마비 사태가 발생한 직후 내려졌다.

TLP는 2015년 신성모독 옹호운동으로 출범해 다음 해 정당으로 등록했다. 2021년 폭력 시위로 한 차례 금지됐으나, 폭력을 포기하겠다는 약속 이후 6개월 만에 해제됐다. 그러나 당국은 “TLP가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며 이번에 다시 제재를 단행했다.

내무부 차관 탈랄 차우드리(Talal Chaudhry) 는 “TLP는 극단주의 단체처럼 행동하며 이전의 약속을 위반했다”고 밝혔다.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더 프라이데이 타임스(The Friday Times)와의 인터뷰에서 “파키스탄 내 종교 극단주의가 이미 위험 수위에 이르렀으며, 급진 단체에 대한 단호한 조치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그는 하급 보안요원 지원자의 95%가 2011년 펀자브 주지사 살만 타세르 암살을 지지했다고 응답했다는 조사 결과를 인용했다.

TLP는 타세르 주지사를 살해한 경호원 몸타즈 카드리(Mumtaz Qadri)를 옹호하면서 세를 확장했다. 이후 기독교인과 아흐마디 교도들에 대한 폭력과 신성모독 고발 급증의 주요 배경으로 지목됐다.

2023년 8월에는 펀자브 주 파이살라바드의 자란왈라에서 허위 신성모독 혐의로 수백 명의 TLP 지지자들이 교회와 기독교 가정을 파괴했다. 2024년 6월에는 성경을 불태웠다는 혐의로 70대 기독교인 나지르 마시 길(Nazeer Masih Gill)이 군중에 의해 린치당해 숨졌다.

국제 기독교 박해 감시단체 ‘오픈도어(Open Doors)’가 발표한 2025 세계 기독교 박해 순위(World Watch List)에 따르면, 파키스탄은 전 세계에서 기독교인이 가장 심각한 박해를 받는 국가 중 8위에 올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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