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데이터연구소(대표 지용근, 이하 목데연)가 20일 서울 연동교회 가나의집에서 ‘청빙, 교회의 미래를 좌우한다’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세미나에서는 지용근 대표가 ‘청빙 실태와 인식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 대표는 “한국교회는 향후 10년간 대규모 담임목사 세대교체라는 중대한 전환기를 맞고 있다. 2035년까지 약 7,800명의 담임목사가 은퇴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전체의 3분의 2에 해당한다. 교단과 교회마다 후임 목회자를 어떻게 세울 것인가가 곧 교회의 미래를 좌우할 핵심 이슈로 부상했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목회자와 성도 모두 공모제보다 ‘추첨제’를 더 선호하는 경향을 보였으며, 추천인으로는 외부 목회자나 신학교 교수, 교회 중직자를 신뢰하는 경향이 높았다. 무엇보다 성도들이 새 담임목사에게서 기대하는 가장 중요한 자질은 설교력보다 ‘인품’과 ‘도덕성’으로 나타났다. 성품과 비전, 그리고 소통 능력이 목회의 지속성을 좌우한다는 인식이 강해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 조사 결과는 교회 내부의 인식과 실제 성도들의 기대 사이의 간극을 보여준다. 목회자의 학력이나 대형교회 경력은 중요하지 않다는 응답이 압도적이었다. 대신 성도들은 권위적인 리더십보다 ‘수평적 리더십’을 지향하며, 새로운 목회자가 전통을 계승하기보다 변화를 주도하길 바란다. 이는 단순히 젊은 세대의 목소리가 아니라, 한국교회 전체가 시대적 변화를 요구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동시에 청빙 과정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중시하는 흐름이 뚜렷하다. 교회 내부 인맥 중심의 평판조사 대신, 외부 전문 기관을 통한 객관적 검증과 다양한 연령대의 위원 참여를 바라는 목소리가 높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변화의 방향은 교회 리더십의 재구성과 직결된다. 목회자 청빙은 더 이상 일부 중직자의 논의로 끝날 수 없으며, 성도 전체가 신뢰할 수 있는 구조로 재설계돼야 한다. 외부 전문가의 참여와 성도 전원의 의견 수렴, 면접 과정의 공개 등은 투명성과 공감대를 높이는 중요한 장치가 된다. 나아가 새로운 목회자 선정은 단지 ‘후임자 찾기’가 아니라, 교회가 어떤 가치와 리더십을 따를 것인가에 대한 신앙적 선언이기도 하다. 인성과 영성, 비전과 소통이 균형을 이룬 리더십이야말로 교회의 미래를 건강하게 세울 수 있는 토대임을 이번 조사는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이어 조성돈 교수(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가 ‘청빙, 민주적 절차 중심에서 합리성으로’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조 교수는 “한국교회가 맞이한 가장 큰 과제 중 하나는 ‘청빙’ 문제다. 담임목사 교체 과정은 단순한 인사 절차가 아니라 교회의 미래를 결정짓는 영적 전환점이지만, 실제로는 예측 불가능한 결과를 낳곤 한다. 목회자와 교인 사이의 기대치가 다르고, 절차가 아무리 투명해도 관계의 복잡성은 피할 수 없다. 청빙은 마치 결혼과도 같아, 아무리 오랜 시간 검증하고 준비해도 실제로 함께 사역을 시작해야 비로소 서로의 본모습이 드러난다. 그렇기에 공정하고 신중한 절차는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일 뿐, 완전한 안전망이 될 수는 없다”고 했다.
그는 “교회가 민주적으로 운영된다는 명목 아래 청빙 과정에서 오히려 혼란이 커지는 경우도 많다. 담임목사가 물러난 자리를 둘러싸고 장로, 중직자, 평신도 사이에서 갈등이 깊어지고, 때로는 투표 과정이 선거처럼 변질되기도 한다. 새로운 목회자가 부임한 뒤에도 ‘내가 지지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공동체가 나뉘며, 회복보다 분열의 상처가 남는다. 이러한 현상은 특히 중형교회에서 두드러진다. 한때 교회의 허리 역할을 하던 중형교회들이 은퇴와 청빙의 과정을 거치며 급속히 약화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문제의 근본에는 청빙을 위한 매뉴얼이 없다는 현실이 있다. 대부분의 교회는 20~30년에 한 번 청빙을 경험하기 때문에 절차적 경험이 거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담임목사나 전문가의 조언은 배제되고, 경험이 없는 위원들이 중심이 되어 의사결정을 이끌어간다. 결국 30분 설교 한 편으로 후보자의 인품과 비전을 판단하고, 교회의 운명을 결정짓는 비합리적 구조가 반복된다. 교인들이 설교력보다 ‘인품과 비전’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고 있음에도, 실제 제도는 여전히 ‘설교 콘테스트’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의 방향은 민주주의적 절차 경쟁에서 ‘합리적 구조 확립’으로 나아가야 한다. 교회의 크기와 여건에 따라 맞춤형 청빙 매뉴얼이 마련되고, 위원회 중심의 구조가 전문성과 균형을 갖추어야 한다. 장로 중심을 넘어 청년, 여성, 외부 전문가가 함께 참여하는 포용적 위원회가 신뢰를 높이는 길이다. 목회자 공급이 줄어드는 현실 속에서 공모제의 한계를 인정하고, 추천제와 검증 시스템을 조화시키는 지혜도 필요하다. 청빙은 단지 한 사람을 뽑는 절차가 아니라, 교회가 어떤 가치와 방향으로 나아갈지를 선언하는 신앙적 결정이다. 그 과정이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세워질 때, 교회는 비로소 새로운 도약의 문을 열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이원구 장로(지구촌교회)가 ‘지구촌교회 청빙 사례’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이 장로는 “지구촌교회는 담임 청빙을 ‘미래준비위원회’의 과제로 묶어 진행했다. 단순히 후임을 뽑는 절차를 넘어, 교회의 시스템·제도 개선과 향후 건축 이슈까지 함께 다루며 변화의 물결을 한데 모으려는 설계였다. 출발점은 교회 DNA와 비전을 재확인하는 일이었다. 마을장·목자 대상 사전조사와 전 성도(7~8천 명 규모) 본조사로 정량·정성 데이터를 확보해, 교회가 원하는 담임상(성품·도덕성 최우선, 설교·연령·비전 순)을 명확히 했다”고 했다.
그는 “위원회 구성도 공정성과 개방성에 초점을 맞췄다. 지구별 제비뽑기로 장로·권사·집사·청년이 섞인 19인을 뽑아 파벌과 이해관계를 차단했고, 비밀유지 서약·발언 규칙(십자가 배턴 사용)으로 회의 문화를 정돈했다. 동시에 ‘소통 게시판’과 면담으로 교회 안팎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고, 카톡 묵상 나눔·말씀기도로 과정 전반의 영적 긴장을 유지했다. 경험 공백은 외부 자문으로 메웠다. 대학 교수·전문기관과 워크숍을 열고 선진 사례를 벤치마킹해 판단의 분별력을 높였다”고 했다.
이어 “후보 발굴은 ‘넓게 모으고, 단계적으로 좁히는’ 구조였다. 부교역자 12명 무작위 선정→각 2인 추천, 33개 지구 목자 다득표 후보 수합, 외부 목회자 5인의 추천까지 더해 100명 풀을 만들고, 중복·적합성 정리로 34명 1차군을 확정했다. 1차는 정량평가(연령대·담임 경력·교회 DNA 적합·중복추천 등)와 토의로 13명으로 압축, 전문기관 평판조사로 성품·역량을 교차검증했다. 2차는 조별 심층 설교 청취·발표를 포함한 정성 50 + 정량 50 점수로 5명 선정, 익명 다수결로 비선호 후보를 단계 제거했다. 3차는 외부 평가위원을 포함해 만장일치 원칙으로 3명→2명→최종 1인을 합의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결과는 투명하게 공개하고 기록으로 남겼다. 후보 선정 근거, 평판조사 요약, 성장·사역 이력과 추천 의견을 사무총회에서 제시했고, 재직 포함 약 2천 명이 참석한 표결에서 97%대 찬성으로 김우진 목사가 확정됐다. 출범부터 취임까지 8개월, 과정 전체를 백서로 정리해 다음 세대의 표준으로 남긴다. 무엇보다 중요한 수확은 절차 그 자체가 공동체의 신뢰를 회복시키는 축제가 되었다는 점이다. 공정한 구조, 넓은 참여, 치밀한 검증, 명료한 소통이 맞물릴 때 청빙은 한 사람을 세우는 일을 넘어 교회의 내일을 함께 준비하는 길이 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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