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인권세계대회(대회장 손광주)가 오는 10월 22~24일 서울광장과 더플라자호텔서울에서 열린다. 2005년 미국 주도로 열린 첫 대회 이후 20년 만이다. ‘그들을 자유케 하라(Let Them Be Free)’는 주제로 열리는 이번 대회는 더플라자호텔에서 ‘NK 인사이더 포럼’과 국제포럼이 열린다. 9개국 탈북민 대표가 인권 보고서를 발표하고, 청년들이 참여하는 ‘2030 가상 유엔총회’에서 북한 자유와 국제적 연대를 논의한다.
송상현 전 국제형사재판소 소장, 니콜라스 에버슈타트(미국 기업연구소 석좌), 니콜라이 슈프레켈스(독일 SARAM 대표), 수잔 숄티(미국 디펜스포럼 대표), 임현수 목사(TMTC 대표), 탈북 외교관 태영호 전 국회의원, 탈북민 정유나(정유나TV 대표) 등이 참여해 북한인권을 논한다. 또한 가수 선예(전 원더걸스)의 케이팝 콘서트 및 바리톤 사무엘 윤 교수(서울대 성악과), 황상혁 피아니스트(전 평양무용음악대학 교수), 유은지(북한 출신 기타리스트) 등의 남북 클래식음악 콘서트도 열린다. 북한 지하성도 필사 성경 26권, 순교자 일지, 탈북민 SOS 편지, 인권 침해 자료 등이 전시되고, 서울광장에는 ‘통곡의 벽’, 공개처형 재현 퍼포먼스, 아사·강제북송 희생자 추모관이 설치된다.
임창호 북한인권세계대회 조직위원장(전 고신대 교수)은 “북한인권 문제는 정치가 아니라 생명과 신앙의 문제”라며 “한국교회가 다시 깨어 북한의 자유와 복음을 위해 일어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북한인권세계대회에 대한 간략한 설명 부탁드린다.
“2004년도 미국에서 북한인권법이 제정된 뒤 이듬해인 2005년도 초 미국에서 북한인권세계대회가 열렸다. 그리고 당사국인 한국에서도 열려야 한다는 의견이 모아져 2005년도 말 북한인권세계대회가 열렸다. 당시 미국 국무부로부터 지원을 받고 미국 주도로 열렸다. 올해 대회는 20년 만에 열린다. 북한인권민간단체협의회(9개국 76개 단체)와 국제인권재단(Human Rights Foundation)이 공동 주최한다. 북한인권민간단체협의회는 2023년 8월 전국과 세계 각지에 흩어진 북한인권단체들이 모여 만든 협의체다.”
-이 대회를 개최하게 된 취지와 의미는?
“지금 북한은 김정은이가 통일 안 하겠다고 선언했고, 또 대한민국 국민도 점점 통일의 관심사에서 멀어지는 형국에 북한선교를 하는 교회도 전체의 0.8% 이하인 상황이다. 그래서 교회와 국민, 그리고 국가 지도자들 나아가 전 세계 시민들에게 통일의 중요성을 환기하자는 차원에서 개최했다. 특히 이번 대회는 한국교회가 80년 동안 통일을 놓고 기도해 온 만큼, 한국 교회사적으로도 중요하다. 유엔 총회에서 북한인권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는 만큼, 이는 국제적인 문제인데도 우리나라 정부나 국민, 그리고 교회들이 관심이 없다는 사실이 애석하다. 그래서 뜻이 있고 의식이 있는 사람들이 일어나야 한다는 취지에서 시작했다.”
-현재 김정욱 김국기 최춘길 선교사 등 우리 국민 6명이 현재 북한에 억류 중이고 이들의 송환이 시급하다. 이번 대회를 통해 어떤 목소리를 낼 예정인가?
“북한 억류자 6명에 대한 안내 부스를 23-24일 서울광장에서 열리는 북한인권세계대회 전시회에서 설치해 이들을 석방할 것을 적극 목소리 낼 예정이다. 故 오토 웜비어(2015년 말 북한을 여행 중 억류돼 17개월간 고문을 당한 끝에 식물인간 상태로 송환된 그는, 가족의 결정으로 연명 치료가 중단돼 2017년 6월 19일 사망했다)와 일본 납북자 메구미(1977년 말 일본 니카타 현에서 북한 공작원에 의해 납치돼 납북된 일본인), 그리고 2015년 북한에 억류됐다가 2017년 풀려난 임현수 목사 관련 부스를 설치해 관련 내용을 알릴 계획이다. 대한민국 기독교인들은 서울광장으로 모두 나와 실상을 확인해야 한다. 서울광장에 한국교회 신자들로 꽉 채워져야 한다.
복음이 1866년 토마스 선교사의 순교로 대한민국 땅에 처음 북한 평양으로 들어와, 1907년 평양 장대현교회를 중심으로 평양 대부흥이 일어났다. 독립운동가들도 대부분 북한 태생이고, 故 한경직·故 김창인 목사 등 북한 태생 목회자들이 해방 전후로 월남해 세운 영락교회와 충현교회 등 교회들이 한국교회 부흥을 주도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이런 사실을 망각했다. 목사들도 관심이 없다. 한국교회가 너무 웰빙교회가 돼서 이런 민족의식을 잃어버렸다. 북한에서 80년 동안 노예처럼 살고, 지하교회에서 숨죽여 기도하는 북한 주민들이 있는데, 이런 사실에 대해 관심을 기울여 교회가 들고 일어나야 한다.”
-이번 대회에서 북한 지하 성도들의 필사본과 순교자 일지 등 각종 전시회도 개최한다고 알고 있다.
“북한의 지하교회 존재에 대해 아직도 믿지 못하는 목사들이 있다. 북한 지하 성도들이 읽고 있는 성경책을 빼내 그걸 전시할 예정이다. 특히 북한 보위부가 북한 지하 성도들을 적발하도록 지시하는 내용의 동영상도 틀 계획이다. 이런 전시를 보고 한국교회가 깨어 경각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북한 지하 성도들의 신앙이 한국교회 신자들에게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북한에서 80년 동안 노예처럼 살고 성경만 갖고 있기만 해도 붙잡혀 사형당하는데, 이 자유 천지 대한민국에서 기독교 인구는 점점 줄고 있다. 다음 세대들의 출석률도 하락 중이다. 북한 성도들을 생각하면 우리가 이렇게 태평하게 있을 수가 없다. 북한 땅에서 지하성도들은 목숨을 바쳐서 신앙을 지키고 있는데, 주일날 동영상으로 예배드리며 놀러 다니기에 바쁜 한국교회 신자들이 있다는 게 안타깝다. 우리가 정신 차려야 한다. 통일 이후 80년 동안 순교하면서 신앙을 지킨 북한의 지하 성도들이 한국교회 신자들에게 ‘너희는 그때 뭘 했느냐’고 물을 것이다. 우리가 최소한 ‘당신들을 위해 이것이라도 했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래도 북한인권 개선활동에 있어 그간 교회의 활동과 역할이 부각돼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으로 보인다.
“그렇기에 북한 지하 성도들이 힘을 얻고 한국교회로부터 희망을 얻고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북한 지하 성도들은 그걸 기다리고 또 기도하며 통일의 날을 기다리고 있을 텐데, 애석하게도 한국교회는 지금 관심이 식어졌다. 관심이 있다면 북한인권세계대회에 헌금을 통해 마음을 써줬으면 좋겠다. 이것도 하나의 선교다.”
-한국교회가 왜 북한 인권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인권은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걸 의미한다. 그러니까 이동·표현·집회·종교 등의 자유가 인권이다. 그런데 북한이 이러한 자유들을 박탈하고 있다. 세계 인권 선언문 30조 가운데 하나도 지켜지는 게 없다. 그렇기에 이번 대회 주제도 ‘그들을 자유케 하라’는 것이다. 북한선교가 곧 북한 인권이고, 북한 인권이 곧 북한선교다. 북한 동족을 자유하게 하라는 메시지가 우리 북한선교의 핵심 메시지가 돼야 한다. 일각에선 ‘북한인권은 정치의 영역이다’ 등 이런 얘기들을 하고 있는데 그건 정치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메시지를 이용해 곡해된 결과일 뿐이다.
북한 인권이 해결돼야 북한 동족들의 종교의 자유가 확보돼 자유롭게 예배할 수 있는 것 아닌가? 교회 목사들이 이를 신자들에게 가르쳐야 하는데 안 하고 있다. 그 이유는 뭔지 아는가? 현재 북한선교를 가르치는 신학교가 전무하기 때문이다. 10년 전엔 그나마 북한선교를 가르치는 신학교가 40여 곳 중 3곳이 있었다. 목사들이 북한선교를 배우지 못하고, 그저 자기 교회 목회만 전부인 줄 안다. 성경에선 ‘누구든지 자기 친족 특히 자기 가족을 돌보지 아니하면 믿음을 배반한 자요 불신자보다 더 악한 자니라’(디모데전서 5장 8절)고 나왔다.
북한 주민들은 우리 동족이다. 이 사실을 무시하고 이들을 돌보지 않는 것은 믿음을 배반한 자요, 불신자보다 더욱 악한 자다. 심지어 믿지 않는 사람들도 북한 인권과 관련해서 많은 일을 한다. 그들은 이번 대회에 후원도 많이 했다. 그런데 이번 대회 관련 한국교회의 참여율은 애석하게도 저조하다. 한국교회가 6만여 개가 있고 1천만 성도가 있는데, 이들 중 6천 교회만 행동한다면 통일은 이뤄진다. 500만 성도들이라도 들고 일어난다면 정부가 한국교회 우습게 못 본다. 지금 손현보 목사 구속이나 이영훈 김장환 목사 압수수색 등은 목사들이 겁먹고 입을 다물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교회는 북한 인권을 위해서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위해 기도해야 하는가?
“한국교회는 80년 동안 기도했다. 지금까지의 기도 여정은 모세 시대라고 생각한다면, 지금 펼쳐질 시대는 하나님의 능력이 나타나길 기다리고 목격하는 여호수아 시대다. 이제 우리가 행동할 때다. 요단강을 건너야 한다. 그래서 가나안의 이방 족속들을 몰아내야 한다. 김정은과 저 악한 세력들을 물리치려면, 교회가 앞장서 목소리를 내야 한다. 다들 눈치만 보고 있고 겁내면 안 된다. 순교를 각오해야 한다. 사도바울은 ‘나의 형제 곧 골육의 친척을 위하여 내 자신이 저주를 받아 그리스도에게서 끊어질지라도 원하는 바로라’(로마서 9장 3절)고 말할 정도로 동족과 친족과 혈육을 포기할 수 없다고 했다.
모세도 내 동족 이스라엘을 구원하고자 하나님이 용서하지 못하시면 내 이름을 주님의 생명책에서 제하여 달라고도 했다.(출애굽기 32장 32절) 예수 그리스도께서도 자기 목숨을 바쳐 우리를 구했다. 그렇다면 한국교회는 북한 동족을 살리는 운동을 해야 한다. 잠언 24장 11절을 보자면 ‘너는 사망으로 끌려가는 자를 건져 주며 살륙을 당하게 된 자를 구원하지 아니하려고 하지 말라’고 나왔다. 그렇다면 목사들과 그리스도인들은 성경 말씀을 실천해야 할 것 아닌가? 북한인권은 정치 운동이 아니다. 생명 운동이다. 북한 동족 구원 운동이다.”
-끝으로 현 정권의 대북 및 통일 정책을 평가해 달라.
“저는 정치인은 아니지만, 최근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두 국가론’을 국가 정책으로 삼겠다고 한 발언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헌법 제4조에는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을 지향한다’고 명시돼 있다. 또 국민과 영토 조항에도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가 대한민국의 영토라고 돼 있다. 즉, 백두산에서 제주도까지가 한 나라라는 뜻이다. 북한이탈주민에게 주민등록증을 발급하는 이유도 그들이 대한민국 국민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두 국가론’은 명백한 헌법 위반이다. 헌법을 고치지 않는 한 그런 주장을 할 수 없다.
요즘 통일부의 기능을 축소하거나 다른 역할로 바꾸려는 움직임이 있는데,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 국민은 통일을 원하고 있는데, 왜 정부는 국민의 목소리를 막고, 헌법이 명시한 ‘한 나라’ 원칙을 외면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김정은의 발언에 따라가듯이 행동해서는 안 된다. 정부는 국민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헌법 정신에 따라 정책을 세워야 한다.
또한 우리나라에는 기독교인 공직자들이 많다. 국무총리도 교회 집사로 알고 있다. 그렇다면 그가 믿는 하나님 앞에서, 또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하는지 생각해야 한다. 정치적 계산이나 당리당략보다 국민과 나라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한국교회는 지난 80년 동안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위해 기도해 왔다. 정부는 이러한 국민적 신앙과 염원을 존중해야 한다. 헌법 제66조에는 ‘대통령은 국가의 독립, 영토의 보전, 국가의 계속성과 헌법을 수호할 의무가 있으며, 평화적 통일을 지향하여 성실히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되어 있다. 따라서 대통령과 정부는 통일을 지향하고 이를 위해 노력해야 할 책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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