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대법원이 지난 16일 여성에 대한 법적 정의를 ‘생물학적 성별’에 근거한다고 판결했다. 성차별을 금지한 영국의 ‘평등법’에서 여성은 여성으로 태어난 사람만 해당한다는 판결이 나온 것에 대해 영국 사회가 이른바 ‘젠더 이념’에서 탈출하려는 신호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판결은 스코틀랜드 정부가 공공기관 이사회 내 여성 비율을 50%로 규정하면서, 여성의 범주에 ‘트랜스젠더’ 여성을 포함시키자 스코틀랜드의 여성단체인 ‘스코틀랜드 여성을 위하여’(FWS)가 반발해 소송을 제기한 데 따른 것이다. 이 소송에서 영국 대법원이 지난 2010년 제정된 평등법에서 ‘여성’과 ‘성’이라는 용어에 대해 ‘생물학적 여성’과 ‘생물학적 성’이라고 분명히 규정함으로써 그간의 ‘성’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영국 대법원은 이번 판결이 성 소수자 집단을 희생시키려는 결정이 아니라 성에 대한 법적 규정을 명확히 함으로써 사회적 혼란을 막으려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소송을 제기한 FWS도 성 소수자를 증오하려는 게 아닌 생물학적 차이를 인정하는 게 당연하고, 그 기반 위에서 여성을 보호하는 장치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번 판결은 ‘여성’과 ‘성전환 여성’이 동일한 성적 권리를 가질 수 없음을 영국 법이 공식화했다는 점에 중요한 의미가 담겨있다. 그간 스코틀랜드 정부와 트랜스젠더 활동가들이 영국의 ‘평등법’에 근거해 여성의 법적 정의와 트랜스젠더 여성이 법적으로 동일한 성적 권리를 가져야 한다고 주장해 왔던 것이 완전히 틀렸음을 입증한 셈이다.

영국 기독교인들과 교계 단체는 즉각 환영의 입장을 나타났다. 영국 크리스천투데이(CT) 보도에 따르면 복음주의 연맹의 영국 지부장 피터 리나스는 “이 획기적인 판결은 분위기의 변화가 현실임을 보여주는 신호”라며 “이는 (영국이) 강경한 진보적 이념에서 벗어나 문화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인식이 증가하고 있음을 뜻한다”고 평가했다. ‘해리포터’ 작가로 유명한 J.K.롤링도 “FWS‘가 자랑스럽다”라면서 “이번 승소가 영국 전역의 여성과 소녀들의 권리를 보호했다”라고 했다.

이번 판결이 영국 사회에 미칠 파장은 가히 엄청날 것으로 보인다. 당장 교육과 고용, 의료, 주거 등 ’평등법‘이 적용되는 민관 모든 영역에서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평등법‘ 시행 이후 성전환자들이 자유롭게 출입했던 화장실과 탈의실 같은 시설에도 생물학적인 성 구별이 엄격히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트랜스젠더 여성 선수에 대한 논란이 크게 일었던 체육계도 앞으로의 변화를 주목하고 있다.

이번 판결에 영국 정부는 그동안의 성별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며 공식적으로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스코틀랜드 자치 정부도 대법원 판결을 받아들인다고 발표했다. 보수당 케미 배드노크 대표는 “‘트랜스젠더 여성은 여성이다’라는 말은 사실이 아니고, 이제는 법적으로도 사실이 아니”라며 “당연한 말을 했다는 이유로 개인적인 학대를 당하거나 직장을 잃은 모든 여성들의 승리”라고 강조했다.

영국은 15년 전 도입한 ’평등법‘이 포괄적 차별금지를 명시하면서 ‘LGBT(레즈비언, 게이, 바이섹슈얼, 트랜스젠더)가 급속도로 확산한 유럽 내 대표적인 나라에 속한다. 영국의 이런 변화는 지난 1965년 인종관계법을 시작으로 1975년 성차별금지법 등 9개의 개별적인 차별 방지 관련 법이 2010년 11월에 ’포괄적 평등법’으로 통합되면서 시작됐다. 성별, 종교, 인종, 장애 등 기존의 차별 금지조항에 성 정체성과 성적 지향을 포함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동성애와 성전환자들이 급증하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영국의 ‘평등법’은 동성애뿐만 아니라 낙태, 안락사 등에 대해서도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영국 킹스 칼리지 런던대 정책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자유화 확대: 영국 등에서 사회적 태도의 변화’ 제목의 보고서에 의하면 영국에서 동성애를 정당화하는 비율이 66%로 나타났고, 낙태와 안락사를 수용한다는 답변도 각각 48%, 47%로 나타나 1981년 조사에 비해 4~5배나 증가했다.

이런 영국 내 사회 분위기 속에서 낙태 센터 주변의 완충·배제 구역에서 목사와 신부 등 성직자와 일반인이 단지 기도했다는 이유만으로 경찰에 체포돼 기소되는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는 과거 기독교 국가였던 영국이 ‘평등법’ 제정 이후 급진적인 ‘젠더 이념’에 볼모 잡혀 끝없이 추락하는 모습으로 국내외에 비쳐진 게 사실이다.

그런 영국에서 대법원이 여성의 성을 생물학적인 성별 기준에 근거해 규정한 건 여성 인권 보호와 법적 명확성 회복 측면에서 역사적인 의미를 지닌다. 또한 지난 6년간 여성의 법적 정의를 놓고 스코틀랜드 정부를 상대로 싸워온 스코틀랜드 여성들이 최종 승리함으로써 영국의 정치와 사법부에 변화의 조짐이 일기 시작한 것으로 평가된다.

영국 대법원의 이번 판결을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서명한 '남성'과 '여성', 두 개의 성별만 인정한 행정명령과 어떤 연결점이 있는 것으로 평가하기엔 아직 이르다고 본다. 하지만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행정명령처럼 이 판결이 스코틀랜드나 영국을 넘어, 성별 정체성 문제로 혼란을 겪는 세계 여러 나라에 중요한 법적 기준과 사회적 메시지를 던질 것은 분명하다.

영국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여성을 생물학적인 기준에 근거해 인정한 것이지만 남성 또한 이와 동일한 근거에 의해 법적 지위를 인정한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 이는 ‘평등법’ 시행으로 ‘LGBT’가 확산 일로에 있는 영국 등 유럽 여러 나라에 주는 메시지와 함께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기회를 엿보는 국내 정치권에도 분명한 경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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