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이 사망 권세 이기고 부활하신 부활절을 맞아 서울 등 전국 대도시에서 주님의 부활을 기념하는 예배와 다양한 행사가 풍성하게 열렸다. 올해 부활절은 특히 한국기독교 선교 140주년이라는 역사적 시점에 초점이 맞춰져 의미가 더했다.
국내 71개 교단이 참가한 2025 부활절연합예배는 20일 서울 광림교회에서 ‘부활, 회복의 은혜 새 역사 창조’를 주제로 성대히 치러졌다. 이와 함께 전국 17개 지역 기독교연합회도 동일한 주제로 연합예배를 드렸다.
같은 날 같은 주제로 전국 각지에서 부활절 연합예배를 드린 건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한국교회가 한마음으로 축하하는 연합의 정신이 깃들어있다. 한국 기독교 선교 140주년을 기해 한국교회가 걸어온 발자취를 되새기고 복음의 본질로 되돌아가자는 신앙적 결단에 연합의 의미를 더한 것이다.
전 세계 기독교인들이 성탄절과 함께 부활절을 가장 핵심적인 절기로 지키는 이유는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이야말로 기독교 복음의 절정이자 진수이기 때문이다. 하나님이 독생자를 이 땅에 보내셔서 죄인을 불러 구원하신 구속사적 원대한 계획이 예수님의 부활로 완성되었던 거다.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 소식은 부활하신 예수님을 직접 만난 목격자와 증인들에 의해 처음 초대교회에 전파되었다. 예수님이 승천하신 후 베드로를 비롯해 마가의 다락방에 모인 제자들이 성령으로 충만해 복음을 들고 나선 곳마다 교회들이 세워지고, 그 세워진 교회마다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의 씨앗이 뿌려져 개화한 것이다.
오늘 한국교회가 부활절에 연합예배를 드리고 성대한 행사로 치르는 것도 초대교회의 전승을 따르고자 함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은 인간의 죄 범함으로 죽을 수밖에 없는 죽음의 어두운 세력에 대한 완전한 승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거기에서 더해 인류에게 영원한 생명과 하나님 나라의 축복을 상징해 주는 사건을 기리는데 목적이 있다.
부활절이 한국교회에 주는 특별한 의미는 기독교가 이 땅에 전파된 지 올해로 140주년이 됐다는 데 있다. 첫 복음을 전해준 언더우드·아펜젤러 선교사가 140년 전 인천 제물포항에 도착한 날이 바로 부활주일이었다는 건 우리이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 소식 증거가 한국 선교의 시작이었고, 그것이 오늘의 한국교회를 있게 했다는 점이다.
한국교회는 오늘이 있기까지 숱한 고난의 시간으로 점철됐다. 예수님의 영광스런 부활이 있기 전에 고난과 수욕의 시간이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일제 강점기에 신사참배를 거부해 많은 목회자들이 투옥 순교한 반면에 교회 폐쇄를 피하려고 교단적으로 신사참배를 받아들이고 우상숭배에 동참하는 죄악을 집단적으로 저질렀다. 이 과오가 훗날 한국교회가 주님의 몸인 교회를 갈갈이 찢는 교단 분열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
하지만 그런 분열 속에서 한국교회를 어렵게 한 몸으로 묶어준 게 바로 부활절연합예배다. 이 연합예배 또한 우리에게 특별한 인연으로 다가왔다. 140년 전 미국교회에서 파송한 선교사들에 의해 한국교회가 탄생했듯이 해방 후 1947년에 미군정 하에서 서울 남산광장에서 미군들과 함께 드린 예배가 부활절연합예배의 시초가 됐다.
이 부활절연합예배는 6·25 한국전쟁 발발로 일시 중단됐다가 전후에 다시 재개돼 교파와 지역을 초월해 모든 한국교회가 함께하는 행사로 자리 잡게 됐다. 부활절을 기해 다시 살아난 한국교회의 연합정신이 기독교 선교 100주년의 커다란 결실로 열매 맺게 된 것이다.
하지만 보수와 진보를 망라해 하나가 돼 드리던 부활절연합예배는 한국교회 보수진영 내부의 갈등과 불협화음으로 다시 금이 간 채로 끝내 봉합되지 못한 채 오늘까지 이르렀다. 한국교회 주요 교단이 속한 한국교회총연합회가 수년 전부터 한국교회교단장회의 이름으로 매해 한국교회부활연합예배를 개최해 오고 있으나 같은 이름의 연합예배가 다른 곳에서도 여전히 열리고 있다는 점에서 부활절연합예배가 완전체를 이루었다고 평가하기엔 아직 분열의 골이 채 매워지지 못한 게 현실이다.
이번 한국교회부활절연합예배는 선교 140주년 이라는 특별한 의미 말고 한국교회에 던지는 과제가 하나 더 있다. 그건 부흥 성장기를 지나 정체 내지 쇠퇴기를 맞은 한국교회가 새롭게 해쳐 나아갈 방향성의 문제다. 한국교회의 위기가 단지 내부의 수적 감소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국가와 사회에 희망이 아닌 부담이 되는 존재로 전락하고 있다는 게 최대의 고민이다.
그런 문제의식에서 부활절연합예배에서 ‘국민 대통합을 위한 성명’이 발표된 것으로 안다. 이 성명은 한국교회가 국민 통합의 구심점으로서 분열을 넘어 하나 됨의 길을 제시해야 한다는 시대적 요청을 담았다. 최근 대통령의 탄핵과 조기 대선 실시 등으로 정치적 불안과 사회적 갈등이 심화되는 가운데 한국교회가 앞장서 대화와 타협, 협력과 상생, 대통합의 길을 모색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한국교회가 대국민 통합에 몰두한다고 교회 내부의 분열과 갈등까지 자연 치유되는 건 아닐 것이다. 지난 4개월 여 탄핵 정국에서 대다수 교회가 침묵하는 사이에 많은 성도들과 특히 청년들이 거리로 뛰어나가 각자의 신앙으로 목소리를 냈다. 이들에게 한국교회의 통합 메시지가 종북·친중 반국가세력과 무조건 화합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는 게 문제다.
한국교회가 부활절 연합예배를 통해 복음의 본질로 돌아가 이 땅의 분열과 다툼을 멈추게 하고 국민 대통합을 선언하는 건 매우 중요한 시대적 의미가 담겨있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한국교회 내부의 병이 더 깊어지지 않게 다스리는 일 또한 중요하다고 본다. 통증을 감추고 밖에 시선을 둔 채로 병이 절로 낫기를 기다릴 순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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