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제1차 자신학회 세미나가 ‘다석 류영모와 한국적 영성’을 주제로 21일 서울 마포구 소재 어린양교회에서 열렸다. 이날 안규식 박사(연세대 한국기독교문화연구소 연구교수)가 강연했다.
안 박사는 “개신교 사상가 다석 류영모(1890-1981)는 유년 시절 한성에서 콜레라 여파로 자신을 제외한 형제자매들 다수가 죽었다. 1886년부터 콜레라가 창궐해 1895년 30만 명이 한성에서 사망했다. 이를 통해 그는 어렸을 적부터 죽음에 대한 고뇌를 시작했다”고 했다.
이어 “1905년 류영모는 기독교 신앙을 받아들였다. 1907년 경신학교에서 근대 학문 등을 배웠고, 1910-1912년 오산학교 과학 교사로 부임했다. 이 시기 불경과 노자 등 동양사상을 연구했다”며 “이 시기 동생 류영묵의 죽음을 계기로 ‘신앙 회의’에 빠져 정통 기독교 중심에서 탈선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즉 현세의 어려움을 극복하고자 하나님께 구하는 기복신앙에서 예수 그리스도처럼 사는 삶을 위해 생각하는 신앙으로 전환됐다”며 “1937년 김교신의 성서연구모임에서 그는 요한 3장 16절을 강론하며 ‘예수가 받은 성령이 곧 독생자이며 이 독생자는 하나님의 생명이고 우리 안에 있는 하나님의 생명 곧 독생자를 키워 하나님과 하나가 되는 것이 삶의 궁극적 목적’이라고 주장했다. 이 말에서 어진 성품을 위해 내 안의 예수를 키우고자 수행을 주장했다”고 했다.
그는 “류영모의 생명 사상은 다른 종교에서도 생명성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일각에선 종교다원주의로 흐른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었다”며 다석이 생전에 말한 “석존은 생명 완성을 성불이라 하였고, 공자는 생명 완성을 성인이라 하였고, 예수는 생명 완성을 천부의 오나전하심과 같이 되는 것이라 하였도다”(‘자고새면’, <동면> 2권 8호 1923)를 제시했다.
또한 “1941년 2월 17일부터 그는 1인 1식을 추구하면서 먹음을 죄로 여겼다. 고기, 곡식 등을 섭취하는 것은 다른 생명체의 희생이라고 여겼다”며 “50대부터 아내와의 성관계를 끊는 해혼도 선언했다”고 했다.
안 박사는 “그러다 류 선생은 보편종교적 생명 추구의 한계에 직면했다. 1942년 1월 4일 아내의 치통을 위해 그전에 하지 않던 기도를 하다 하얀 마귀의 존재를 보는 영안이 뜨인 체험을 했다”며 “이는 이때까지 예수 이외에 타 종교에도 생명이 있다고 여기던 그의 생각이 전환점을 맞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그는 “그러나 1943년 천지인 합일 체험을 기점으로 또다시 기독교 신앙 중심적 표현이 약화됐다”며 “그러다 1981년 다석은 숨을 거뒀다. 합일을 통해 하나님을 빨리 만나고자 했던 그의 사상은 마지막 유언과 같은 외마디 ‘아, 바, 디’에서 드러났다”고 했다.

안 박사는 다석 류영모 사상의 평가에 대해 “정보의 과잉 시대 오히려 관조적 생각을 할 시간을 박탈하면서 시대는 야만으로 흐르고 있다”며 “일례로 유튜브 알고리즘은 시청자의 욕망에 맞는 영상만 추천한다. 이로 인해 자기 생각만 굳어지고 자기 욕망 충족의 노예가 된다. 미디어 환경이 자기 중심성을 가속하는 시대”라고 했다.
이어 “다석 류영모는 탐욕, 분노 등 인간의 비참함의 원인이 식욕과 성욕 같은 인간의 근원적 욕망에서 기원한다고 간주해 하나의 점으로 축소하는 일일일식, 해혼, 무릎꿇고 앉음 등 금욕적 수행을 했다”고 했다.
또한 “다석은 생각하는 곳에 신이 있다고 강조했다”며 “그의 생각 추구는 신과의 합일이 목적이었다. 즉 앎은 히브리어 ‘야다’처럼 존재와의 친밀한 사귐 속에서 새롭게 파생되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이처럼 다석은 생각이 사랑의 개념의 앎이라고 규정했다”고 했다.
아울러 “그의 생각의 귀결점은 모름으로 향했다”며 다석이 생전에 말했던 “나는 ‘모름지기’란 우리말을 좋아한다. 모름지기란 반드시 또는 꼭이란 뜻이다. 사람은 모름을 꼭 지켜야 한다. 우리는 하나님 아버지를 모른다”를 제시했다.
그러면서 “편견, 아집, 고정관념, 이데올로기처럼 자신과 이 세계를 왜곡하는 앎에서 벗어날 때 참된 지식을 가져다주는 새로운 차원의 앎에 이를 수 있다고 다석은 강조했다”며 “이를 위해 다석은 무지의 지를 추구했다. 즉 모른다고 할 때 알게 된다는 것”이라고 했다.
특히 “다석은 ‘다 같이 잘 살자’는 대동의식과 평등사상을 제시했다. 이는 어떤 이데올리기나 배타주의가 없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이 사회의 큰 걸림돌은 자기 이익과 신념을 절대화함으로 찾아오는 분리와 분열에 있다. 분리와 분열은 전체 생명을 저지하는 죽음의 정치가 가진 한 양태다. 전체를 생명 안에서 하나로 엮자는 주장이 다석의 씨알 사상의 지향점이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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