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보 목사
김희보 목사

“권세는 하나님으로부터 나지 않음이 없나니”(로마서 13:1)

“굴복하라.” 굴복(subjection)이라는 말은 순종(obedience)이라는 말보다 더 범위가 넓고 엄격한 관계를 표현해준다. 브루스는 바울이 천사적인 세력에 대해서 말할 때 그들에게 굴복해야 한다고 말한 적은 한 번도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바울은 기독교인들이 천사적 세력의 지배로부터 해방되어 있으며 창조주이자 모든 악한 세력을 이기신 그리스도에게 연합되어 있다고 말한다는 것이다(골 1:16; 2:10, 15).

초대교회 기독교인들의 수난과 그 수난을 통한 최후 승리를 묘사한 작품이 폴란드의 노벨 문학상 수상작가인 시엔키에비치(Henrik Sienkievicz, 1846-1916)의 역사소설 <쿠오바디스>(Quo Vadis, 1890)이다. 이 소설의 남성 주인공 비니키우스는 현세적(現世的)인 헬레니즘을 대표하고, 여성 주인공 리기아는 내세지향적(來世志向的)인 기독교(헤브라이즘)를 대표한다.

황제 네로 치세(治世) 때 기독교인들은 자기가 기독교인임을 알리는 암호로 ‘물고기’(Ixthus)를그렸다. “예수 그리스도 하나님의 아들 구세주”라는 뜻을 나타내는 헬라어 Iesous Xristos Theou uios Soter의 첫 글자를 따서 짜맞춘 것이다.

트로이 성이 불타는 장면을 시(詩)로 읊기 위하여, 네로 황제는 로마에 방화(放火)하고, 민중의 분노를 달래기 위하여 기독교인에게 누명을 씌워 처형하였다. 그들은 찬송가를 부르며 순교하였다.

기독교인들이 울며 죄를 회개할 때에 관중석에서 “울지 말라. 너희는 구원함을 받았다.” “당신은 누구입니까?” “나는 다메섹 도상에서 그리스도를 만난 사도 바울이다.” 순교자들은 찬송을 부르며 죽었다.

기독교에 대한 박해를 피하여 로마를 빠져나가는 베드로에게 나사렛 예수가 나타났다. 베드로는 손에 쥔 지팡이를 땅에 떨어뜨리고 꿇어앉아 두 팔을 벌리며 외쳤다. “오오, 그리스도! 오오, 그리스도!”

오랜 침묵이 흘렀다. 이윽고 사도 베드로는 눈물어린 소리로 말하였다. “쿠오바디스, 도미네?”(어디로 가시나이까, 주님?) 베드로의 귀에 슬프고도 처량한 주 예수의 목소리가 들렸다. “네가 내 양떼를 버리니, 나는 로마에 가서 또 다시 십자가에 못 박혀야 하리라.”

이윽고 베드로는 땅에서 일어나 떨리는 손으로 지팡이를 쥐고 로마를 향하여 되돌아갔다. 그리고 십자가에 못 박혀 죽었다. 예수처럼 못 박히는 것은 황송하다는 마음에서 십자가에 거꾸로 매달려 순교하였다.

네로는 회오리바람처럼 소나기처럼 불길처럼 질병처럼 사라졌다. 그러나베드로의 교회는 오늘도 그가 순교한 바티칸에서 로마와 온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 옛날의 카페나 문이었던 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는 오늘날에도 작은 교회당이 서 있다. 거기에는 거의 지워지고 있는 다음 글귀를 찾아 읽을 수 있다.

Quo vadis, Domine?

“세계 사상은 헬레니즘과 헤브라이즘의 두 역점(力點)을 오락가락 하고 있다.”(매튜 아널드) 자기 중심적인 헬레니즘과 신(神) 중심적인 헤브라이즘, 이 두 사상을 대립시켜 헤브라이즘의 최후 승리를 묘사한 것이 소설 <쿠오바디스>이다.

김희보 목사는

예장 통합총회 용천노회 은퇴 목사로, 중앙대 국문과와 장신대 신학대학원(M.div.)을 졸업하고, 샌프란시스코 신학교에서 목회학박사(D.Min.)와 명예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월간 「기독교사상」 편집주간, 한국기독공보 편집국장, 서울장신대 명예학장을 역임했다. 주요 저서로는 「한국문학과 기독교(현대사상사)」, 「그림으로 보는 세계사(3권)」, 「지(知)의 세계사(리좀사)」, 「세계사 다이제스트100」 등이 있다.

  • 네이버 블러그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희보